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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레스토랑은 텃밭을 가꾼다

캘리포니아 카멜에 있는 어스바운드 팜 카페. 제철 채소와 유기농으로 만든 음식을 사먹는 사람들의 모습. 최승표 기자

캘리포니아 카멜에 있는 어스바운드 팜 카페. 제철 채소와 유기농으로 만든 음식을 사먹는 사람들의 모습. 최승표 기자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 푸드’ 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거리가 ‘제로’라는 뜻의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레스토랑도 같은 맥락에서 늘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농토가 광활하거나 이탈리아처럼 미식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는 팜 투 테이블 레스토랑이 흔하다. 지방만이 아니라 도시에도 이름난 팜 투 테이블 식당이 많다.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서울도 마찬가지다. 농장 수준은 못되어도 텃밭을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늘고 있다.
서울에서도 직접 기른 농산물을 요리에 사용하는 레스토랑이 있다. [사진 알라또레 홈페이지]

서울에서도 직접 기른 농산물을 요리에 사용하는 레스토랑이 있다. [사진 알라또레 홈페이지]

서울 여의도 한복판, 전경련회관 51층에는 푸른 정원이 있다. 약 33㎡(10평)의 정원 중심에는 각종 허브와 상추, 오이 등이 자란다. ‘곳간’, ‘세상의 모든 아침’ 등 51층에 있는 식당에서 식재료로 사용하는 채소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세라 샘킴(40) 셰프는 레스토랑 건물 옥상에 약 100㎡(30평), 경기도 부천에 약 130㎡(40평) 규모의 텃밭을 운영한다. 수확이 가장 많은 여름에는 레스토랑에서 쓰는 채소의 40%까지 직접 재배한 것을 쓴다. 킴 셰프의 설명이다.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얻기 위해 텃밭을 가꾸기도 하지만 맛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식재료는 유통과정 때문에 맛이 무르익기 전에 수확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반면 직접 기른 채소를 가장 맛있을 때 수확해서 바로 요리에 쓰면 당연히 음식 맛도 좋을 수밖에 없죠.”
서울 도시 텃밭 현황 [그래픽 서울시 홈페이지]

서울 도시 텃밭 현황 [그래픽 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도시 텃밭 면적은 2011년 29만㎡에서 2016년 162만㎡까지 약 5.6배 증가했다. 이중 옥상 텃밭은 신고된 것만 1000 여개로, 면적은 11만㎡에 이른다. 서울시 지원으로 이루어진 텃밭들로, 레스토랑이나 개인이 일궈 직접 식탁에 오르는 작물의 규모는 아직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팜 투 테이블 운동이 움튼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다. 캘리포니아주립대가 있는 버클리에 유서 깊은 식당이 있다. 1971년에 문을 연 셰 파니스(Chez Panisse)다. 이 식당은 2006~2009년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1스타를 받기도 했다. 식당 1층에서는 저녁 정찬을 팔고 2층은 피자, 샐러드 등을 파는 캐주얼 카페로 운영한다. 1층이 흥미롭다. 매일 종류가 다른 3코스 음식을 판다. 인근 농장, 목장에서 가장 좋은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메인요리만 보면, 월요일에 인근 목장에서 풀만 먹여 키운 소의 갈비, 이튿날 소노마 카운티에서 기른 오리 가슴살 구이가 나오는 식이다. 가격은 각각 75달러, 100달러다. 1층에서 정찬을 먹으려면 한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미국 버클리에 있는 레스토랑 셰 파니즈. 팜 투 테이블의 원조격 식당이다. 셰 파니즈 레스토랑은 2006~2009년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 과일도 하나같이 신선하다.
오너셰프 앨리스 워터스(Alice Waters)는 팜 투 테이블 운동, 슬로푸드 운동의 선구자로 불린다. 20년 전부터는 버클리의 한 중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텃밭에서 길러 먹기(Edible Schoolyard)’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팜 투 테이블의 일환으로 ‘팜 투 스쿨’ 운동을 전개한 셈이다. 71년 당시 워터스는 식당을 열면서 이렇게 말했다.  
“후손을 위해 좋은 땅을 가꾸는 사람이 직접 기른 작물이야말로 가장 좋은 음식이다. 셰 파니즈는 오직 그런 식재료로만 음식을 만든다. 농장에서 바로 수확한 채소, 나무에서 갓 딴 과일, 바다에서 바로 잡힌 생선 말이다. 이런 음식을 먹어야만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고, 최고의 맛도 경험할 수 있다.”
미국 최대의 유기농 식재료 회사 ‘어스바운드 팜(Earthbound farm)’은 부호들의 휴양지 캘리포니아 카멜 지역에 농장 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1만㎡ 면적의 농장에서는 갖가지 채소와 허브·곡물·과일·벌꿀 등을 재배한다. 방문자를 위한 농장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허브 밭에서 자라는 민트와 로즈매리 등은 잎을 따다 먹어도 된다. 농장 한편에 작은 시장과 유기농 카페가 있다. 방문자들은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사다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긴다. 한끼만 먹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방문자를 위한 농장 견학 프로그램도 있다. 농장에서 갓 딴 채소로 만든 샐러드.
어스바운드는 캘리포니아 샌후안 바우티스타 지역에 200㎢(서울 1/3 크기) 규모의 농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서 재배한 각종 작물로 유기농 채소·요거트·건과일 등을 만들어 미국 전역으로 판매한다. 굳이 카멜에 방문자를 위한 농장과 카페를 따로 마련한 건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먹는 문화를 퍼뜨리기 위해서였다. 2003년 어스바운드가 카멜에 농장과 카페를 열었을 때만 해도 미국에서 세번째로 공식 인증을 받은 유기농 식당이었다. 
어스바운드 팜 카페에서 점심으로 먹은 건강한 한 접시.

