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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천국, 묘한 매력 욕지도

남해 바다 위 작은 섬, 인간과 고양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경남 통영 욕지도에 봄이 찾아들었다. 방파제에서 한가로이 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가 섬의 봄 풍경을 이룬다. 임현동 기자

남해 바다 위 작은 섬, 인간과 고양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경남 통영 욕지도에 봄이 찾아들었다. 방파제에서 한가로이 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가 섬의 봄 풍경을 이룬다. 임현동 기자

내 고향 욕지도를 소개하지. 우리 섬은 경남 통영시에 속해 있어. 통영 앞바다를 마주해본 사람은 기억할 거야. 바다에 크고 작은 섬이 떠 있는 그 풍경 말이야. 통영에는 무려 570개 섬이 딸려 있어. 그중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딱 43개뿐이야.
 
욕지도도 통영의 유인도(有人島) 중 하나야. 섬은 나비가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모습인데 섬 이곳저곳에 1500여 명이 살고 있어. 면적은 12㎢ 정도지. 서울시 중구(10㎢)보다 조금 더 커. 이래봬도 욕지도는 통영 부속섬 중에 한산도·하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라고. 욕지도에 입도하려면 통영에서 출발해야 해. 통영시 산양읍 삼덕항에서 배를 타고 32㎞를 항해하면 1시간 만에 내 고향에 닿을 수 있어.
우리 종족이 이 섬에 자리를 잡은 건 1960년대야. 윤기 흐르는 내 털에 물이 닿는 건 질색이야. 육지에서 동떨어진 이 섬까지 헤엄쳐서 오는 건 상상도 못하지. 우리도 너희 인간처럼 배를 타고 섬에 왔어. 통영시가 욕지도를 고양이 사육섬으로 지정하면서야.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전라도 쪽에서 많이 건너 왔다나봐.
 
경남 통영 욕지도 목과마을 고양이.  임현동 기자

경남 통영 욕지도 목과마을 고양이. 임현동 기자

욕지도에 처음 우리 고양이들을 들인 건 쥐를 퇴치할 목적이었어. 욕지도는 섬이지만 어부보다 농부가 더 많아. 산비탈마다 붉은 황토가 깔린 밭이 있는데, 가장 많이 기르는 작물은 고구마야. 애써 고구마를 길러 놓으면 쥐들이 죄다 파먹었대. 쥐의 천적은 누가 뭐래도 나, 고양이지. 육지에서 건너온 우리 종족은 욕지도 쥐의 씨를 마르게 해서 농부의 사랑을 독차지했어.
근데 말이야. 인간은 참 간사해. 우리 종족이 부지런히 새끼를 낳고 개채수를 늘리니까 그게 또 싫었나봐. 우리를 천덕꾸러기 취급하는 마을에 눌러앉을 필요는 없었지. 농가에서 뛰쳐나온 우리를 품어준 곳은 욕지도의 바다야. 바닷가의 방파제나, 어부림(해안가에 조성한 숲)이 우리의 보금자리가 됐어.
지금 욕지도에 살고 있는 우리 종족은 1000마리 쯤 된다고 해. 섬에 살고 있는 주민 수와 비슷하지. 그래서 네가 이 섬에 닿으면 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를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육지 사람이 욕지도에 붙여준 별명이 있어. 한국의 고양이 섬.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방파제에 널브러진 우리를 구경하러 부러 먼 데서 찾아오기도 해. 낮잠을 깨우는 인간이 있는 반면 소시지 같은 걸 주는 착한 인간도 더러 있어.
욕지도에서도 특히 고양이 마을로 이름난 데가 목과마을이야. 나 역시 이 마을에 살고 있어. 요즘 목과마을 방파제에는 고등어나 학꽁치를 낚으려는 낚시꾼이 몰려들어와. 강태공이 낚싯줄을 끌어올리면 우리는 부리나케 달려가 고기를 낚아채지. 마음이 느긋한 낚시꾼들은 우리한테 전리품을 뺏겨도 그러려니 하는 것 같아. 욕지도의 바다에서 난 기름진 고등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먹잇감이야.
 
경남 통영 욕지도 목과마을 고양이.  임현동 기자

경남 통영 욕지도 목과마을 고양이. 임현동 기자

묘생역전(猫生逆轉)까진 아니지만, 나는 이 섬에 사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해. 우선 욕지도의 바다가 좋아. 새파란 남해 바다의 색, 짭조름한 갯내도 좋아. 그리고 욕지도는 따뜻해. 2016년 서울의 연평균 기온은 13.6도였어. 욕지도가 속한 통영의 평균 기온은 14.7도야. 3월이면 이미 바닷바람이 눅어진다고. 그리고 여기서는 그 누구도 우리에게 해코지 하지 않아. 욕지도는 고양이와 인간이 어울려 살아가는 평화로운 섬이야.
당신도 이곳으로 와. 봄바람과 봄 바다와 봄 풍경을 즐겨봐. 우리를 발견하면 고등어 한 마리 놓고 가는 센스는 잊지 말고.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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