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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근절 안 되는 선행학습 ‘불안 마케팅’

전민희사회1부 기자

전민희사회1부 기자

“선행학습 광고 금지를 위반한 학원은 광고를 삭제하도록 지도하고, 응하지 않으면 무자격 강사를 고용하고 있는지 조사하겠다.”
 
11일 교육부가 일부 학원의 선행학습 광고 적발 사실을 발표하며 내놓은 대책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양천구·노원구 등 학원 밀집지역의 학원 88곳이 선행학습 광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학원은 "중2 대상의 의·치대반에서 고1 과정인 수학Ⅰ, 고2 과정인 미적분Ⅰ을 가르친다”고 광고했다. 또 다른 학원은 ‘초등학생에게 고3 수준의 토플 수업을 한다’고 안내했다.
 
이 같은 행태는 선행학습에 대한 광고를 금지한 공교육정상화법(일명 ‘선행학습금지법’)을 어긴 것이다. 2014년 법이 시행됐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런 광고들이 나쁜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데 있다. 중학교 2학년, 3학년 자녀를 키우는 서모(44·여·서울 대치동)씨는 “이따금 집 앞에 놓이는 학원 전단을 펼치면 마음이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서씨 자녀도 학원 한두 곳씩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서씨는 “전단을 보면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며 불편해했다. 서씨는 “평소 아이 학년에 맞는 교육을 하겠다고 마음먹다가도 이런 광고를 보면 사교육을 더 시켜야 하나 고민하게 돼 씁쓸하다”고도 했다.
 
[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공포 마케팅’이 모든 학원의 문제점은 아니다. 이번 발표에서도 교육부가 점검한 2341곳 중 88곳에서 부당광고가 적발됐다. 문제는 학원들의 과도한 선행학습 자체에 대해 교육부가 손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부당광고를 2년 연속 적발해도 교육청과 특별조사를 벌여 선행학습이 아닌 교습비 초과징수, 무자격 강사 채용 등 다른 위법 사항이 없는지 확인하는 게 전부다. 선행학습이나 이에 대한 광고 자체에 대해선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학원가에선 “학생을 많이 모으려면 학부모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돈다. 과도한 선행학습의 부작용은 다양한 연구로 드러나지만 처벌 조항이 없으니 학원들은 아랑곳 않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공교육정상화법 제정 때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학원 업계 눈치를 보며 법안에서 빠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에서 사교육의 과도한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법개정을 추진 중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선행학습 유발 광고에 대한 처벌 조항을 추가하고 학원에서 이뤄지는 1년 이상 선행학습을 제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을 앞둔 이번 만큼은 후보들이 학원들의 ‘불안 마케팅’을 근절할 수 있는 공약들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전민희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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