어스바운드 팜 카페에서 점심으로 먹은 건강한 한 접시.

천혜의 자연을 가진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도 팜 투 테이블 레스토랑이 가능할까? 그 가능성을 싱가포르에서 엿봤다. 서울보다 조금 큰 도시국가 싱가포르(697㎢)는 농지가 없어 거의 모든 농축산물을 수입한다. 그런데도 농장을 가꿔 신선한 채소로 음식을 내는 레스토랑이 있다. 텃밭이 아니라 어엿한 농장을 운영하는 ‘오픈 팜 커뮤니티(Open Farm Community)’다. 
싱가포르 오픈팜 커뮤니티. [사진 OFC]

싱가포르 오픈팜 커뮤니티. [사진 OFC]

‘오픈 팜 커뮤니티’는 옛 영국군 주둔지였던 뎀시힐 외곽 울창한 녹음에 둘러싸여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맨 먼저 ‘식용 가든(edible garden city)이라는 이름의 농장이 보인다. 가까이 가 보니 고수와 로즈매리, 백리향, 횃불 생강 같은 이국적인 식물들이 지천에 자라고 있었다. 한때 골프 연습장이었던 3200㎡(1000평) 녹지대가 거의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농장 한편엔 아담한 레스토랑이 있다. 주방 쪽을 제외한 레스토랑의 모든 면에 창이 넉넉하게 달려있어 주변 농장 풍경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온다. 햇살 좋은 시간에 방문하면 온통 초록빛에 둘러싸여 식사를 할 수 있다. 브런치 장소로 인기인 이유다.
레스토랑 농장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모습 레스토랑 농장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모습
농장 속 식당이지만 의외로 메뉴가 다채롭다. 직접 기른 채소를 주재료로 한 샐러드와 전채요리를 비롯해 생면으로 만든 파스타, 바라문디·그루퍼 등 생선 요리, 닭과 양고기를 주재료로 한 메인 요리, 레몬 타르트와 호박케이크 등 디저트까지 다양하다. 모든 재료를 자체 수급하는 것은 아니다. 샐러드에 활용하는 채소와 허브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싱가포르에서 400㎞ 이내 거리에 있는 농장에서, 육류는 호주에서 수입한다. 
오픈팜 커뮤니티의 건강하고 맛난 요리. 생강 칠리와 고수 퓨레 등으로 마리네이드한 타르타르, 유기농 계란을 곁들였다. [사진 OFC]

오픈팜 커뮤니티의 건강하고 맛난 요리. 생강 칠리와 고수 퓨레 등으로 마리네이드한 타르타르, 유기농 계란을 곁들였다. [사진 OFC]

오픈팜커뮤니티를 만든 셰프, 라이언 클리프트. [사진 OFC]

오픈팜커뮤니티를 만든 셰프, 라이언 클리프트. [사진 OFC]

요리는 영국 출신 스타 셰프 라이언 클리프트(Ryan Clift)가 책임진다. 호주 멜버른과 싱가포르에서 명성을 날리던 클리프트는 2015년 7월 싱가포르의 스파 에스피릿 그룹과 협업해 ‘오픈 팜 커뮤니티’를 열었다. 그가 농장 레스토랑을 연 이유는 뭘까. 오픈 팜 커뮤니티에서 만난 그는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봤다”며 “언제까지 모든 것을 소비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운송수단 사용을 최소화하고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는 ‘로컬 푸드’ 운동에 관심이 많다. 환경을 위해 와인도 병으로 팔지 않고 배럴 단위로 수입해 한 잔씩 판다.
농장 체험 기회가 거의 없는 싱가포르 어린이를 위한 배려도 곳곳에 보인다. 가족 단위로 방문해 식사도 하고 농장을 즐길 수 있도록 잔디밭에 볼링 레인도 만들어 놨다. 탁구대와 놀이터도 있다. 손님이 원하면 농장 곳곳을 돌며 재배하는 식물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탁구대와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곳곳에 있다. [사진 OFC]

탁구대와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곳곳에 있다. [사진 OFC]

이곳 음식은 모든 요리에 채소를 풍성히 쓴다. 생선 위에 오이를 새콤하게 무쳐 올리고, 고기 타르타르에 고수로 만든 퓨레를 더하는 식이다. 물론 채소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샐러드가 가장 인상적이다. 브로콜리와 깍지 콩, 잣 등이 페타 치즈와 어우러진 샐러드 한 접시는 단출해보여도 맛이 그만이다. 코코넛을 넣은 락사 소스를 곁들인 바라문디 구이 등 싱가포르 전통 음식도 접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도 신선한 청경채가 가니시로 곁들여진다.  
지척에 흙냄새가 나는 농장이 있어서인지 모든 음식 맛이 각별했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설명한다(You are what you eat)’는 말이 내내 떠올랐다.
 
카멜(미국)=최승표 기자, 싱가포르=유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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