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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중앙일보 <2017년 4월 1일자 26면>
박근혜 구속 … 이제 과거는 넘기고 미래를 보자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대한민국은 또 한 번 전직 대통령의 구속이라는 오욕의 헌정사를 쓰게 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지만 민주적 선거를 치르게 된 이후 처음으로 과반수 득표율(51.6%)을 기록한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바라보는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다. 2012년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찍었던 국민의 자괴감은 물론 촛불집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퇴진과 구속을 외쳤던 국민 또한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 개인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는 비극사가 아닐 수 없다. 양친을 모두 총탄에 잃고 18년 동안 은둔하다 정계에 입문, 역사상 첫 부녀 대통령이라는 화려한 정점을 찍었지만 끝내 임기 중 파면된 첫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고 수의(囚衣)까지 입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불통’이라는 지적을 수없이 받았음에도 끝까지 몇몇 측근하고만 소통했으며, 국정 농단이 드러난 이후에도 자진 사퇴 등 ‘질서 있는 퇴진’을 거부하고 버티기와 변명으로 일관했다. 최순실 같은 비선 실세들의 호가호위를 막지 못한 것만으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데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무죄 항변한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의연함마저 포기한 것이다.
 
헌정사의 오점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 구속까지의 사법처리 과정은 외국 언론들이 더 높이 평가하듯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입증해 주었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현실 권력도 민주적·비폭력적 절차로 끌어내릴 수 있음을 보여준 데 이어 법치주의에는 성역이 없음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이는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대선후보들에게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는 국민의 힘’을 느끼게 하는 영원한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좋든 싫든 ‘박근혜’라는 이름은 과거의 한 페이지가 됐다. 그동안 탄핵과 구속 찬반을 둘러싼 국론 분열과 갈등으로 경제 위기와 안보 불안 등 가뜩이나 어려운 대내외 환경을 극복할 에너지가 새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 모든 판단을 마무리 사법 절차에 맡겨두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촛불이건 태극기건 감정에만 치우친 시위를 자제해야 한다. 정치권 역시 혼란과 분열을 부추겨 이를 정쟁거리로 이용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신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고 투명한 권력 행사가 이뤄지도록 감시·견제할 수 있는 개헌 등 제도적 정치개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대선까지는 38일밖에 남지 않았다. 대선후보들은 혼란과 갈등을 수습하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불통과 비선에 기대 권력을 향유할 생각은 애당초 품지도 말아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국민이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들도 눈을 부릅뜨고 그런 후보들을 솎아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사태가 또다시 도래하는 건 생각하기조차 두려운 국가·국민적 비극이기 때문이다.
 
한겨례 <2017년 4월 1일자 인터넷한겨레>
‘법 앞에 평등’ 확인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가 31일 뇌물죄 등으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함으로써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세 번째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불행한 일이겠으나 법리적으로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국민적 화합·통합을 명분으로 선처를 요구하는 주장도 있었으나 역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 대원칙을 법원이 다시 확인한 건 의미가 크다. 그의 구속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확인하고 더 이상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거나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지도자와 정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간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오가며 진행된 수사에서 이미 드러난 혐의 사실과 박 전 대통령이 보여온 태도를 고려하면 구속은 애초부터 예견되던 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13개 혐의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고 하지만 검찰은 이미 세 차례 수사를 통해 상당한 증거를 수집해 놓았다. 박 전 대통령 쪽은 검찰 소환 이래 영장 심사 과정에서도 “통장에 돈 한 푼 들어온 적 없다”는 식의 논리로 반론을 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두 사람이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 및 인사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상의하며 ‘공모’해 온 이상 대기업들로부터 뜯어낸 돈이 박 전 대통령 계좌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해서 죄가 안 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변호인들의 조력을 받았을 텐데 형법의 기초적인 법리도 무시한 채 그런 주장을 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구나 집값과 옷값을 대신 납부해 온 사실까지 검찰이 확인했다니 두 사람이 사실상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해 왔다고 봐야 한다. 안종범 업무일지를 비롯한 증거물들과 삼성 및 보건복지부 공무원 등의 증언까지 낱낱이 확보됐다면 뇌물죄 적용은 당연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쪽은 ‘관련자들이 이미 구속돼 있고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증거 인멸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도 편 모양이다. 그러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입맞추기를 시도하고 최순실씨와 차명폰으로 통화하는 등 이미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은 여럿이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터무니없는 이유를 내세워 거부한 것만 봐도 여전히 증거를 없애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은 구속 이후에도 청와대 압수수색 등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또 그동안 밝혀내지 못한 여러 혐의도 철저히 수사해 더 이상 혐의 사실을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최씨 일가 재산 문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씨 일가의 재산 추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관련 기관들의 비협조를 한 원인으로 꼽았다. 미르 등 두 재단과 마찬가지로 최태민씨 시절부터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방식으로 축적한 재산을 종잣돈으로 삼아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불려왔을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검찰 또는 별도의 특별검사에 의해서라도 이런 대목까지 철저히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박정희-박근혜’ 부녀가 쌓아올린 엉터리 신화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또 여전히 가짜뉴스에 속아 태극기를 흔들며 서울 삼성동과 시청 앞으로 나서는 시민들을 미몽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그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 40여 년 계속돼 온 박정희 패러다임을 접고 새로운 나라로 향하는 씻김굿을 시작할 때다.
 
