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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핵시설 호텔 노트북 때문에 지도에서 사라져

기자
손영동 사진 손영동
2004년 4월 22일 북한 남포로 향하는 화물열차가 용천역에서 폭발해 열차에 타고 있던 시리아 과학자 12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 과학자들은 이란 나탄즈 핵(核)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었다. 열차에는 핵 관련 장비도 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스라엘은 2006년부터 수상한 화물을 실은 정체불명의 선박들이 북한과 시리아를 오간 수많은 정황을 포착하고 시리아가 북한으로부터 핵기술을 이전받고 있다고 의심했다.

그러던 차에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 미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나 핵물질을 다른 국가나 단체에 이전한다면 미국에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겠다”는 강경한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미국에 이란과 시리아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 보유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전례가 있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 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시리아의 고위직 관료가 런던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라는 첩보를 접하고 모사드 요원을 급파했다. 호텔 방에 잠입한 모사드 요원은 이 관료의 노트북 컴퓨터에 스파이웨어를 몰래 설치하고 빠져나왔다. 이 노트북에서 핵시설 건설계획과 이메일 등이 쏟아졌다. 북한 핵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알려진 인물이 시리아 원자력위원회 국장과 함께 찍은 사진도 나왔다.

이후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깊숙한 곳에 조성되고 있는 시설이 북한 영변에 있는 흑연감속로와 거의 흡사한 원자로임을 확인했다.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한 플루토늄 생산 공정시설이 북한의 도움을 받아 상당 수준 건립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을 받은 시리아 핵 의혹 시설(왼쪽, 8월 10일 촬영), 시리아는 핵시설 의혹을 부인했지만 공습 이후 잔해를 정리해(오른쪽. 10월24일 촬영), 증거를 은폐한다는 의혹을 키웠다. [사진 중앙포토]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을 받은 시리아 핵 의혹 시설(왼쪽, 8월 10일 촬영), 시리아는 핵시설 의혹을 부인했지만 공습 이후 잔해를 정리해(오른쪽. 10월24일 촬영), 증거를 은폐한다는 의혹을 키웠다. [사진 중앙포토]


2007년 2월 서방으로 망명한 이란의 전 국방차관은 “북한과의 협력으로 시작된 시리아 핵개발에 이란이 협조하고 있다”며 북한-시리아-이란의 삼각 협력관계를 폭로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자체 첩보로 알키바르 원자로 시설은 이란이 시리아에 건설 중인 중수로의 예비시설이며, 이란이 10억 달러를 지원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이스라엘의 ‘오차드(Orchard)‘ 공습작전으로 이어졌다. 2007년 9월 5일 밤 이스라엘 특공대원들은 시리아 군복으로 갈아입고 이라크 북부 국경선을 넘어 시리아 영토로 잠입해 대기했다. 그들은 전투기를 목표물로 유도해주는 레이저 유도장비와 시리아 방공시스템을 교란시킬 전자장비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공군기지에선 최정예 공격부대인 69비행전단의 F-15I 전폭기 10대가 지중해 방향으로 출격했다. 이륙 후 이 중 7대가 시리아 영공으로 넘어갔고, 18분을 더 날아가 농업연구센터로 위장한 알키바르 핵시설에 공대지 미사일과 폭탄을 퍼부어 잿더미로 만들었다. 수개월 전부터 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던 이스라엘의 인공위성이 시리아의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었음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해주었다.

 
시리아 폭격에 나섰던 이스라엘 전폭기 F-15I, 한국은 이와 유사한 F-15K 전폭기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시리아 폭격에 나섰던 이스라엘 전폭기 F-15I, 한국은 이와 유사한 F-15K 전폭기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그런데 이스라엘의 전폭기가 시리아 영공에 있는 동안 시리아의 방공망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전폭기를 탐지하지 못했고 폭탄이 터지기 전까지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이스라엘은 시리아군 컴퓨터 네트워크에 악성코드를 침투시켜 시리아군이 무얼 하는지 알고 있었고, 레이더 시스템을 조작해 시리아군이 거짓 영상을 보고 있도록 했다.

사이버작전은 적들의 대응태세를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지만 잠재적으로는 적의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 위협적이다. 적의 네트워크에 침투해 지휘통제시스템을 마비시키거나 하위 무기시스템들 사이에 필요한 정보교환을 차단하고, 심지어 조작된 명령을 내보내 명령체계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방공망을 사이버를 이용한 전자교란으로 무능화시킴으로써 전폭기가 시리아 상공으로 침투해 그 어떤 방해나 손상도 없이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었다. 오차드 작전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첩보력과 군의 사이버 전자교란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작전은 한순간의 공습을 위해 치밀하게 짜여진 사이버작전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핵(核)보유국을 중심으로 사이버전력 확보를 위한 군비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들 국가는 사이버작전을 육ㆍ해ㆍ공을 관통하는 합동군사작전에 포함시켜 새로운 전술을 개척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핵ㆍ미사일과 사이버테러,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재래식 군이다. 세계적인 추세가 실제 무기를 활용한 물리적 작전과 함께 사이버공격으로 전후방 국가시설을 마비시키고 사회혼란을 가중시키는 고속 기동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군은 주둔지 방어차원에 머물러 있어 군의 태세가 느긋해도 너무 느긋해 보인다.

손영동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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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