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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전교 1등 비결? 사교육 도움 받았지만 혼자 복습하며 실력 키워”

한국은 ‘사교육 공화국’이란 표현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학생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는다. 만 15세 한국 학생들이 받는 사교육은 일주일당 평균 3.6시간(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사교육 시간이 가장 길다. 회원국 평균(0.6시간)의 6배에 이른다. 지난달 14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 중 67.8%가 사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사교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쓴다고 해서 저절로 우등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본지는 2013년 6월 이후 ‘열려라 공부’(전교 1등의 책상)에 소개된 각 고등학교 문·이과 1등 8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사교육 시간과 활용방식을 분석했다. 학업이 뛰어난 학생들은 사교육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자료: 열려라공부에 소개한 전교 1등 80명 분석,통계청 2014 생활시간조사,교육부 2016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자료: 열려라공부에 소개한 전교 1등 80명 분석,통계청 2014 생활시간조사,교육부 2016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전교 1등 중 사교육을 받는 비율은 전체 학생 평균보다 높았다. 본지에 소개된 전교 1등 80명 중 61명(76.3%)이 인터뷰 당시 학원·개인교습 등을 받고 있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학교 재학생(682곳·20%는 특성화고) 중 52.4%가 사교육을 받았다. 사교육을 받는 시간도 전교 1등이 전체 학생 평균보다 길었다. 주당 6.5시간으로 전체 고등학생(주당 4.6시간)보다 2시간 가까이 많았다.
 
그렇다면 전교 1등은 사교육 덕분에 좋은 성적을 받게 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이다.
 
※자료: 열려라공부에 소개한 전교 1등 80명 분석,통계청 2014 생활시간조사,교육부 2016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자료: 열려라공부에 소개한 전교 1등 80명 분석,통계청 2014 생활시간조사,교육부 2016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전교 1등은 사교육 시간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자율학습)이 월등히 많다. 이들은 평일엔 평균 4.7시간, 주말엔 7.1시간 정도 혼자 공부했다. 일주일로 치면 혼자 공부한 시간이 37.7시간에 이른다. 학원·개인교습 등 사교육을 받은 시간의 5.8배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사교육 시간에 6배
 
류현호(左), 황지현(右)

류현호(左), 황지현(右)

서울 정신여고 전교 1등 출신으로 서울대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2학년인 황지현(20)씨의 경험을 보자. 황씨는 고2 때 국어·수학·생물학원을 다녔다. 그런데 “학원을 다녀와선 이를 복습해 ‘내 것’으로 소화하는 데 학원 수업 시간의 두세 배 이상을 썼다”고 말한다. 여기에 학교 공부까지 챙기다 보면 자정까지 공부할 때도 잦았다고 한다. 황씨는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친구를 보면 대개 학원이 끝나고선 다시 교재를 들여다보지 않더라”고 했다. 학원 수업 들은 것을 ‘공부했다’고 착각하는 대신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조언인 셈이다.
 
전교 1등에게 사교육은 본인의 필요와 판단에 따른 ‘선택’이었다. 부모의 권유나 주변의 입소문 등에 의지하지 않았다. 교사들은 이를 ‘메타인지’라는 개념을 들어 설명한다. 안광복 중동고 교사는 “최상위권 학생은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메타인지적 지식’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학원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교육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올해 서울대 의예과에 입학한 류현호(19·단국대부설고 졸업)씨도 그렇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수학학원에 등록했다. 류씨는 “부모님은 아무 말씀이 없었지만 어려운 문제를 풀어 보고 싶은 마음에 내가 ‘다니게 해 달라’고 졸랐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이후에도 학원을 다닐지 말지, 어떤 과목을 배울지를 모두 직접 결정했다고 한다. 류씨는 “먼저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수준에 맞는 곳을 선택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교육을 받더라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자습 시간을 늘리는 것이 전교 1등의 공통점이었다. 자습 시간을 늘리기 위해 사교육을 중단할 정도다. 2015년 치러진 대입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최민주(20·서울대 경제학부)씨가 이런 사례다. 최씨는 고3에 올라가면서 학원 교습을 중단했다. 혼자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고난도 문제 중에서 이해가 안 되면 최대한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탐구력이나 문제해결력이 좋아졌다”고 했다. “덕분에 모의고사 때보다 수능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동고 2학년 하수종(17)군도 중학교 때부터 다닌 수학학원을 고교 입학 직전에 그만뒀다. 하군은 그 이유에 대해 “학원에서는 문제를 빨리 푸는 기술을 익히는 데 집중하는 것 같다. 기본 개념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학원을 그만둔 뒤 하군의 수학 성적은 오히려 이전보다 올랐다.
 
부모들도 사교육 효과 맹신하지 않아
 
전교 1등 부모들도 ‘사교육 효과를 맹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녀와 비슷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학원 순례’를 시키는 조기 사교육이 유행이지만 전교 1등 부모 중엔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이가 많았다.
※자료: 열려라공부에 소개한 전교 1등 80명 분석,통계청 2014 생활시간조사,교육부 2016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자료: 열려라공부에 소개한 전교 1등 80명 분석,통계청 2014 생활시간조사,교육부 2016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올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들어간 권승빈(19·하나고 졸업)씨의 엄마 김미경(47·경기도 용인)씨의 경험을 보자. 김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집에서 2시간씩 차분히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도왔다. 이 덕분에 아들은 고교 3년 내내 학원을 안 다니고 학교 수업 중심으로 공부했다. 학원을 안 다니니 오히려 학교 수업에 집중하게 됐다. 궁금한 내용은 쉬는 시간에 교사에게 물어 해결했다. 김씨는 “사교육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학원에 집착하는 대신 혼자 공부하는 힘을 키운 게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지켜본 교육 현장 전문가들은 “자녀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사교육은 오히려 학습 흥미를 떨어뜨린다”고 입을 모은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대치동에서 어렸을 때부터 과도하게 학원을 다니며 자란 학생은 학교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교육의 보완재 성격으로 사교육을 어느 정도 활용하는 것은 모르지만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자녀의 발달이나 인격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자녀의 성향과 수준·의지에 맞지 않는 사교육은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조언했다. 
 
● 달라지는 ‘전교 1등의 책상’
‘전교 1등의 책상’은 본지 ‘열려라 공부’ 섹션에서 2013년 6월 5일 시작한 코너입니다. 지금까지 고교로부터 전교 1등을 추천받아 그들의 핵심 공부법, 생활습관, 사용교재, 하루일과 등을 소개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이와 함께 학생들의 교내활동과 학교생활기록부 관리법 등을 추가로 다룹니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교과(내신 성적)뿐 아니라 동아리·진로개발·독서 등 비교과 활동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우등생들의 학교 프로그램 활용법을 통해 학종 준비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 드립니다. 한층 새로워진 ‘전교 1등의 책상’은 월 1~2회 지면에 연재합니다.
 
전민희·정현진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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