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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 "세월호의 직접적 침몰 원인 제대로 밝혀져야"

커다란 슬픔과 의문부호를 품에 안은 세월호가 9일 마침내 뭍으로 올라왔다.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은 지 1089일 만이다. 여객선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고철 덩어리 형체로 돌아왔지만 아직 수습하지 못한 아이들 9명의 행방과 명확한 사고원인을 밝힐 실마리가 그 안에 들어 있다.


소설가 김훈(69) 역시 세월호 침몰원인에 대한 정부(검찰)의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진도 맹골수도에서 세월호가 인양되기 직전까지 동거차도 등 현장을 4박 5일간 지키다 돌아왔다. "(세월호가 인양되는 과정의)느낌을 속에 좀 간직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31일 김씨의 일산 작업실을 찾았다. 사고 원인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소설가 김훈. "세월호를 건저냈으니 명확한 침몰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중앙포토] 

소설가 김훈. "세월호를 건저냈으니 명확한 침몰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중앙포토]

언제부턴가 당대 현안에 대해 부쩍 관심을 표명했다.
"사회적 발언이나 행동이라는, 거창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고, 그냥 내 삶의 이유, 살아가면서 느끼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2014년 10월 몇몇 글 쓰는 동료들하고 버스 타고 팽목항에 갔던 것은 내가 주도해서 간 게 아니고, 나는 그냥 업혀서 간 거다. 그 모임의 대표성이 나한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내가 늙은이로서 연장자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모임은 그냥 작가들끼리 모여 얘기하다 그냥, 가자, 그래서 간 거지, 큰 의미나 계획을 가지고 간 건 아니다. 막상 가보니 참 많은 걸 알게 됐다. 너무나 끔찍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런 것들은 직접 보지 않으면 참 짐작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이번에 팽목항을 다시 찾은 날은 마침 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날이었다."
아이러니를 느꼈겠다.
"오늘(3월 31일)은 배(세월호)가 목포로 들어왔잖아. 배가 낮에 들어오니깐 대통령이 감옥으로 가더라고(구속을 의미). ‘거 참 이상하다. 왜 하필 시간이 겹칠까’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팽목항에는 꽃이 피고 매화가 피고 산수유가 피고 동백은 벌써 펴서 지기 시작했더구만. 그리고 냉이가 올라오고 쑥이 올라오고. 아름다운 산천인데, 그렇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니까 참 인간사가 더 처참해 보였다, 인간사가."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검찰이 가장 유력한 침몰 원인으로 밝힌 것은 급변침이다. 배를 너무 급하게 돌려서 배가 고꾸라졌다 이거지. 그 나머지 침몰 원인으로 든 것들은 다 부수적인 원인들이다. 과적을 했네, 고박을 덜 했네, 평형수를 뺐네, 이런 것들이 물론 침몰의 원인이겠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찰이 밝힌 직접 원인은 배를 급하게 확 돌려서 자동차가 급 커브 돌면 뒤집히듯 배가 뒤집혔다는 거다. 뒤집히니까 침몰했다는 거고. 그런데 배가 가라앉은 장소는 사고 당일 전혀 바람이 없었고 바다가 조용했다. 그리고 그곳은 정기항로여서 세월호가 매일 다니던 길이다. 급변침을 했다면 이유가 있을 텐데, 갑자기 무슨 장애물이 나타나 급변침을 했다든지, 아니면 배의 기어 장치 자체에 고장이 나서 조타수가 급변침할 의사가 없었음에서 불구하고 기계 고장으로 저절로 돌아갔다든지. 그런데 그런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그냥 급변침 때문에 배가 뒤집혔고 그래서 물에 빠졌다고 하는 건 참 납득하기 어려운 거다. 고박불량이나 평형수 부족, 과적 등은 배가 더 빠르게 침몰할 수 있는 원인은 됐겠지. 그러나 직접적 원인은 아닌데, 정작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으니까 잠수함이 들이박았는 둥 괴담이 나오는 거다."
배를 건졌으니 명확한 침몰 원인이 밝혀낼 수 있을까.
"과연 밝혀질 수 있을지…. 기대하는 거지, 밝혀지기를."
세월호의 비극이 결국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오늘 여기까지 그 일이 이어진 거다. 참 비극적인 일이지."
곧 새 대통령을 뽑는데,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하나.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동안의 사회적인 갈등이라든지 대립, 이런 것들이 좀 통합이 되고 융합이 되서 그 리더십 밑으로 뭉쳐야 되는데, 지금까지 역대 선거를 보면 그렇지가 않았다. 권력을 상실한 세력이 의지할 곳 없는 정치적인 낭인이 되서 항상 적대하고 반대하는 세력으로 남곤 했다. 그러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거다. 대선을 치르면 또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그러니까 끝없는 적대관계가 계속되온 거다. 그런 현상은 내가 사는 경기도, 지방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 끝나면 실패한 세력들은 계속 반대세력으로 남는다. 앙앙불락하고, 적대하고 그러다 갈등이 점점 증폭된다. 그러니까 선거가 그런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좀 전개가 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말처럼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인간의 여러 사안들을 이데올로기의 틀에다 넣어가지고 재단을 하는 게 문제다. 속된 말로 진보네 보수네, 무슨 좌익이네 우익이네, 하는. 이런 썩어빠진 프레임에다가 넣고 대립을 하다보니 인간의 상식과 어떤 교양, 일상의 구체성, 이런 것에서 점점 멀어지고 아무런 실감이 없는 정치 슬로건이 난무하게 되는 거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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