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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차이 나는 차이나] 친중파 ‘철의 여인’ vs 시민 지지 경제통 … 홍콩 수반 누가 되나

홍콩의 행정장관 선거가 오는 26일 실시된다. 행정장관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50년간 자본주의의 근간을 유지하며 ‘고도의 자치’를 보장받은 홍콩 특별행정구의 수반이다. 행정장관 선거는 5년마다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량전잉(梁振英) 현 행정장관 밑에서 2인자인 정무사장(총리 혹은 정무장관 격)을 지낸 캐리 람(林鄭月娥·60)과 재정사장(재무장관 격)을 지낸 존 창(曾俊華·65), 그리고 고등법원 판사를 지낸 우쿽힝(胡國興·70)의 3파전이다. 현재 판세로는 친중(親中)파 선거인단의 지지를 받는 람이 승리해 첫 여성 행정장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 사이에선 창의 지지율이 람을 앞지른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창이 야권 세력인 민주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지 여부다. 따라서 람을 지지하는 베이징 중앙정부의 선거개입도 노골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람, 우산혁명 때 시위대 자진해산 끌어내
 
 
행정장관 선거는 정원 1200명(현재 6명 공석)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치러진다. 문제는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방식이 홍콩의 350만명 유권자가 모두 참여하는 보통선거가 아니란 점이다. 선거인단을 뽑을 권리는 기업 경영자를 포함한 각종 직업별 단체 임원, 문화·종교·교육·법조계 등 직능별 대표, 지방 의원 등 약 25만명의 엘리트층에만 주어진다.
 
따라서 이들에 의해 뽑힌 선거인단은 베이징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돼 있다. 결국 베이징 당국이 물밑 지원하는 인사가 행정장관에 선출되는 구조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선거인단 선출에서 민주파가 약 4분의 1에 이르는 325석을 차지하며 약진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반중(反中) 의식이 커진 정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람 후보가 베이징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은 홍콩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달 5일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홍콩 인접도시인 선전(深?)으로 홍콩의 주요 지도층 인사들을 불러 개최한 비공개회의에서 “람은 당 중앙이 미는 유일한 후보”라고 말했다고 홍콩의 복수 언론이 전했다. 람 후보를 미는 것은 그가 2014년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민주화 요구 시위에 대처하면서 보여준 그의 태도 때문이다. 그는 정부 청사를 봉쇄한 학생 대표단과의 대화에서 한 치의 밀림도 없이 버티며 시위대가 자진해산하는 계기를 만들어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현직인 량전잉 장관의 재선 포기에도 베이징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예상과 달리 딸의 건강을 이유로 재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친중 일변도의 강경책으로 시민들로부터 인기가 낮은 그를 대신해 베이징이 람 후보를 내세웠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대신 렁은 13일 폐막한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부주석으로 추대됐다.
 
람에 맞선 창 후보 역시 친중 성향이지만 오랫동안 경제 분야만 담당해 비교적 정치색이 옅다. 따라서 베이징의 시각으로 볼 때 툭하면 시위가 일어나는 홍콩 정국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사로는 람이 더 적합하다. 창이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가 30대에 귀국해 서구 가치관과 제도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점도 베이징 중앙정부 입장에선 부담이다.
 
하지만 친중파의 표가 베이징의 뜻대로 저절로 람에게 몰리진 않는다. 람은 입후보 과정에서 선거인단 580명의 공개추천을 받았지만 무기명으로 이뤄지는 26일 투표에선 이탈 표가 나올 수 있다. 특히 홍콩의 토착 상공인들 가운데 창의 능력을 신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장더장 전인대 위원장이 람을 지지했지만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명확한 의중을 드러낸 적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무기명 투표에서 친중파 이탈할 가능성
 
 
이와 관련 친중 성향인 홍콩 성보(成報)의 보도가 관심을 끈다. 이 신문은 연일 홍콩 문제와 관련해 권력 서열 3위인 장 위원장을 공격하면서도 시 주석에 대한 비판은 일체 하지 않았다. 따라서 “홍콩 선거를 둘러싼 견해 차이가 중국 권부 내부에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무성하다. 이를 틈타 창은 시 주석과의 인연을 과시하며 친중파 표 잠식을 노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총회 때 시 주석이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행정장관 출마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의 경제 브레인 류허(劉鶴)와는 하바드대 케네디스쿨 동창이다. 여기에다 325명의 민주파는 창에 대한 지지를 이미 선언했다.
 
유력한 후보인 람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그는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601표)에 만족하지 않고 압도적인 표를 받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최소 689표을 넘겨야 한다. 우산혁명 시위대가 붙인 량전잉 현 장관의 별명이 ‘689’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베이징 지지만 받으면 땅짚고 헤엄치기인 선거에서 689표 밖에 못받았다는 비아냥이 담겨 있다. 따라서 람에겐 689표를 넘겨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다.
 
오는 7월 1일 홍콩 반환 20주년이 된다. 홍콩에서 대대적인 기념식이 열리고 시 주석의 참석도 확실시된다. 중국 당국으로선 20년 전 외부 세계의 우려와 달리 홍콩이 안정적이면서도 온전한 중국의 일부가 됐다는 점을 과시하고 홍콩 인민들로부터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이 이번 선거를 지켜보며 음으로 양으로 개입하는 이유다. 장더장 위원장은 전인대 석상에서 “당 중앙은 개입할 권리가 있다”는 공개발언까지 했다. 이번 선거에서 뽑힐 행정장관의 임기도 7월 1일에 시작된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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