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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 적용으로 급여 올라 일할 맛 더 나네요”

서울 노원구청에서 6년째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박모(65·여)씨의 월급은 162만원이다. 4년 전인 2013년부터 이전(148만원)보다 14만원 오른 임금을 받고 있다. 14만원의 임금 인상은 노원구청이 도입한 ‘생활임금’ 덕분이었다. 생활임금은 기존의 기준이던 최저임금과 달리, 가계 지출을 고려해 실제 생활이 가능한 최소 수준의 임금을 말한다.
 
이 차이는 박씨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박씨는 “연차·장기근속 수당 등 임금 체계가 전반적으로 나아져 실질적인 월급 증가액은 더 큰 것 같다. 월급이 느니 일할 의욕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월급이 오른 서울시 유관기관의 저임금 근로자들의 근무 의욕도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연구원이 생활임금을 적용하고 있는 4개 자치구(무기명) 산하 시설관리공단 근로자 447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생활임금 적용 이후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는 문항에 응답자들은 평균 3.91점(5점 만점)을 줬다. 고용기관에 애사심이 생겼고(평균 3.73점), 고객·동료에게 친절해졌다(평균 3.7점)고도 했다. 최봉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응답자들이 다양한 항목에서 3점 이상의 긍정적인 점수를 줬다는 건 분명 생활임금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무기계약·기간직으로 월급은 10만원 가량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생활임금 정책이 근로자의 만족감과 친절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웨그먼스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웨그먼스는 미국 동부에 92개 지점을 둔 대형마트다. 업계 평균 보다 25% 정도 많은 급여를 주는 등 직원 제일주의 경영으로 널리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 포춘지가 꼽은 ‘일하고 싶은 기업’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직원들이 고객에게 친절하고 직장 만족도가 높은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지자체 업무에 웨그먼스 효과의 가능성을 열어준 생활임금제는 2013년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에서 시작돼 2015년엔 서울시로 확대 적용됐다. 서울시의 올해 생활임금은 시간당 8197원으로 최저임금(6470원)보다 27% 많다. 서울시가 출자·출연한 기관 등에서 일하는 저임금 근로자 1만1000여 명이 대상자다. 노원구의 장주현 홍보팀장은 “최저임금을 받을 때에는 ‘그 임금으론 생활이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생활임금 적용 이후엔 ‘그래도 조금씩 저축을 한다’는 분들이 제법 있다”며 “수입이 크게 는 것은 아니어도 근무 만족도가 올라갔다는 게 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활임금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 사례는 외국에서도 나타난다. 199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경비 근로자들에게 생활임금이 적용된 후 95%에 이르던 이직률이 19%로 감소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직률 감소가 공항 운영 비용 10%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지자체의 생활임금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지자체 산하 시설관리공단 근로자는 “한 달에 10만원 정도 올라서는 팍팍한 삶이 나아지질 않는다. 기존 월급(최저임금 산정)이 워낙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산 부담과 지자체들 간의 격차도 풀어야 할 과제다.
 
강석 서울시 노동정책과장은 “결국 시정 철학의 문제다. 서울시는 재정 범위 내에서 생활임금제를 우선 순위에 뒀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임금 시행이 최저임금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관련 입법을 모든 정당에 건의하는 등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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