논리 vs 논리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를” “박정희 패러다임 깨야”
지난달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뉴시스]

지난달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에 이어 벌어진 우리 헌정사의 세 번째 비극이다. 중앙과 한겨레는 ‘자연인 박근혜’에 대한 동정 여론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국민적 화합·통합을 명분으로 선처를 요구하는 주장” 등을 짧게 소개한다. 하지만 두 사설은 모두 이번 사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겨레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의 의미를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대원칙을 법원이 다시 확인”한 것으로 갈음한다. 중앙 또한 이번 사태가 “법치주의에는 성역이 없음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며, 박 전 대통령 구속까지의 사법처리 과정은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입증”한 것이라며 높은 점수를 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구속의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해서는 두 사설의 논점이 엇갈린다. 한겨레는 ‘확실한 과거 청산’에 무게중심을 둔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해도 국정 농단 사태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구속은 수사 단계의 일부일 뿐이다. 앞으로도 피고인의 유무죄를 다투는 긴 형사재판 절차가 남아 있다. 한겨레는 “그동안 밝혀내지 못한 여러 혐의도 철저히 수사해 더 이상 혐의 사실을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박영수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국가 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 농단”이라고 규정했다. 헌법재판소 또한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평가한 바 있다. 법원의 구속 결정은 이러한 판단의 연장선 위에 있다. 한겨레가 “구속은 애초부터 예견되던 바”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나아가 한겨레는 “뇌물죄 적용은 당연한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법원은 구속 영장을 발부하며 개별 혐의를 적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요 혐의가 소명된다”는 영장전담 판사의 발언에서 법원이 검찰의 뇌물죄 적용을 받아들였다는 해석을 이끌어내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측이 “통장에 돈 한 푼 들어온 적 없다”고 주장해도 최씨의 범행 계획 수립과 실행 단계에서 공모 관계가 성립되면 박 전 대통령은 ‘공동정범’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재판이 “이제 40여 년 계속돼온 박정희 패러다임을 접고 새로운 나라로 향하는 씻김굿”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겨레는 박영수 특검팀이 최순실씨 일가의 재산 추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한 이유를 “관련 기관들의 비협조”로 꼽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최씨 일가의 비리는 유신시대부터 뿌리를 두고 이어져온 ‘적폐’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그의 비리를 드러내고 정리하는 일은 과거 청산의 과정이기도 하다.
 
반면 중앙은 이번 박 전 대통령 구속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해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은 “촛불이건 태극기건 감정에만 치우친 시위를 자제”하라고 권유한다. 지금의 헌법과 정치 시스템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견제가 마뜩하지 않다. 이 때문에 역대 정권 말기에는 항상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오며 측근들이 처벌 받는 일이 거듭돼 왔다. 이 때문에 중앙은 정치권에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고 투명한 권력 행사가 이뤄지도록 감시·견제할 수 있는 개헌 등 제도적 정치개혁 방안을 고민”하라고 주문한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중앙은 대선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주요 후보들에 대한 당부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현실 권력도 민주적 비폭력적 절차로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는 국민의 힘을 느끼게 하는 영원한 반면교사”다. 특히 중앙은 박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불통이라는 지적을 수없이 받았음에도 끝까지 몇몇 측근하고만 소통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대선후보들에게 “불통과 비선에 기대 권력을 향유할 생각은 애당초 품지도 말아야 한다”고 못을 박는다. 중앙은 모든 문제의 해법은 국민과의 소통에서 찾아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거듭해 강조한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은 우리 헌정사의 비극이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를 폭력과 혼란 없이 끌어내린 ‘촛불혁명’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가 적폐 청산과 바람직한 권력 구조 창출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에선 두 사설의 생각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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