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진보여, 젊은 세대가 바뀐다

Outlook
 나는 지난 세 정권(2003~2016년) 동안의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데이터를 이용해 세대별 사회의식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진보와 보수의 잣대를 들이댔을 때 세대간 차이는 항상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그러나 가장 젊은 70년대 이후 출생 세대(포스트86)가 특별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그룹이지만,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부정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현재 우리나라 연령 구조상, 이들은 40대 일부를 포함해 아래 연령대에 해당된다.


 지난 14년간 이 같은 변화들은 인터넷의 기술적 영향 안에서 전개되었다. 한때는 온라인 시민이 자체적인 의사소통 네트워크를 구성하면서 기성 정치와 언론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영향력은 진보와 보수의 우열을 가르기 보다, 세대들 사이의 분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한국은 개인의 교육 수준이 높고 젊을 수록 인터넷 사용도가 유독 높은 나라다.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그 이면엔 젊을 수록 교육 수준이 높은 사정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90년대 이후로 대학 진학률이 급증한 것과 상관이 있다. 즉 한국인은 연령이 낮을 수록 교육 수준이 높으며, 그 결과 젊을 수록 인터넷을 더 잘 활용한다. 게시판 중심의 인터넷 시대에는 이 같은 차이가, 인터넷을 통해 뭉친 젊은 진보와 조직에 의해 동원된 기성 보수 사이의 차이로 나타났다.
 
하지만 오늘날 세대간 인터넷 격차는, 인터넷 사용 여부가 아니라 사용하는 플랫폼의 종류에서 나타나고 있다. 태극기 집회에는 유투브 생중계를 위한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쉽게 눈에 띈다. 도심 행진과 집결에 이용되는 카카오톡의 효율성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이들이 폐쇄형 SNS를 통해 공유하는 가짜뉴스들이다. 이를 통해 고양되는 정치적 적개심은 예상할 만한 것이지만, 기성 언론과 제도권 정치 전체에 대한 불신은 새로운 현상이다. 이는 언론사 기자들을 덮친 철제 사다리와 운전대를 빼앗긴 경찰 버스로 이어졌다.


 폐쇄적인 온라인 네트워크가 항상 정치적 극단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폐쇄적인 공동체는 소속감이라는 사회적 위안을 주지만, 비슷한 내용의 정보만 유통되기 때문에 금방 지루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국방송과 가짜뉴스가 지속되는 이유는 지지하는 정치 지도자의 탄핵이라는 현실과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동조의 시작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탄핵된 대통령과 고령의 온라인 공동체 사이에는 흉내내고 닮아가는 동형화 과정 (mimetic isomorphism)이 수 년에 걸쳐 진행돼왔다.


우리 사회의 보수 인구(59년생 이전)는 줄어들고 있다. 보수적 가치에 뚜렷이 거리를 두는 '포스트86' 세대가 어느 덧 40대 일부와 그 아래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평균 수명과 노령 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보수 세대가 감소하는 것은 생물학적 필연이다. 지난 대선에서 보수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건, 보수적 가치의 호소력 때문이 아니라 경제민주화 같은 메세지를 통해 젊은 세대에도 어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권 후 대통령은 돌변했다. 주변을 기괴한 인사들로 채우고, 유능하지만 갈 곳 없었던 사법 관료들을 이용하여 정치적 동지들의 고언을 잠재웠다. 보수의 정치적, 사회적 확장을 꾀한 일체의 시도를 배신으로 낙인 찍을때, TV를 틀면 나오는 정치평론가들은 이를 고도의 정치적 감각이라며 추켜 세웠다.


이는 두 가지 결과로 나타났다. 하나는 전체 보수 블럭으로부터의 유리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세력의 극단화이다. 대통령의 인적 자원 운영 방식이 보수의 재집권과 확장가능성에 반한다는 깨달음과 이때문에 벌어진 청와대와의 갈등은 보수 언론으로 하여금 국정 농단 고발에 앞장서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탄핵 위기에서 조차 이미 축소될 대로 축소된 대통령 그룹은 탈진실 (post-truth)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특검을 향해 방망이를 휘두르던 이들이 만든 가짜뉴스를 대통령측 대리인이 헌법재판소에 증거로 제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탄핵은 관계 확장을 게을리 한 정치 세력에게 생길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이 위험은 진보 정치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오늘 날 야당과 진보정치권은 사회경제적으로 진보적이나, 북한에 대해서는 냉철한 태도를 가진 70년대 이후 출생자, 즉 포스트86세대가 우리 사회 50대 아래를 채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햇볕정책의 가치는 그 내용에 국한되지 않는다. 햇볕정책은 주변 강대국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냈던 김대중의 국제정치적 역량에 기대어 실현될 수 있었다. 현재 야당은 햇볕정책의 기조를 따르고 있으나, 이들이 정작 김대중의 능력은 갖추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국에 대한 외신의 평가를 객관적 시선으로 여기는 포스트 86이 불안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민주당 의원들 중 북한에 온정적인 기존 86세대(60~69년생)의 비중은 50%를 넘는다. 이들이 자기 세대의 경계를 넘어, 이념과 정책의 관습을 혁신하지 못하면, 우리는 또 다른 세대 고립과 이에 편승한 정치 세력의 쇠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원재
KAIST 교수

구독신청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북핵위기 심화 및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 등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17년 7월 1일 개소했습니다.
연구소는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 기관 등과 연계해 학술행사를 개최하며, 정기적으로 자문회의를 열고 다양한 시각과 차별화된 이슈를 제시합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