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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의 한국 유학 열풍이 한국에 ‘유학생 10만 시대’ 열었다

민귀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민귀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지난해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이 처음으로 10만 명을 돌파해 ‘유학생 10만 시대’가 열렸다. 2000년 4000여 명에 불과했던 유학생이 16년 만에 25배 이상 증가해 우리도 이젠 ‘유학을 떠나는 나라’에서 ‘유학을 오는 나라’란 자부심을 갖게 됐다. 유학 오는 국가도 172개국에 이른다. 이 중 60% 가까운 유학생이 중국에서 온다. 중국인 유학생 정책을 어떻게 잘 수립하느냐에 우리의 유학시장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학시장 성장세가 눈에 띈다. 1975년 80만이던 전 세계 유학생이 2015년엔 504만 명으로 늘었다. 연평균 약 7%의 증가세다. 유학시장이 영어권을 중심으로 한 유학 선진국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은 꽤 선전한 편이다. 성장 잠재력도 상당하다.
 
이렇게 다소 낙관적 전망을 할 수 있는 건 우리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 외에 유학의 패턴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유학 패턴은 엘리트 교육 위주로 ‘학위 과정’ 중심이다. 한데 최근엔 어학연수를 포함한 ‘비학위 과정’ 유학이 증가하는 추세다. 유학이 누구나 선택 가능한 자기계발 수단이 된 것이다. 유학의 목적도 학위와 이주에서 취업과 취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인 학생의 한국 유학 붐은
한·중 교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우수 중국인 꾸준히 유치하려면
유학을 이민정책 틀 속에서 봐야 
 
이런 흐름 속에서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고급화’와 ‘다양화’의 두 갈래로 나뉜다. 선진국은 고급화를 지향해 고급 두뇌 유치에 적극적이다. 이공계열 석사 이상의 유학생들에겐 다양한 혜택을 주면서 자국에서 취업하도록 유도하고 또 국적 취득까지 주선한다. 유학정책을 엘리트 이민을 유도하는 이민정책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다양화다. 어학연수와 취업연수 같은 비학위 과정을 블루오션 시장으로 설정하고 서비스 경쟁을 통해 유학시장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는 유학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나라도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기만 하면 일정한 몫을 차지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유학 후발국가에 유리하다.
 
한국 유학 열풍 주도한 중국인 유학생
 
우리나라 유학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는 중국인 유학생의 지속적인 유입이 크게 기여했다. 사실 중국인 유학생의 유입은 한반도와 중국 대륙이 인적 교류를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현상이다. 재한 중국인 유학생과 재중 한국인 유학생은 각각 6만여 명정도로 비슷하다. 하지만 인구 대비로 계산하면 중국인이 한국에 유학하는 비율이 28배나 높다.
 
2003년 8900여 명이던 중국인 유학생은 꾸준히 늘어 2010년엔 6만7288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4년 동안 점차 하락해 5만여 명 수준으로 내려갔다가 2015년 회복세를 보이며 다시 6만 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2008년 중국인 유학생이 전체 유학생의 79%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유학 열풍을 주도했으나 지난해엔 그 비중이 57% 수준까지 떨어진 점이다.
 
우리의 유학시장 저변이 확대되며 중국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내려간 것은 바람직하지만 중국인 유학생의 지속적인 감소는 분명 우려를 낳는다. 특히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으로 중국 내 혐한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는 점은 한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은 왜 한국을 선택하나
 
2015년 전 세계 유학생 504만 명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은 126만 명으로 약 2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한국은 세계 유학시장의 약 2%를 점하고 중국인 유학생의 4.8%를 수용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한국에 중국인 유학생이 매우 많은 것 같지만 중국인 유학생 20여 명 중 한 명이 한국에 오고 있을 뿐이다.
 
중국인 유학생이 유학을 하는 배경엔 높은 교육열, 학력사회 도래, 체면 의식, 중국 내 세계적인 고등교육기관 부족, 이민 준비 등 다양한 요소가 깔려 있다. 부잣집 자녀만 유학하는 게 아니라 극심한 입시 경쟁과 학력사회라는 시장화 초기 현상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외국 유학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 이들 대부분이 영어권을 선호한다.
 
