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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잘 만났거나, 결혼을 잘 했거나"

재산이 많은 건 죄가 아니다. 운 좋게 부자 부모를 만났을 수도 있고, 본인 노력으로 당대에 큰돈을 벌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고위 공직자 재산을 들여다보는 건 혹여 재산 형성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사회는 감시하고 본인은 경계하자는 취지다. 감시와 경계의 대상엔 고위 공직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도 포함된다. 가족이 고위 공직자를 팔아 부당하게 부를 쌓거나 부당한 재산 형성의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부자인 진짜 '금수저'는 
자녀가 부자인 고위 공직자

자녀가 부자인 고위 공직자

 


[인터렉티브 차트] 진짜 '금수저'를 찾아라…고위 공직자 가족 재산 비교 


미국 컨설팅업체 매켄지가 지난해 25개 선진국의 2005년~2014년 가계소득을 분석한 결과 10가구 중 6, 7가구는 실질 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하다는 얘기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부모보다 잘사는 건 포기했다. 부모만큼만이라도 살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 자녀 가운데는 어머니 혹은 아버지보다 재산이 많은 경우도 적잖았다. 면면을 들여다보니 할아버지 대부터 부자인 진짜 '금수저'들이었다.
 
23일 공개된 2351명의 고위 공직자의 자녀 중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은 김동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두 자녀다. 두 자녀의 재산은 총 55억6200만원으로, 김 판사의 재산(26억9700만원)보다 많다. 김 판사의 두 자녀는 각각 서울 삼성동과 신사동의 건물을 어머니와 공동 소유하고 있다. 두 자녀가 보유 중인 건물의 평가금액은 18억~23억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부장판사의 아버지도 법조인이다. 본인과 부인 집안이 다 상당한 재력가"라고 말했다.
 
2위는 최상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두 자녀다. 이들의 재산은 49억5299만원이다. 각각 서울 대치동과 옥수동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 서울 신사동에 부모와 공동 소유의 건물도 있다. 최 부장판사의 부인 황현지씨는 포항에 기반을 둔 대아그룹 고(故) 황대봉 회장의 딸이다. "기업인들은 법조인 사위를 좋아한다"는 속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3위는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의 자녀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박 의원은 1983년 건설업에 뛰어들어 큰 재산을 모았다. 박 의원의 경우 장남은 고지를 거부했고 장녀와 차남 재산만 공개했다. 차남의 재산은 28억6500만원이다. 최근 1년 사이 어머니로부터 서울 잠실의 상가를 증여받아 재산이 급증했다.  
 
4위는 공영애 자유한국당 경기도의원의 두 자녀가 차지했다. 이들은 경기도 화성과 서울 묵동에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약사 출신인 공 의원은 60여전 년부터 경기도 화성에서 약방을 운영해온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았다. 
 
재산이 많은 고위 공직자 자녀 대부분이 아파트나 건물 같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5위를 차지한 오영호 경남 의령군수의 장남(22억3000만원)은 28억1000만원 상당의 돼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오 군수 역시 군수 취임 전엔 양돈업을 했다. 


자녀 빚 많은 고위 공직자

자녀 빚 많은 고위 공직자

 
고위 공직자 자녀 일부는 '빚부자 자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각각 1억5000만~5억8000만원대 빚을 지고 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이들의 빚을 들여다보면 '빚부자'라고만 부르기는 어렵다. 부동산과 함께 금융기관 채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파트 같은 부동산을 사면서 담보 대출을 받았다는 얘기다. 관보에는 '주거 관련 금융기관 채무' 혹은 '아파트 대출'로 적시돼 있다.
 
고위 공직자 배우자는 부동산 부자
그래픽_배우자

그래픽_배우자

 
 
배우자의 재산이 고위 공직자 본인 재산보다 많은 경우도 꽤 많았다. 
 
배우자 재산이 가장 많은 공직자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창업한 게임회사를 NHN에 매각해 큰돈을 벌었다. 본인 재산 1511억3500만원 대부분이 웹젠 주식(1410억5300만원)이다. 김 의원의 배우자 역시 카카오 주식 18만6661주를 보유한 '주식 부자'였다. 그러다 최근 1년 사이 이 주식을 전량 매각해 예금이 117억9000만원으로 늘었다. 


반면 김 의원 부부는 본인 소유 부동산은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김 의원 명의의 서울 대치동 전세 아파트와 경기도 분당의 임차 사무실(지역구 사무실), 부인 명의의 서울 고덕동과 경기도 분당의 전세 아파트만 신고했다. 부자 고위 공직자 대부분이 여러 개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다른 대목이다. 
 
김 의원 부인의 뒤를 이은 건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의 부인 이홍채씨다. 이씨는 140억원 가량의 예금과 함께 7억여원에 상당하는 아파트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최 의원은 검찰 요직 중 하나인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이고, 부인 이씨는 고(故) 이차우 한민내장 회장의 차녀다. 한민내장은 자동차 내장재를 현대차에 납품하는 업체다. 이차우 회장은 딸만 넷을 뒀는데, 사위들이 다 의사, 검사 출신 국회의원, 변호사 등이다.
 
3위는 임용택 전 한국기계연구원장의 부인(154억6300만원), 4위는 박덕흠 의원의 부인(148억3600만원), 5위는 허성주 서울대치과병원장의 부인(132억2900만원)이 차지했다. 모두 아파트와 상가·전답 등 다양한 종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박 의원 부인 최영숙씨는 강원도 홍천군 구만리 일대 전답과 임야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홍천 구만리는 박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원하레저가 골프장을 짓기 위해 사업 계획 승인을 받았던 지역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해 2014년 강원도가 인허가를 취소했다.
고가 헬스 회원권 가진 고위 공직자

고가 헬스 회원권 가진 고위 공직자

 
고위 공직자 배우자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는 헬스 회원권이다. 고위 공직자가 신고한 재산 대부분은 고가일수록 본인 명의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헬스 회원권은 예외다. 배우자가 고위 공무원 본인보다 고가의 회원권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상욱 자유한국당 의원과 최상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부인이 1억5000만원 상당의 호텔 헬스 회원권을 보유해 이 분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지 의원의 부인은 유명 탤런트 출신인 심은하씨다. 심씨는 반얀트리호텔 헬스 회원권을, 대아그룹 고(故) 황대봉 회장의 딸인 최 부장판사 부인은 신라호텔 헬스 회원권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3~6위에 이름을 올린 고위 공직자 부인 역시 유명 기업인의 딸이거나 고위 공직자의 딸로 기업가 집안 며느리가 된 경우였다. 기업인과 고위 공직자가 혼맥으로 연결되는 현실이 재산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된 셈이다.
 
난해 아들이 의무경찰 복무 2달여 만에 운전병으로 발탁돼 특혜 의혹을 받았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딸만 넷인 고(故) 이상달 전 정강중기건설 회장의 사위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까지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3년 연속 재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혼인'으로 한 배를 탄 경제 권력과 정치 권력은 다음 세대로 부를 대물림한다. 고위 공직자 자녀 재산 데이터는 이를 보여준다. 
 
국회의원은 본인이 부자, 판사는 배우자가 부자
고위 공직자 직종별 평균 가족 재산

고위 공직자 직종별 평균 가족 재산

  
같은 부자 고위 공무원이라도 직종별 차이는 있었다. 전체 평균과 비교해 국회의원은 본인이, 판사는 배우자가 재산이 많았다. 검사는 본인보다 배우자의 재산이 더 많았다. 
 
기사=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개발=전기환·원나연
디자인=김하온 
도움말=코드나무 김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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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