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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힘을 내요, '프로불편러'

홍상지사회2부 기자

홍상지사회2부 기자

“너네 펴 있다.” 최근 한 남성 아이돌 멤버가 인스타그램에 벚꽃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아마 이 아이돌 멤버는 활짝 핀 벚꽃을 보며 늘 고마운 팬들을 떠올렸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글을 삭제했다. ‘꽃’을 ‘여성’(팬)에 비유했다는 이유로 몇몇 네티즌이 ‘불편함’을 호소한 것이다.
 
이걸 두고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여성을 꽃에 비유하는 건 잘못된 시각’이라는 의견부터 ‘예쁜 걸 보고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 등이 다양하게 오갔다. 그 와중에 ‘별것도 아닌 것 갖고 또 난리다’ ‘프로불편러(사소한 것에 자주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온라인 용어) 극혐(‘극히 혐오’의 줄임말)’류의 비난 글도 빠지지 않았다.
 
여성을 꽃으로 비유하는 게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고자 이 사례를 꺼낸 건 아니다. 이야기하고 싶은 건 ‘불편함을 말하는 것’에 가하는 폭력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거나, 다수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거 나만 불편해?”라고 말하는 순간 ‘프로불편러’나 ‘예민충’으로 낙인찍히는 현실 말이다. 솔직히 난 벚꽃을 팬에 비유한 글이 딱히 불편하지 않다. 다만 ‘꽃=여자’의 프레임 때문에 이 글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충분히 존중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프로불편러·예민충 등의 단어는 불편한 사람들의 의견을 초장부터 막아버린다. 귀를 닫고 비난부터 한다. “그냥 생긴 대로 살라”고 강요한다. 그래서 폭력적이다. 결국 불편함을 호소한 사람들은 ‘내가 지금 너무 예민한가?’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무려 수백 년 전 프랑스의 한 사상가는 “당신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는데 21세기 한국에서 이 명언은 통하지 않는 듯하다.
 
지인이 일하는 모 인권단체에서는 직원들끼리 상대방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한다. 그것이 칭찬이든 비난이든 누군가에게는 타인의 외모 지적이 ‘불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로불편러들의 문제 제기가 당장은 거슬릴 수 있지만 지금까지 세상이 바뀌어 온 건 다 프로불편러들 덕분 아닐까?” 지인이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과학 기술이든 사회 문화든 결국 모든 변화는 누군가의 “이거 나만 불편해?” 한마디에서 시작됐을 터다.
 
이왕 칼 빼 든 김에 나도 불편했던 것 좀 용기 내 말해 볼까 한다. 볼 때마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묻는 일부 선배들, 불편하다. 밤늦게까지 하는 잦은 회식들, 불편하다. 이런 내 글을 보고 혹시나 ‘이래서 여자랑은 일하기 힘들어’라고 생각하실까봐 또 불편하다. 마지막 문단을 여러 차례 고쳐 쓰는 내 모습을 보니 프로불편러의 길은 참으로 어렵다. 지금도 어디선가 고군분투 중일 세상의 모든 프로불편러에게 이 글을 바친다.
 
홍상지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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