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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타봤습니다] 충전소 문 닫고, 핀 안 맞고 … 서울~대전 길 봉변 당한 전기차

 
한국GM이 이달 말 출시하는 ‘볼트EV’는 환경부로부터 1회 충전 시 최장주행 거리(383㎞)를 인증받은 순수전기차다. 이 차로 서울에서 대전월드컵경기장까지 장거리 주행을 시도했다. 차량의 성능을 점검해보기 위한 시승이었지만 결과는 ‘기자의 전기차 시승 봉변기’가 됐다. 차가 나빠서가 아니다. 한심한 한국의 전기차 인프라가 문제였다.
 
8일 아침 8시 서울역 출발 당시 주행 가능거리는 192㎞. 목적지까지 편도 거리(180.05㎞) 이동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에어컨을 켜면 주행 가능거리가 단축된다는 점을 고려해 일단 충전부터 하기로 했다.
 
 
한국GM의 볼트EV(위)는 1회 충전 시 최장주행 거리(383㎞)를 환경부로부터 인증받았다. [문희철 기자]

한국GM의 볼트EV(위)는 1회 충전 시 최장주행 거리(383㎞)를 환경부로부터 인증받았다. [문희철 기자]

환경부가 제공하는 전국 전기차 충전소 운영현황을 참고했다. 세종문화회관 인근 세종로 공영주차장이 가장 가까웠다. 주차장 지하 5층까지 내려와 전기차 충전기를 찾았다. 총 3대의 충전기가 있었는데 한 대는 차량공유서비스 ‘그린카’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충전기였고, 또 한 대는 충전코드가 맞지 않았다. 나머지 한 대는 전원이 꺼져있었다.
 
5가지 전기차 충전 국제표준(IEC) 중 한국에선 3가지(AC3상·DC차데모·DC콤보) 방식이 사용된다. 각 방식은 전원을 꼽는 핀이 달라 혼용할 수 없는데, 전원이 켜진 충전기는 AC3상과 DC차데모 방식 충전만 가능했다. 볼트EV는 DC콤보방식으로만 충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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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전원이 꺼진 충전기가 DC콤보 방식 충전을 지원했다. 주차장 관리소에 인터폰을 했지만 “관리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충전기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본 환경미화원은 “지하 4층에서도 전기차 충전기를 본 것 같다”고 조언했다. 세종로 지하주차장은 아래층(B5)에서 위층(B4)으로 이동이 불가능하다. 일단 다른 충전소를 찾기로 했다.
 
서울을 빠져나오자마자 다시 충전 가능한 곳을 검색했다. 문제는 환경부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충전방식 표기법과 민간기업이 만든 애플리케이션(EV충전소)의 표기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동 중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은 충전유형을 ‘듀얼형’과 ‘트리플형’으로 구분한다. 이 유형의 차이에 대한 설명은 없다. 따라서 DC콤보방식이 이 중 무슨 유형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이동 가능거리가 45㎞ 남았음을 표시하는 계기판. [문희철 기자]

이동 가능거리가 45㎞ 남았음을 표시하는 계기판. [문희철 기자]

 
일단 가장 가까운 충전시설로 향했다. ‘EV충전소’ 앱은 이마트 보라점(경기 용인)에 듀얼형 충전기가 있다고 알려줬다. 이마트 보라점 3층 주차장에는 충전기 3대가 있었다. 하지만 2대는 BMW의 전기차 i3 전용 충전기였고, 1대는 AC3상·DC차데모 방식만 지원했다.
 
또다시 충전에 실패하자 불안해졌다. ‘EV충전소’ 앱에 따르면, 총면적 539.84㎢인 대전광역시엔 충전시설이 단 3개다. 배터리를 전부 소모한 뒤 대전까지 가서 충전을 못하면 난감하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트레일러를 불러서 견인해야 한다”던 한국GM의 경고가 뇌리를 스쳤다.
 
마침 가는 길목에 세종특별자치시가 있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세종시를 ‘수소·전기차 메카도시’라고 홍보한다. 견인 사태 방지를 위해 일단 목적지를 세종시로 변경했다.
 
‘EV충전소’ 앱에 따르면 정부종합청사 6동 앞 종합안내실 우측에 충전시설이 있다. 하지만 ‘전기차 메카’도 휴일은 개점 휴업이었다. 정부청사 관계자는 “매주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는 출입이 통제된다”고 설명했다.
 
머리가 하얘졌다. 남아있는 주행가능 거리는 42㎞에 불과했다. 서울로 되돌아오려면 어떻게든 세종시에서 충전을 해야만 했다. 수소문하다가 “4동(기획재정부 건물) 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본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는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검색되지 않는 충전 시설이다.
 
4동 역시 쇠창살로 굳게 막혀 있었다. 신분을 밝히면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됐다’고 통사정하고 주차장 진입 허가를 받았다. 3전4기만에 충전을 시작했다. 완속충전기였다. 2시간1분 동안 충전했지만 추가로 얻은 주행거리는 겨우 78㎞.
 
서울로 되돌아오려면 선택권은 2가지였다. 텅 빈 정부청사에서 충전하면서 서너 시간을 더 기다리는 방법과 대전으로 가서 급속충전기를 찾는 방법.
 
 
불안한 마음을 안고 후자를 택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최대한 액셀러레이터를 덜 밟아가면서 36㎞ 떨어진 홈플러스 대전탄방점에 도착했다. 이마트·홈플러스·공영주차장 모두 건물 안에서 충전시설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설치되지 않아 충전기를 찾는 마지막 순간까지 불안함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이곳에서 처음 급속충전에 성공했다. 2시간이면 완충된다고 했지만, 84㎞였던 주행가능거리는 급속 충전후 266㎞로 늘어나다가 멈춰 있었다.
 
최장 주행거리(383㎞)까지 완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국GM은 “충전기기 오류로 추정된다”며 “충전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충전이 중간에 멈추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자체로만 평가하자면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불필요한 진동·기계음이 없어 장시간 운전해도 피로감이 훨씬 덜하고 가속 성능도 매우 훌륭했다. 실내 인테리어에 굳이 비싼 가죽 재질을 사용하지 않아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보조금을 최대로 받으면 2776만원에 차를 살 수 있다.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행 인프라가 미비해 전기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했다간 봉변을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사진=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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