재미있는 건 영어권 선호도가 높긴 하지만 실제 중국인이 선택한 유학 대상국은 일본이 2위, 한국이 6위로 비영어권도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 유학을 선택하는 기준엔 선호도 외에 생활비, 거리, 문화적 동질성, 입학 준비 용이성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인 유학생에게 한국 유학의 경쟁력은 무얼까. 낮은 생활비, 높은 안전도, 가까운 거리, 동일한 문화권, 낮은 수준의 역사 갈등, 낮은 입학 문턱 등이 꼽혔다. 특히 중국인 부모 입장에선 한국이 마약과 총기 사고가 없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또 한류의 유행은 학위 과정 유학생의 선택에도 영향을 주지만, 비학위 과정 연수생들이 한국을 선택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의 대학 선택 기준은?
 
유학생은 대개의 경우 대상 국가를 먼저 결정하고, 이어 학교를 고른다. 따라서 유학 시장의 결정은 국가 브랜드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대학의 명성은 그다음 역할을 한다. 한데 중국인 유학생은 다르다. 이들은 학교에서 추천하는 대학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자신의 결정보다 주변의 추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우리나라 수도권 대학보다 지방에 소재한 대학의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중국인 어학연수생과 교환학생은 대학 간 교류협정이 가장 큰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인 추천과 전공 분야는 그다음 고려 사항이다. 다만 대학원을 결정할 때는 학교보다는 주변의 추천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이어 전공 경쟁력과 저렴한 학비 등을 따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 각 대학은 중국인 유학생의 이런 특성을 잘 고려해 유치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유학생 개인의 자율적 결정권이 강하지 못하다는 건 대학 간 협약을 통해 유학생을 유치할 통로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어학연수생은 대부분 모교에서 결정한 대로 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학연수생 가운데 학위 과정으로 진학하는 학생의 약 50%는 같은 학교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학연수생을 유치한다는 건 이미 절반의 본과 학생을 받아들인 것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어학연수가 중요한 과정이 된다.
 
아쉬운 건 중국인 유학생의 경우 학사 비중은 높은데 석·박사 과정의 비중은 낮다는 점이다. 한국 유학을 통해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성장하겠다는 동기가 약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한국의 고급 과정 유학이 큰 매력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유학정책을 이민정책으로 전환해야
 
우리 유학시장의 문제점은 선진국엔 유학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어 사용 지역이 우리나라밖에 없고, 한국이란 국가 브랜드가 낮으며, 또 우리 대학의 학문 수준이 높지 않은 데다 우리의 유학정책 역시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 유학이 그동안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류 등 다른 매력에 의한 보충 역할이 있었던 까닭이다. 특히 중국인 유학생의 꾸준한 유입이 절대적인 작용을 했다. 우리로선 중국인 유학생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면서 다른 국가 출신의 유학생 또한 더 많이 유치해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유학생에 대한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유학생에게 충분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현행 관리 방식과 학점 제도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유학생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국인의 한국 유학 주요 이유는
한류 유행에 생활비 싸고 안전해
한국 대학 선택하는 중요 기준은
중국 내 모교와 주변 추천에 따라 
 
지금처럼 유학생에게 한국 학생과 동일한 과목을 수강하도록 하는 제도로는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실시할 수 없다. 유학생이 자신의 한국어 실력에 맞게 배울 수 있도록 한국어 과목을 9학점까지 교양과목으로 인정해야 한다. 한국어 실력이 모든 수업 성취도와 취업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에 맞는 교육 방식을 도입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학생을 이민정책의 하나로 바라보는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수반돼야 한다. 패러다임이 바뀌어야만 유학생이 국가경쟁력을 추동하는 인재라는 관점을 수립할 수 있으며,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하는 범정부 차원의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인재 경쟁의 시대를 맞아 획기적인 유학정책이 나와야 한다.
 
◆민귀식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한·중 유학생포럼을 조직해 매년 양국 대학원생이 참여하는 학술대회를 운영 중이다. 또 한국 최초로 중국인유학생 전용 학술지인 『한중청년논총』을 발간하고 있다.
  
민귀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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