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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 인간의사와 진단 같나? 직장암 85%, 폐암 18% 일치

5일 문을 연 대전 건양대병원 ‘인공지능 암 진료실’에서 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SK C&C]

5일 문을 연 대전 건양대병원 ‘인공지능 암 진료실’에서 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SK C&C]

‘인공지능(AI) 의사’로 불리는 ‘왓슨’이 국내 대형 병원에 빠른 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5일 대전 건양대병원이 ‘인공지능 암 진료실’을 열고 왓슨을 통한 암 진료를 시작했다. 국내 병원 중 왓슨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국가보훈처 산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소속인 중앙보훈병원도 올해 상반기 중 왓슨을 도입할 것이라고 5일 발표했다. 이 밖에도 국내 병원 10여 곳이 왓슨 도입을 검토하는 등 ‘왓슨 병원’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왓슨 열풍으로 ‘AI 의사’가 ‘인간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클라우드 기반 왓슨의 진단과 치료법이 의사의 진료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병원 진료실에서 의사는 없고 대신 수퍼컴퓨터만 자리하는 날이 도래할 수 있을까. 병원계에 불어닥친 ‘왓슨 열풍’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 봤다.
 
수퍼컴퓨터 왓슨의 가장 큰 특징은 방대한 데이터와 정확한 검색이다. 1500만 페이지 분량의 의료 정보를 스스로 학습한(딥러닝) 왓슨은 몇 초면 모든 분석을 끝마친다. 왓슨을 도입한 병원에서는 “왓슨이 내놓는 진단법과 인간 의사의 판단이 대부분 일치한다”며 “왓슨을 통해 진단받은 환자들도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편의성과 정확도는 별개로 왓슨이 인간 의사를 모두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잘 짜인 치료법을 제안하는 것일 뿐 AI가 자발적으로 진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의사가 정확한 환자 정보를 입력해야만 더 정확한 치료법이 나온다”고 IBM은 강조한다.
 
왓슨을 만든 IBM왓슨헬스 본부장인 앤드루 노든 박사는 지난 3월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왓슨은 인간 의사의 가장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며 “방대한 환자 기록을 읽고 최적의 임상시험을 통해 병원·제약사를 연결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왓슨을 마치 ‘인간 의사’와 동급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는 뜻이다.
 
인도 마니팔병원이 지난해 유방암·대장암·직장암·폐암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간과 왓슨의 진단이 일치할 확률은 78%였다. 그러나 암별로 진단 일치 확률은 각기 달랐다.
 
직장암의 경우 85%가 일치했지만 폐암은 17.8%만 일치했다. 폐암 환자 10명에 대한 진단 중 2명의 진단만이 의사와 왓슨이 같았다는 것이다. 같은 유방암이더라도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67.9%가 일치했지만 HER2양성유방암의 경우 35%로 일치율이 낮았다.
 
병원서 왓슨 도입 비용 연간 10억원
 
 
‘AI 의사’ 왓슨은 국내 의료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는 왓슨 이용료를 별도로 낼 필요가 없다. 병원에서 이를 요구한다면 위법이다.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에 따르면 의사와 왓슨의 진단이 달랐을 때 환자 80%가 왓슨의 진단을 따랐다고 한다. 왓슨이 제안한 진단을 따랐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의료 전문 윤태중 변호사는 “환자는 기계 관리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병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고, 병원은 기계를 공급한 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왓슨을 도입한 곳은 모두 지방 병원이다.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은 “왓슨을 도입할 계획이 당분간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 병원들은 환자들이 다른 병원의 의견, 즉 ‘세컨드 오피니언’을 구하기 위해 수도권 병원까지 가는 것을 막으려고 유달리 적극적으로 왓슨을 도입하는 측면도 있다. 왓슨을 도입한 건양대병원의 최원준 원장은 “왓슨의 도입으로 지방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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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한 곳이 왓슨을 도입하는 데 연간 1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의료기기가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지방 병원 입장에서도 왓슨은 시도해 볼 만한 도전인 셈이다.
 
‘한국형 왓슨’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연세의료원은 지난달 29일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아임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10곳과 함께 ▶성인병 발생 예측 ▶센서 기반 척추질환 진단 ▶수술 환자 회복 개선 진단 등을 할 수 있는 ‘한국형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왓슨을 도입한 국내 병원
- 가천대 길병원(2016년 12월)
- 부산대병원(2017년 1월)
- 대구가톨릭대병원(2017년 3월)
-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2017년 3월)
- 대전 건양대병원(2017년 4월)
- 중앙보훈병원(상반기 중 도입 예정)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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