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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만 더’ 해명 기회 요구 … 능력 검증 없는 ‘앵무새 토론’

#1. “우리 문재인 후보님 말이 자주 바뀐다. 사드 배치도 계속 바뀌었고….”(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저한테 10초만 주시라… 이 후보도 재벌 해체를 강력하게 말씀하셨다가 재벌 해체를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문 후보)
 
“저는 재벌 해체가 아니라 재벌체제 해체를 이야기한 것이다.”(이 후보)
 
19일 민주당의 5차 대선 후보 토론회의 한 장면이다. 지난 17일 4차 토론회 풍경과 비슷했다.
 
#2. “이 후보는 아주 선명하게 재벌 해체를 말한다. 재벌 해체를 하면 (대기업은) 역할을 못하게 된다.”(문 후보)
 
“저번 토론 때도 말했는데 재벌 해체를 주장한 일이 없다.”(이 후보)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가 19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렸다. 안희정·문재인·이재명 후보(왼쪽부터)가 토론 시작 전 기념 촬영을 위해 최성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가 19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렸다. 안희정·문재인·이재명 후보(왼쪽부터)가 토론 시작 전 기념 촬영을 위해 최성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두 후보는 매번 ‘재벌 해체냐, 재벌체제 해체냐’는 내용으로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공방만 있었을 뿐 두 사람의 재벌 개혁방안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수많은 현안에 대해 겉핥기식으로 진행되는 토론방식 때문이었다.
 
민주당 경선 토론회는 공통질문을 먼저 던지고 각 후보에게 1분~1분30초씩 답변 기회를 제공한다. 사전에 질문지를 준다. 대본을 외워 답변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후보에게 9~17분을 주고 나머지 세 후보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주도권 토론’도 있지만 당내에서조차 “매번 같은 내용만 반복하는 앵무새 청문회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성 후보에 대해선 편파 논란, 도우미 논란까지 일고 있다. “문 후보의 ‘호위무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취지다. 막 경선 TV토론을 시작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등의 토론회도 공통질문과 주도권 토론 등의 형식이 대동소이해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의 경우 한국처럼 선거운동 기간 중 세 차례 실시한다. 회별로 토론 주제를 3개 또는 6개로 한정하고 있다. 사회자가 해당 주제의 공통질문을 던지면 후보들이 2분씩 답변한 뒤 다시 자유롭게 10분간 토론한다. 사전에 질문을 알려 주지 않는다. 10분간 자유토론에선 발언시간을 제한하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묻고 답한다.
 
무엇보다 토론 주제를 매회 달리하며 한국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미국 대선 후보 1차 토론의 경우 ▶미국이 나아갈 방향 ▶미국의 안보 ▶번영 확보방안이 주제였다. 2차 토론은 후보자와 시민이 직접 만나 정책 공약에 대한 질의응답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타운홀 미팅방식이었다. 3차 토론은 ▶이민 ▶복지 ▶대법원 ▶경제 ▶외교 ▶대통령 자질로 주제를 구분했다.
 
민주당의 경우 영역 구분 없이 매회 대기업·중소기업 문제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대연정론까지 수많은 주제가 똑같이 되풀이되면서 오히려 깊이 있는 토론 없이 지나가고 있다. 여기에 ‘끝장토론’이나 타운홀 미팅 등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지 않아 ‘능력 검증’이란 본연의 목적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전두환 표창’ 발언은 가짜 뉴스 논란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록 경선 국면에서 치러지는 토론회이지만 본선 검증에 대비한 예비고사라는 수순으로 치열하게 임해야 한다”며 “남은 토론회는 정책 분야나 신상 검증 등으로 분류를 묶어 중복되는 답변이 안 나오도록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19일 토론회에선 자기 자랑이나 약점 해명을 위한 코너까지 등장했다. ‘사진 한 장을 통해 후보의 인생 철학을 설명해 보라’는 취지의 ‘내 인생의 한 장면’이란 코너였다. 문 후보는 특전사 시절 사진을 들고 나와 “저의 국가관·안보관, 애국심 대부분이 이때 형성됐다”고 했다. 이 후보는 어머니와 함께 찍은 대학 입학 사진을 들고 나와 “시정에 개입하려는 형을 어머니가 말리는 과정에서 흥분한 제가 폭언을 퍼부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코너를 친형에 대한 폭언 논란 해명의 기회로 활용했다. 이날 문 후보의 발언도 논란을 낳았다. “제가 (군 복무 시절인) 1975년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도 표창을 받았다”고 한 대목에서였다.
 
토론회 직후 안희정 후보 측 박수현 대변인은 “문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캠프에선 이를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 측은 “79년 12·12 당시 표창장을 받았다는 뉴스가 가짜 뉴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문희·김상진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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