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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소년 소설 쓴 박경희 작가

“탈북했다고 동정ㆍ특혜의 대상이 돼선 안 됩니다. 북한에서 온 아이들도 남한에서 자란 아이들과 똑같이 성장통 겪으며 성장해가는, 동등한 존재거든요.”


탈북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 『난민소녀 리도희』(뜨인돌)를 펴낸 박경희(57) 작가는 “탈북 청소년에 대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없애고 싶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시간 방송국에서 일한 작가다. 1994년부터 18년 동안 극동방송 ‘김혜자와 차 한 잔을’의 원고를 썼고, 2006년엔 ‘한국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그가 북한에서 온 아이들과 인연을 맺은 건 2010년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하늘꿈학교’에서 르포 집필 의뢰를 받으면서다.

“저도 처음엔 동정했어요. 아이들에게 탈북 과정의 험난한 사연을 들으며 ‘이 어린 애들이 어떻게 그 세월을 견뎌왔을까’ 눈물도 많이 흘렸죠.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이 아이들에게 남한 사회에서 당당하게 어깨를 겨뤄 인정받고 살겠다는 꿈이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아이들의 속마음을 취재하기 위해 시작한 그의 글쓰기 수업은 르포 제작이 끝난 2012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남북한 사이에 ‘필독’으로 꼽히는 문학 작품 리스트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필수 교양으로 꼽히는 시ㆍ소설을 접해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글쓰는 방식도 많이 다르다. 독서ㆍ글쓰기 교육이 한국 사회 적응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그가 만난 탈북 청소년들 중 상당수는 교육열 높은 부모의 권유로 국경을 넘었다. “마치 미국 유학 보내듯 남한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들이 북한에서 중국으로, 또 중국에서 라오스ㆍ태국 등을 거쳐 남한으로 오는 과정은 모두 브로커를 통해야 한다. 아이를 먼저 보낸 뒤 부모가 뒤따라 탈북하기도 하지만, 재회를 기약할 수는 없다. 끝내 부모를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탈북 아이들은 공부만 하면 남한에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재활의학과ㆍ간호학과ㆍ사회복지학과 등 취업과 연결된 전공을 많이 선택하죠. 취직해서 찾아오는 졸업생들의 얼굴을 보면 ‘이 정도면 잘 잘 살고 있죠?’라고 스스로 뿌듯해하는 마음이 읽힙니다.”
 
‘난민 소녀 리도희’는 탈북 난민의 삶을 다룬 청소년 소설이다. 작가 박경희씨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에서 글쓰기 등을 지도하고 있다 “한 탈북청소년은 내가 권한 ‘몽실언니’를 읽고 펑펑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난민 소녀 리도희’는 탈북 난민의 삶을 다룬 청소년 소설이다. 작가 박경희씨는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에서 글쓰기 등을 지도하고 있다“한 탈북청소년은 내가 권한 ‘몽실언니’를 읽고 펑펑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그의 소설 『난민소녀 리도희』의 주인공 도희도 의지가 굳은 소녀다. 로동신문 기자였던 아버지가 정치적인 이유로 숙청된 뒤 캐나다로 가서 난민 신청을 했고, 마침내 한국으로 왔다. 
 
소설 속에는 캐나다에서 조기 유학을 하고 있는 남한 소년 은우도 등장한다. “나도 어쩌면 난민인지 몰라. 대한민국에서 도망쳐 와 캐나다 땅을 떠돌며 사니까. 너는 평양에서, 나는 서울에서 왔다는 것만 다를 뿐 너와 난 난민 공동체일지 모르겠다”는 은우의 말은 “남북한 아이들을 똑같이 바라봐달라”는 작가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작가는 “통일이 꼭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작품 속에 녹여냈다. 북·중 국경에서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자유롭게 날아가는 하얀 왜가리를 부러워하는 도희의 모습을 마지막 장면에 담았다.
 
“아이들이 그래요. 자기가 심어놓은 미나리밭에 가보고 싶다고요. 할머니 보고싶다면서 혹시 돌아가셨으면 산소라도 가보고 싶다고요. 그래서 꼭 통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 아이들 집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거든요.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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