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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조기맘과 적기맘

양영유논설위원

양영유논설위원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공통점이 있다. 유대인 가정 출신이고, 꼬마 때부터 컴퓨터와 놀았고, 20대에 창업을 했다는 점이다. 가정환경 영향도 많이 받았다. 페이지 부모는 컴퓨터공학 전공 교수, 저커버그 부모는 의사였다. 페이지는 6세 때부터 컴퓨터에 빠졌고, 저커버그는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깨우쳐 11세 때 환자의 병원 도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부모는 ‘천재’라며 극성을 부리지 않았다. 흥미를 북돋워 주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줬을 뿐 교육은 학교에 맡겼다. 페이지와 저커버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우리나라 부모들은 조급증이 심하다. 어떤 지인은 “아이가 세 살인데 빵집 간판을 읽고, 덧셈도 하고, 영어도 흥얼거린다”며 “좋은 영재 유치원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언어학적으로 모방 활동이 왕성한 유아기의 현상일 터인데 속으로 웃고 말았다. 부모들은 아이가 조금만 튀면 “혹, 천재?”라는 착각을 하며 조기교육에 열을 올린다. 그 키는 대부분 엄마가 쥐고 있다. 불을 끄고 기계처럼 떡을 썰어 아들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 한석봉 어머니나, 아들 교육을 위해 삼천지교(三遷之敎)를 했다는 맹모에게 뒤지지 않을 성싶다.
 
조기 사교육에 열성인 엄마들을 ‘조기맘’이라고 부른다. 2000년대 이후 입시 제도와 학원 정보를 꿰차고 엄마들을 몰고 다녔던 강남 대치동 ‘돼지엄마’의 새 버전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별천지다. 유명 영어유치원의 1년치 교육비가 1992만원이나 한다는 거다. 연세대 의대의 연간 등록금이 1210만원, 국립대가 400만원대인데 입이 쩍 벌어진다.
 
사교육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는 10년래 최고치를 찍었고, 고소득·저소득층 간 격차는 9배나 벌어졌다. 그나마 취학 전 아동을 뺀 게 그렇다. 사교육은 ‘인공 조미료’와 같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처럼 한 번 길들여지면 끊기 어렵다. 창의성이 생명인 시대에 생각의 근육을 죽이는 기계적인 교육에 중독되는 것이다.
 
그런데 희망의 싹이 트고 있다. 조기 사교육 대신 마음껏 놀게 하고 체험활동을 시키며 취학 적기(適期)에 교육을 시키는 ‘적기맘’ 운동이 그것이다. 학교 공부 흥미를 앗아가고 창의력 세포를 망가뜨리는 선행 사교육을 추방하겠다는 의지, 먼저 출발한 아이가 먼저 도착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조기맘과 적기맘의 승부는 시작됐다. 10년, 20년 후 누가 웃을까.
 
양영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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