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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들이 사랑한 동네는?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대한민국 전체 인구(5107만9400명)의 19.4%(약 990만9400명)가 서울에 산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사는 사람은 전체 3.1%(약 159만740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재산이 공개된 4급 이상 고위 공직자 2351명의 경우 서울에 건물을 가진 이가 42.9%(1008명)였다. 서울 강남 3구에 건물을 보유한 이도 22.3%(525명)나 됐다.
 

그래픽_전국지도

 

그래픽_서울지도

 
고위 공직자들의 건물 보유 현황 전체 데이터를 보려면 클릭하세요


대한민국은 '조물주 위에 건물주'란 농담이 통용되는 곳이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서울, 그것도 땅값·집값 비싼 강남 3구에 건물이 있다는 의미는 크다. 엄청난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건물값이 올랐을 때 매매차익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의 범위를 주거용(주택·아파트)으로 좁히면 그 의미는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된다. 은 집값을 진입장벽 삼아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런 이유로 데이터 공개운동을 펴는 코드나무와 함께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그중에서도 '건물' 내역을 들여다 봤다. 보유 재산뿐 아니라 임차(전세 등) 재산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시킨 건 높은 임차 보증금 역시 해당 지역 진입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가 사랑한 동네는 서울 강남3구
 
고위 공직자가 보유하고 있거나 임차하고 있다고 신고한 건물 밀집 지역을 뽑아보니 상위 10개 동네 중 9개 동네가 서울 강남3구였다. 비(非) 강남 지역 중 10위 안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곳은 한강 조망권 덕에 전통인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9위)이었다. 11위~20위까지 범위를 넓혀도 이중 5개 지역은 강남3구였다.
건물 밀집지 톱10

건물 밀집지 톱10

 
법조인 모여 사는 서초동이 대망의 1위
 
고위 공직자들이 건물을 가장 많이 보유하거나 임차하고 있는 곳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이었다. 총 117명이 서초동 건물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법조인이 33%(39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위 공직자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서초동 아파트는 서울고등법원 맞은편에 있는 삼풍아파트로 총 18명이 보유, 3명이 임차 중이라고 신고했다. 이 중 13명이 법조인(판사 8명, 검사 4명)이었다. 보유·임차 신고액은 평균 9억5600만원이다.
 
삼풍아파트 다음은 서초래미안(5명 보유), 아크로비스타(4명 보유, 1명 임차) 등의 순이었다. 삼풍아파트에서 800m 떨어져 있는 서초래미안 신고액은 평균 10억9000만원, 2004년 지어진 주상복합 아파트인 아크로비스타 신고액은 평균 10억3200만원이었다(이상 공시가격 기준).


아파트

아파트

세 아파트 모두 매월 200만원씩 30년 넘게 저축을 해야 살 수 있는 가격대다. 절반을 대출 받는다고 해도 15년이 걸린다. 재산공개 기준액이 실거래가 보다 훨씬 낮은 공시가란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세 아파트를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은 30년보다 훨씬 길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에 건물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직군은 판·검사지만, 가장 비싼 건물을 보유한 건 국회의원이었다. 서초동 트라움하우스(공시가 44억4000만원)을 신고한 김세연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트라움하우스의 실거래가는 10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굴지의 기업인들이 갖고 있고, 단지 내에 200여명이 2개월 이상 생활할 수 있는 방공호가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도 인기 
 
 
서초동에 이어 고위 공직자가 건물을 많이 보유·임차하고 있는 동네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이었다. 서초동과 차이는 대치동에 건물이 있다고 신고한 고위 공직자 81명 중 38%(31명)가 임차인이란 점이다. 
 
학원가가 발달한 대치동은 원래 전·월세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아빠는 지방, 엄마·자녀는 대치동에 사는 경우가 많아 '지방 기러기아빠'라는 말이 돌 정도다. 이런 동네 특징은 고위 공직자 재산 내역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과외방, 과외교습소 등 사교육시설까지 합치면 대치동 학원수는 1000곳이 넘는다고 한다.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과외방, 과외교습소 등 사교육시설까지 합치면 대치동 학원수는 1000곳이 넘는다고 한다.

이 동네 고위 공직자 선호도 1위인 미도아파트의 경우 재산신고자 총 15명 가운데 6명이 임차인이었다. 3위인 은마아파트도 총 9명 중 4명이 임차인이었다. 1979년에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2011년 전기 케이블이 침수돼 단전·단수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던 곳이다.
 
