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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타봤습니다]벤츠ㆍBMWㆍ렉서스 대체재 ‘볼보 S90’ 타봤습니다

 볼보자동차는 한 때 비운의 브랜드였다. 1927년 스웨덴에서 탄생한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로 수십년 간 인기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영난을 겪다 미국 포드(1999년), 중국 지리(2010년)로 주인이 바뀌었다. 그랬던 볼보가 쏘아올린 부활의 신호탄이 지난해 출시한 중형 세단 ‘S90’이다. 기존 볼보 세단 중 최상위급인 중형 세단 ‘S80’의 뒤를 잇는 신차다. 4기통 2000cc 디젤 엔진을 얹은 4륜구동 ‘S90 D5’를 타고 서울~인천 왕복 110㎞ 구간을 달렸다.

외관은 옆면을 가로지르는 둥근 어깨선에 각을 세우는 식으로 변화를 줬다. 실내는 기존 보수적 디자인에서 ‘반 발짝’ 앞서 나갔다. 돌려서 조정하는 다이얼식 시동 버튼, 공조 스위치를 적용하면서 실제 손에 닿는 부분만 오톨도톨한 촉감으로 가공한 식이다. 암레스트(팔걸이)는 물론 손에 닿는 대부분이 부드러운 가죽ㆍ원목 소재다. 내비게이션과 공조장치를 한 화면에서 모두 다룰 수 있도록 거의 모든 버튼을 앞좌석 가운데 터치 스크린에 집어 넣었다.

성능은 최고 출력 235마력, 최대 토크 48.9kgfㆍm. 경인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가속 페달을 꽉 밟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7초만에 도달하는 제원이 실감났다. 8단 자동변속기가 분당 엔진 회전수(RPM) 눈금을 쉴새 없이 떨어뜨렸다. 속도를 차곡차곡 쌓는 느낌이 자극적이지 않고 묵직했다. BMWㆍ아우디 동급 디젤 세단보다 조용하단 느낌을 받았다.
시속 60㎞로 달리면서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S90에 처음 적용한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를 체험했다. 시속 130㎞ 이하 속도에서 앞차가 없어도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자율주행하는 기능이다. 신호등에서 완전히 멈춘 뒤 출발하기도 했다. 급한 곡선도로가 아니면 차선을 벗어나는 일도 없었다. 차선에 닿을 때마다 차량 스스로 가볍게 운전대를 안쪽으로 트는 게 인상적이었다.  

59년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볼보의 안전 DNA는 그대로 물려받았다. 2009년 역시 세계 최초로 선보인 ‘시티 세이프티(앞차ㆍ보행자ㆍ자전거 등을 탐지해 긴급 제동)’ 기능에 큰 동물을 인식해 멈추는 동물 탐지 기능을 추가했다. 직접 시연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 연비는 L당 13.2㎞.
가격은 5990만~7490만원이다. 경쟁차로 꼽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6090만~9870만원), BMW 5시리즈(6630만~8790만원)보다 다소 낮지만 렉서스 ES(5360만~6640만원)나 제네시스 G80(4810만~7420만원)보단 높다.

볼보는 전통적으로 왜건(뒷좌석과 트렁크 구분을 없애고 트렁크를 늘린 차)에 강점을 가진 브랜드다. 21일 S90의 왜건 모델인 V90을 기반으로 한 ‘V90 크로스컨트리’를 출시할 계획이다. S90의 지상고(지면에서 차체까지 높이)를 65㎜ 높이고 서스펜션(현가장치)을 더 단단하게 설정해 험로(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높인 차량이다.
S90 출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차만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볼보의 위기감이 깔려 있다. 독일 고급차에 물린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선택지다. 이젠 볼보에게 더 이상 비운의 브랜드란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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