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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 안 나온 ‘KO머신 대결’ … 골로프킨 쑥스러운 판정승

제이콥스 꺾은 복싱 미들급 지존 
한국계 복서 게나디 골로프킨(왼쪽·카자흐스탄)이 강력한 도전자 대니얼 제이콥스(미국)를 몰아붙인 끝에 4라운드 다운을 빼앗고 있다. 골로프킨은 제이콥스의 거센 반격을 견디며 판정승했다. [뉴욕 AP=뉴시스]

한국계 복서 게나디 골로프킨(왼쪽·카자흐스탄)이 강력한 도전자 대니얼 제이콥스(미국)를 몰아붙인 끝에 4라운드 다운을 빼앗고 있다. 골로프킨은 제이콥스의 거센 반격을 견디며 판정승했다. [뉴욕 AP=뉴시스]

12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공이 울렸다. ‘KO 머신’ 게나디 골로프킨(35·카자흐스탄)은 모든 상황이 낯선 것 같았다. 이전 경기까지 23연속 KO승을 거뒀던 그는 초조한 표정으로 판정 결과를 기다렸다. 골로프킨과 36분 간의 접전을 펼쳤던 대니얼 제이콥스(30·미국)는 승리를 예감한 듯 양팔을 높이 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3-0(115-112, 115-112, 114-113) 으로 골로프킨의 판정승.
 
골로프킨이 19일 미국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세계복싱평의회(WBC)·국제복싱협회(IBF)·국제복싱기구(IBO)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에서 승리, 18차 방어에 성공했다. 37전 37승(33KO)을 기록한 골로프킨은 세계 미들급 2인자 제이콥스를 꺾고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제이콥스는 32승(29KO) 2패를 기록했다.
 
초반 탐색전을 마친 골로프킨은 거친 인파이팅을 펼친 끝에 4라운드에서 좌우 연타를 터트려 제이콥스를 다운시켰다. 그러나 5라운드부터 제이콥스가 변칙 공격을 시작했다. 리치와 스피드에서 앞선 제이콥스가 오른손잡이 스탠스와 왼손잡이 스탠스를 바꿔가며 교란 작전을 펼쳤다. 10라운드 이후엔 제이콥스가 우세했지만 한 차례 다운을 빼앗은 골로프킨이 결국 판정승을 거뒀다. 황현철 SBS 복싱해설위원은 “골로프킨이 ‘KO 머신’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총평했다. 제이콥스의 고향인 뉴욕의 일부 언론은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KO승을 거두지 못했지만 골로프킨으로선 소득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골육종을 앓고 2011년 링을 떠났다가 돌아온 ‘기적의 사나이’ 제이콥스를 꺾으며 세계 복싱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해 골로프킨의 상품성도 높아졌다.
 
골로프킨은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패배는 물론 다운조차 당한 적이 없는 선수다. 몇 대 맞더라도 저돌적으로 전진하며 상대를 무너뜨리는 스타일이다.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그는 2~3년 전까지 세계 복싱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외조부(세르게이 박)가 고려인인 골로프킨은 독일 무대에서 뛰다 2012년 미국에 진출했다. 인기 복서들은 그와의 대결을 꺼렸고, 이 탓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다. 무패 챔피언인 그가 제이콥스와의 대결에서 파이트머니 250만 달러(약 28억원)를 받는 데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스타성이 높은 플로이드 메이웨더(40·미국)는 두 체급 아래인 웰터급(66.67㎏)에서 골로프킨보다 수십 배 많은 돈을 벌었다. 2015년 매니 파퀴아오(38·필리핀)와의 맞대결에서 1억 달러(약 1130억원)를 받은 메이웨더는 49전49승의 전적으로 은퇴했다.
 
골로프킨도 제이콥스와의 경기를 통해 몇 가지 빅매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우선 제이콥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던 만큼 재대결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골로프킨이 유일하게 갖지 못한 세계복싱기구(WBO) 미들급 타이틀을 겨냥할 수 있다. 현재 WBO 미들급 챔피언은 멕시코의 영웅 사울 알바레즈(26·48승1무1패)다. 지금까지 알바레즈 측은 “파이트머니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골로프킨을 피해왔다.
 
메이웨더와의 대결 가능성도 남아있다. 그동안 골로프킨은 “나는 수퍼웰터급(69.85㎏)까지 체급을 낮출 수 있다”며 메이웨더를 도발했다. 그러나 메이웨더는 “골로프킨은 대단한 선수가 아니다”라며 애써 무시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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