반면 대치동 선호도 2위이자 재산 신고가가 가장 높은 동부센트레빌의 경우는 반대였다. 총 10명 가운데 9명이 이 아파트를 실제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고위 공직자 재산순위 1위(1678억8600만원)인 김병관 의원만 예외였다. 김 의원은 17억원을 내고 이 아파트를 빌려 살고 있다고 신고했다. 같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최현락 경찰청 치안감(16억4800만원), 윤준 서울고등법원판사(15억3600만원) 신고액보다 더 많은 액수다. 이렇게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임차보증금은 실거래가인 반면, 보유 평가액은 공시가이기 때문이다. 동부센트레빌 보유·임차액 평균은 15억2300만원으로 미도아파트(8억9600만원)보다 60% 높았다. 


강남의 신흥강자, 반포동은 거래량도 많아
 
대치동의 뒤를 이은 동네는 고위 공직자 71명이 건물을 보유·임차하고 있다고 신고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이었다. 반포동은 최근 몇년 사이 부동산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동네다. 1980년대 지어진 아파트가 대부분인 강남권에서 2000년대 후반 재건축된 새 아파트들이 모여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2009년 지어진 반포래미안퍼스티지·반포자이 등이 랜드마크다. 실제 재산 신고된 반포동 아파트 가운데 가장 비싼 곳은 이혜훈 의원이 임차한 래미안퍼스티지(21억원)이었다.


물론 다른 강남권 지역과 마찬가지로 재건축이 이슈인 아파트도 있다. 반포동에서 가장 많은 고위 공직자(8명)가 보유·임차하고 있는 반포주공아파트가 대표적이다. 1973년 지어져 40년이 넘은 아파트임에도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액이 평균 14억원에 달하는 것도 이같은 재건축 프리미엄 때문이다. 지난해 고위 공직자들이 건물을 가장 많이 사고 판 지역도 반포동(14건)이었는데, 이 역시 재건축 이슈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남3구

강남3구

 
관악구 신림동·봉천동이 톱 20위 안에 든 이유는
 
고위 공직자가 건물을 보유·임차하고 있는 동네 톱 20위 가운데 비(非) 강남 지역은 총 6곳이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9위), 영등포구 여의도동(12위), 양천구 목동(14위), 관악구 신림동(15위)·봉천동(17위), 중구 신당동(20위)이다. 


이촌동과 여의도동, 목동은 한강 조망권과 사교육 인프라 등 때문에 전통적으로 집값이 높은 지역이다. 그렇다면 신림·봉천동과 신당동은 왜 인기가 높을까. 
 
서울대 인근인 신림동·봉천동은 소위 '고시촌'이 넓게 형성됐던 지역이다. 하지만 내년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고시촌이 '1인가구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이 이 지역 건물을 보유·임차하고 있는 세부 내역을 보면 이같은 동네의 특징이 읽힌다. 지방 고위 공직자 본인 혹은 배우자·자녀가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 등을 임차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김윤진 경기도의원, 김동남 충남 당진시장, 김갑섭 전라남도 행정부시장, 강정희 전라남도의원, 현정화 제주도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신당동의 경우 고위 공직자들이 보유·임차하고 있는 건물 대부분이 지하철 3호선 약수역 인근이다. 법적으론 신당동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약수·옥수동 생활권이다. 약수·옥수동은 한강만 건너면 압구정동으로 이어지는 '강남 배후지'로, 최근 부동산값이 급등한 동네다.
 
서울 외 지역으로 고위 공직자 보유·임차 건물 밀집지 상위에 이름을 올린 곳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23위), 대전 서구 둔산동(24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30위), 세종시 종촌동(31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35위), 부산 해운대구 우동(40위) 등이었다. 
 
대전과 세종·과천은 정부청사가 위치한 지역이다. 분당 정자동과 안양 관양동은 아파트가 밀집한 신도시, 부산 해운대 우동은 마린시티를 중심으로 고가의 아파트가 밀집해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동네다. 
 
최고가 아파트는 강남3구에, 최고가 건물은 시내 곳곳에
 
비싼 아파트

비싼 아파트

고위 공직자가 보유한 최고가 상위 5개 아파트는 서울 강남·서초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고위 공직자가 보유한 최고가 건물은 서울 시내 곳곳 뿐 아니라 지역에도 흩어져 있었다. 고위 공직자들이 서울 강남3구를 '주거지'로 선호한다는 얘기다.
 
비싼 건물

비싼 건물

기사=정선언·조혜경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개발=전기환·원나연
디자인=김하온
도움말=코드나무 김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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