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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10배 큰 아모레, 이젠 중화권 넘어 미국·유럽으로

20년 전 이맘때 태평양(아모레퍼시픽)의 수장이 바뀌었다. 1997년 3월 18일 창업자인 고 서성환 회장의 차남인 서경배(사진) 회장이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86년 화장품 수입이 전면 개방되면서 업계 경쟁이 절정인 시기였다.
 
당시 화장품 업계 1위였던 태평양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서 회장은 ‘선택과 집중’의 칼을 빼 들었다. 금융·패션·스포츠 등으로 확장했던 사업을 화장품 중심으로 재편했다. 태평양 증권, 태평양 전자, 야구팀 태평양 돌핀스, 태평양 패션 등 계열사를 줄줄이 매각했다. ‘화장품=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할 때였다.
자료:아모레퍼시픽

자료:아모레퍼시픽

 
20년이 지난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여전히 국내 화장품 업계 1위일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주요 뷰티 업체로 꼽힌다. 미국에서 보그·엘르와 함께 영향력 있는 패션 매체로 꼽히는 패션·뷰티 전문 일간지 WWD는 지난해 세계 100대 뷰티 기업 중 아모레퍼시픽을 12위로 선정했다. 매출은 10배 성장했다. 20년 전 6462억원에서 지난해 6조6976억원으로 뛰었다. 영업이익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522억에서 1조828억원으로, 21배 늘었다.
 
화장품에 ‘올 인(All in)’한 서 회장의 전략은 효과를 봤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초석이 된 세계 최초의 주름 개선 화장품 ‘아이오페’와 인삼을 활용한 세계 최초 한방 화장품인 ‘설화수’가 줄줄이 탄생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설화수·라네즈·마몽드·에뛰드하우스·이니스프리 등 5개다.
 
20년 전 취임 당시 서 회장은 “전 세계인의 핸드백 속에 아모레퍼시픽 립스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끊임없이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14개국에서 19개 국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만 3200곳이 넘는다. 96년 94억원에 불과했던 수출액은 지난해 1조6968억원으로 급증했다. 181배 성장했다. 2002년부터는 에이전트 없이 직접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서 회장이 생각하는 미래 먹거리는 해외에 있다. 99년 중국 상하이에 거점을 마련하며 발빠르게 움직인 덕에 현재 중국 매출은 1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당장 해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드 사태’가 장기화하면 타격을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아모레는 중화권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올 하반기 미국에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라네즈에 이어 이니스프리를 추가로 론칭한다. 중동시장 공략을 위해 두바이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올해 에뛰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시장엔 하반기 스킨케어 브랜드를 내놓는다.
 
양지혜 메르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장 이달부터 중국 매출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고, 해외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중국외 지역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미국 이니스프리 론칭 관련 비용 지출도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큰 고민이 있지만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 걸음 더 전진할 방법은 있다”는 것이 서 회장의 생각이다. 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개설하고 지난해 1308억원의 연구비를 들인 것도 ‘외풍을 견딜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다. 2008년 선보인 세계 최초의 ‘쿠션’ 화장품도 이런 노력의 결실이었다. 나아가 2020년까지 경기도 용인시에 대규모 뷰티산업단지를 건립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아시안 뷰티로 세상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로 원대한 기업(Great Company)을 향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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