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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 아이가 없는 가정에선 음식 문화도 무너진다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지난주 이탈리아의 부모님께서 우리 부부와 손자를 보러 일주일 동안 한국을 방문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몇 가지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랐다. 어머니께서 “동거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실제로 동거하는 네 친구들을 보니 한결같이 아기 없이 강아지만 키우더라”고 말씀하셔서 놀랐다. 따지고 보니 고교 동창 25명 중 소식을 아는 친구를 따져보니 3명만 결혼했고 그중 2명만 아이가 있다. 7명은 동거 중인데 모두 아이가 없다. 6명은 짝 없이 부모님과 함께, 또는 혼자 산다.
 
아이가 없는 생활양식은 출산율 통계는 물론 전통 음식 문화에도 영향을 준다. 부모님과 이탈리아와 한국 음식의 공통점을 이야기하다 오랜만에 고향의 가정요리인 ‘닭 내장 리소토’를 만들어 먹기로 하고 재료를 사러 정육점에 갔다. 그런데 정육점 주인은 “찾는 사람이 없어 이젠 닭 내장을 팔지 않는다”며 “심지어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사람이 줄어 생닭 수요가 별로 없어 가격도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마트에서도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슴살과 닭다리밖에 팔지 않아 닭 날개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주셨던 닭 내장 리소토를 아주 좋아했던 나는 닭발, 닭 머리, 돼지 피, 소 혀 등 여러 가축의 부속물도 즐겨 먹었다. 그런데 이제 그 부위들을 마트에서 구경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사실 나도 그런 특수 부위의 조리법은 잘 알지 못한다. 직접 요리해 먹으려는 생각도 그리 많지 않다. 이탈리아인이라고 해도 파스타·샐러드·스테이크 외의 요리를 집에서 해 먹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어머니 말씀을 듣고 갑자기 슬퍼졌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다양한 전통음식이 앞으로 가정에서 점차 잊히고 식당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시대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탈리아 요리는 단순화되고 다양성을 잃을 것이다. 추억의 가정 요리인 닭 내장 리소토를 먹을 수 있는 기회도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아이를 낳고, 요리해서 다양한 것을 맛있게 먹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사회의 모습을 보면 이런 인간적인 행복을 놓치고 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변화와 발전은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며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래도 20년쯤 뒤 내 아들이 자식을 낳을 생각 없이 애완동물만 키우고, 요리하지 않고 매일 식당에서 비슷한 메뉴만 먹는다면 아주 안타깝고 슬픈 일일 것 같다.
 
알베르토 몬디 [이탈리아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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