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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누리는 이여, 지불하라

백재열중앙대 대학원문화예술콘텐츠 전공

백재열중앙대 대학원문화예술콘텐츠 전공

중학생 때였다. 짝꿍 여학생이 내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이리저리 들여다보았다. 휴대전화를 돌려주며 그는 MP3 파일이 많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나는 “멜론이나 벅스뮤직 같은 유료 음원 서비스에서 파일을 다운받을 용돈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넌 MP3 파일을 돈 주고 다운받아?” 지금까지 그 여학생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내가 ‘촌놈’이 된 것 같았다.
 
고등학생 때 전국적으로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DS’가 유행했다. 나도 하나 구입해 동생과 함께 게임을 했다. 그런데 게임을 하려면 3만~4만원 정도 하는 칩을 따로 사야 했다. 부족한 용돈을 한참 모아야 하는 액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이 내게 ‘R4’라는 칩을 사달라고 졸랐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십 가지 닌텐도 게임을 공짜로 내려받아 플레이할 수 있는 불법 개조 칩이었다. 동생은 친구들 대부분이 이 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내 주변에서도 정품 칩을 사용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하숙집 주인 아저씨는 본인이 먼저 나서서 아이 게임기에 불법 개조 칩을 넣어 주기까지 했다. 게이밍마다 일일이 돈을 지불해 온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콘텐트 산업이 갈수록 중시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산업 중 하나라고도 한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그걸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콘텐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평가는 아직 인색하기만 하다.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음악이나 영화·만화·게임 같은 디지털·문화 콘텐트를 즐기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공짜 콘텐트를 즐기는 데 익숙해진 청소년들이 콘텐트 산업을 키우는 양질의 소비자가 되기는 어렵다. 개발자 역시 좋은 콘텐트로 돈을 벌겠다는 의욕을 가질 수 없다. 이래선 문화강국은 ‘그림의 떡’이다.
 
나도 모든 콘텐트를 사서 즐기진 않는다. 저작권에 위배되는 유튜브 영상을 아무 생각 없이 보거나, 친구에게 부탁해 불법 다운로드 영화를 감상하기도 한다. 그래도 저작권의 가치를 지불하고 즐기는 ‘굿 다운로더(Good Downloader)’가 되려고 애를 쓴다. 대부분의 음악과 영화는 전문사이트에 월정액을 내고 내려받는다.
 
이제 불법이자 비도덕적인 콘텐트 소비를 돈을 아끼는 노하우이자 융통성으로 여기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누리는 만큼 지불하면 된다.
 
백재열 중앙대 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 전공 


◆ 대학생 칼럼 보낼 곳=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www.facebook.com/icolumnist) 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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