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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성 없는 노후 아파트 시대

박철수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박철수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오랫동안 서울시와 힘겨루기를 했던 재건축조합의 한강변 대규모 아파트 정비계획이 심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그런 곳이야 어떻게 하든 수요자가 몰릴 것이라 생각하니 내 동네 얘기는 아니지 싶어 딴 세상 얘기로 건성으로 흘려듣기 마련이다. 하지만 속내와 셈법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이미 재건축 대상이 된 오래된 아파트지만 건설사는 사업성 확보가 곤란해 전처럼 선뜻 나설 형편도 아니고, 분담금이 높아질 것이 걱정되는 입주자들은 또 나름의 계산법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가 된 때문이다.
 
진퇴양난. 오래된 보통의 아파트 주민들 심정이다. 물론 그들이 세입자건 소유자건 입장은 마찬가지다. 세입자라면 하루가 다르게 퍼지는 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거처를 옮겨야 하는지, 아니면 큰 빚을 내서라도 집을 장만해야 할 것인지를 가늠하지 못해 신경이 곤두선다. 소유자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풍문으로 떠도는 확인할 수 없는 재건축사업 논란에 시름이 깊어진다.
 
정부는 2년 반쯤 전인 2014년 9월에 아파트 재건축 가능 연한을 준공 후 40년에서 30년으로 앞당겼다. 그로 인해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5곳 가운데 일부 단지는 이미 재건축 대상에 포함됐다. 그런데 전과 달리 재건축 대상에 포함만 되었다 뿐이지 실제 사업은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미 재건축이 논의된 지 20년쯤 된 경우도 여전히 사업을 하네 마네 하며 의견만 분분하기 때문이다. 소위 사업성 확보 논란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데다 저성장과 인구절벽 등 각종 사회경제 지표들이 장애물로 버티고 있다. 뉴타운 지구는 막대한 매몰비용에도 불구하고 해체지구가 늘고 있다.
 
이른바 기대감소 시대에 맞닥뜨린 것이다. 재건축은 물 건너갔으니 리모델링이라도 하자지만 분담금 때문에 선뜻 나설 형편이 못 된다. 아파트 재건축이 구조적 수명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수명 때문이고, 안전진단을 통해 붕괴 위험이 높을수록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냈고, 재건축이 막대한 잉여이익을 가져다주었던 경험의 달콤함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사나 주민이나 그 입장은 다르지 않다.
 
‘아파트 재건축’을 ‘단지 재생’으로 바꿔 불러보면 어떨까. 핵심은 ‘아파트’가 아니라 ‘단지’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당연하게도 오래 묵은 마음의 운영체제를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나아가 조합-건설사의 직접 매개 방식에서 벗어나 조합-건설사-지방정부의 삼각체제로 운영의 얼개를 새로 짜면 어떨까. 그렇다면 전혀 다른 생각과 방식이 떠오르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다.
 
저성장으로 인한 기대감소는 욕망의 억제라는 당위를 낳는다. 그러니 재건축 연한 경과라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질 것이 아니라 보듬고 오래 사용해야 한다는 믿음을 스스로에게 강하게 주입해야 한다. 평수를 늘리거나 설비를 개선해야겠다고 작정했다면 반드시 돈이 들 것이라는, 당연하지만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마음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아파트단지 안의 일정 폭 이상의 단지 내 도로를 지방재정으로 구입한다. 사유도로를 도시계획도로로 편입한다는 말이다. 소유란 곧 책임을 동반하는 것이니 당연하게도 도로에 속한 가로등이며 벤치 등의 관리 책임을 공공이 담당한다. 나아가 부족한 주차장 확보사업을 수행하고, 그 일부를 아파트단지 주변의 주민들과 더불어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아파트 주민들과 지역 주민 모두가 주차공간 부족 문제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지방재정으로 투입된 도로 매수 비용은 고스란히 불편한 아파트 설비 개선에 투입할 수 있다. 장기수선충당금으로는 감히 할 수 없었던 일이 실현된다. 자연스럽게 아파트단지와 외부를 구분했던 차단기는 사라지고 단지 주민과 지역 주민이 이웃이 되고 동네가 제 모습을 찾는다.
 
오래된 아파트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빈집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시행 중인 다세대·다가구 매입임대 사업 대상으로 삼아 재정지출을 통해 확보하는 즉시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한다.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소유주택이 스스럼없이 공존하게 되는 모양이니 사회혁신에 더없이 좋다. 정부로서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축 분량을 전국적으로 늘리게 되는 셈이니 따로 떼어내 집단화하면서 빚어졌던 공공임대주택 낙인화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방재정으로 확보한 임대아파트에 단지 경비원이나 청소원 등을 입주시킬 수 있는 제한적 특례를 강구한다면 그들은 이웃이 돼 동네를 스스로 관리하게 된다.
 
화합이니 통합이니 공감이니 연대니 하는 단어가 정치권에 국한된 구호가 아니라면 뇌리에 박힌 아파트 재건축이라는 운영체제를 일상공간과 이웃의 의제로 확대해 보면 어떨까. 재건축이 아닌 재생이 21세기의 새로운 운영체제다. ‘아파트 재건축’보다 ‘단지 재생’을 외치는 이유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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