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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칼럼] 한국을 둘러싼 역사 주기 5개의 종언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요즘 내가 만나는 한국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들이 이처럼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나는 예전에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혼란 속에 빠졌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웃음 속에서 일상생활을 평소처럼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에게 닥칠 미래를 예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의 우려를 논리 정연하게 표현조차 못하고 있다.
 
한국을 둘러싼 5개의 역사 주기가 거의 한꺼번에 끝나고 있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인들은 가게나 기업의 폐업, 반정부 시위를 현 행정부의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문화, 가치체계의 변화를 살필 필요가 있다. 변화는 거대하기에 오히려 눈에 안 보일 수도 있지만 그 파장은 극심하다.
 
한국이 직면한 가장 짧은 역사 주기는 스캔들로 인해 종료된, 원래는 5년인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다. 한국 정치에서 이 5년 주기의 끝은 예측하는 게 쉬운 편이다. 관료와 시민들이 보기에 정부가 권위를 상실하는 것으로 끝난다.
 
또한 보다 큰 주기인 보수주의 리더십의 주기도 고통스럽게 닫히고 있다. 규제 완화와 관료들의 힘을 빼앗음으로써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허풍스러운 약속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한국의 인프라와 제도가 입은 손상의 전모도 드러날 것이다.
 
국내 분위기나 한국이 나아갈 방향의 측면에선 심도 있는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강력한 전환의 결과로 우리는 한국 정치에 대한 우리의 여러 가정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욱 큰 주기는 한국의 경제구조와 관련돼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완제품을 수출해 고성장을 유지하는 구조 또한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 1960년대에 팽배했던 생각은 노동력과 자체 생산한 플라스틱·철강을 결합하면 끝없는 경제 성장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제는 빠른 속도로 권위를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을 스마트폰이나 선박 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줄어든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이들 분야가 사양산업에 속한다는 데 있다. 점점 더 그렇다.
 
한국인들은 수출 주도 경제 성장이 상수라고 가정했다. 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혁신을 추구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 예산을 사양산업에 쏟아부어도 필연적인 것을 연기할 수는 없다. 60년대 한국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국내 농업 생산을 증가시키고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킬 것인가’였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더 큰 주기가 곧 끝에 접근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글로벌리즘이라는 비전과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둔 글로벌 거버넌스를 위해 헌신했다. 얄타회담(1945)으로 시작된 이 주기는 45년 유엔의 창설로 제도화됐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마치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서 지는 것처럼 자연스럽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역사적 뿌리를 보면 미국은 원래 고립주의적인 나라였다. 15년에 걸친 대외 전쟁에 따른 부담 때문에 미국 국내 분위기는 국내 어젠다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분위기 변화는 결정적이다. 경제 민족주의는 세계 곳곳으로 계속 퍼져 나갈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인들은 국내 경제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다른 선택이 없다.
 
지금 이 순간 종말을 앞둔 마지막 역사 주기는 세계 경제와 보편적 문화규범에서 차지하는 서구의 지배적인 위상이다. 영국은 제1차 아편전쟁(1839~1842)에서 중국에 모욕감을 줬다. 배타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새로운 산업 기술을 사용해 국제사회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확립한 것이다. 아편전쟁 이후 아시아 사람들은 150여 년 동안 자신들의 정체성을 정의하기 위해 분투했다.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 전체가 빠른 속도로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아편전쟁 이전까지 중국의 제도가 쇠퇴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과 서유럽의 제도 또한 쇠퇴하고 있다.
 
중국과 아시아 전체가 19세기 이전 혹은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차지했던 글로벌 경제 비중을 회복했다. 이러한 지정학적 대전환을 전 세계인이 느끼는 가운데 우리는 향후 10년 동안 문화와 가치가 대규모로 변모하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5대 주기의 종언이 자연스럽고 영원할 것으로 보였던 규칙들을 본질적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변화의 원인을 단기적인 주기에서 찾고 장기적인 주기의 전환은 못 본 척한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불확실성은 보다 거대한 변환의 산물이다. 한국의 지식인들이 변화에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갈수록 혼란은 심화될 것이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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