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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직격 인터뷰] “삼성전자·현대차도 도시바·샤프처럼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의 경고 
일본 기업 도시바와 샤프의 몰락은 충격적이다. 일본에서 다른 기업들이 다 망해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이라던 초일류 기업들이었기 때문이다. 다나카제작소로 출발해 일본산 1호 제품을 줄줄이 내놓으며 142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바는 원전사업에 베팅하다 회계부정이 적발되면서 몰락의 위기에 빠졌다. 역시 105년의 장수기업인 샤프는 액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하고도 투자 실패로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 문제는 10년 정도 시차를 두고 일본 경제의 뒤를 따라가는 한국 기업에 도시바·샤프의 몰락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일본 기업 흥망사를 연구해 온 김현철(55)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을 만나 한국 기업에 던지는 교훈과 대책을 들어봤다.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저성장이 시작되면 여유가 없어져 혁신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데서 문제가 생긴다”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사건도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저성장이 시작되면 여유가 없어져 혁신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데서 문제가생긴다”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사건도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일본 간판 기업들, 어쩌다 이렇게 됐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과 주식 버블로 경제가 망가지고 이것이 금융을 거쳐 결국 제조업까지 영향을 주는 과정이 20년에 걸쳐 진행됐는데 그사이 한계기업들이 망해 갔다. 예를 들어 전자기업만 해도 산요가 망하고 소니도 붕괴돼 가는 도태 과정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샤프·도시바는 살아남은 기업들인데 또다시 이분화됐다. 파나소닉과 샤프, 도시바와 히타치는 생존 기업 가운데 대비되던 기업들이었다. 파나소닉은 다시 부활하고, 샤프는 결국 팔려나갔다. 빈사 상태에 빠졌던 히타치는 부활 중이고, 살아남을 거라 예상됐던 도시바는 사경을 헤매고 있다.”
 
샤프와 도시바에 무슨 일이 있었나.
“처음엔 파나소닉과 소니에 위기가 찾아왔었다. 파나소닉은 종합가전인데 플라스마에 열중하다 LCD 진입이 늦어지면서 고전을 거듭했다. 소니는 플라스마는 물론 LCD에도 경쟁우위가 있다고 봤는데 투자 타이밍을 놓쳐 결국 삼성전자에서 LCD를 구매하는 어처구니없는 처지가 됐다. 이런 난기류에도 샤프는 살아남았었다. 곧 시장을 독식할 거라 관측됐다. 샤프는 샤프펜슬을 만들던 회사지만 전자계산기를 만들면서 액정을 가장 먼저 개발한 회사다. 다른 경쟁자는 LCD 진입이 늦었지만 샤프는 한발 앞서 있던 셈이다.”
 
잠시 졸면 거대 기업도 도태
저성장 본격화 버티지 못해
한 번의 실수에도 휘청대며
생존해도 ‘승자의 저주’ 걸려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저성장이 시작되면 여유가 없어져 혁신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데서 문제가 생긴다”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사건도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저성장이 시작되면 여유가 없어져 혁신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데서 문제가생긴다”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사건도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그런데도 왜 몰락했나.
“샤프는 일본 기술의 LCD를 한국 기업들이 휘젓고, 소니와 파나소닉도 뒤처지자 일본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LCD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그런데 원천기술이 있는 것과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다르다. LCD 공정은 엄청난 설비 투자여서 생산품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팔아야 하는데 일본 기업은 삼성·LG에 비해 코스트가 높았다. 남은 것은 결국 기술경쟁력인데 삼성을 압도적으로 능가하지 못했다. 샤프는 최첨단 액정기술 ‘이그조’가 있어 충분히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고 봤는데 삼성·LG가 가성비를 내세우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LCD 몰빵이 불러온 참사였다.”
 
1980년대 주목받았던 일본식 경영은 끝난 것인가.
“성장기에는 뭘 해도 잘 풀린다. 사업이 잘될 때는 회장이 골프를 치러 가든 직원이 회삿돈을 챙겨 도망가든 그럭저럭 굴러간다. 저성장이 되면 악순환이 악순환을 부른다. 성장기에는 대충 의사결정한 뒤 다시 물려도 되고 실패를 묻어둬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저성장 구조에선 한 번의 실패로도 기회가 없어진다. 성장기가 너무 오래되다 보니 경영인의 의사결정 능력도 퇴화된다. 아무에게나 맡겨도 실패하면 메워지니까….”
 
도시바는 왜 벼랑 끝에 서게 됐나.
“샤프·파나소닉·소니는 소비자를 겨냥한 B2C 기반의 소비재 판매 가전이다. 이에 비해 도시바는 원자력발전·발전설비 등 중전기 제조사였다. 도시바도 살아남기 위해 B2C 소비재를 버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성과가 안 나니까 슬그머니 분식과 부실을 숨겨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가 쇠퇴하자 성장기에 보이지 않던 종양들이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바의 위기는 최근 7조원의 손실이 드러난 미국 자회사 웨스팅하우스를 사들이기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인가.
“성장기에는 분식회계도 금세 회복할 수 있다. 올해 적자가 나도 내년에 이익을 내 부실을 떨면 된다. 그런데 회사가 무너지는 과정에선 불을 끌 타이밍이 없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부실이 그런 경우 아닌가.) 바로 그거다.”
 
웨스팅하우스를 처음 사들였을 때는 기대가 컸을 텐데.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소비재를 버리고 중전기로 가면서 웨스팅하우스를 매수했다. 초기에는 히타치보다 리스트럭처링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받았는데 한 걸음 더 깊이 몰락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결정적으로 엉킨 것은 모든 것을 자사 브랜드로 만든다는 일본 기업의 ‘원세트’ 주의에서 나왔다. 여기서 힘을 빼다가 도저히 도시바군단으로는 안 되니까 일부 사업은 구조조정으로 내다 팔고 일부는 새로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그게 웨스팅하우스였다.”
 
‘승자의 저주’라고 할 수 있겠다. 잘못된 인수합병(M&A)의 전형 아닌가.
“일본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근 10여 년간 M&A 바람이 크게 불었다. 문제는 일본 기업은 M&A 경험이 없고 문화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M&A가 활발한 것은 그 역사가 100년에 가깝기 때문 아닌가.) 그러니 경험이 없는 일본에선 실패가 속출했다. 웨스팅하우스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기업 풍토가 개방적이면 새로운 사람도 끌어들이는 데 일본은 폐쇄된 사회다. M&A로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웨스팅하우스만 놓고 보면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잘됐으면 히타치처럼 최고의 성공 사례가 됐을 거다. 히타치는 삼성·LG에 밀려 수익이 없는 B2C 사업을 다 버리고 B2B로 도망갔다. 물론 그 과정에서 거액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알짜배기 B2B 사업만 하는 성공 사례가 됐다. 도시바도 그렇게 되고 싶어 웨스팅하우스를 사들였다. (왜 잘못됐나.) 시대가 바뀐 탓이다. 셰일가스에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산업의 구조가 바뀌는데, 원자력발전·석유발전 등 기존 발전설비만 만들어선 미래가 없다. 그래서 웨스팅하우스가 매물로 나온 것인데 도시바가 덜컥 사들인 것이다.”
 
기업은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닌 시대가 된 것 같다.
“성장기에서 쇠퇴기로 가는 과정에 승자의 저주가 도사리고 있다. 샤프·도시바는 살아남은 기업인데, 잠시 방심하는 사이 몰락했다. 산업구조의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서다. 플라스마에서 LCD로 가더니 OLED·QLED가 오고 있다. 에너지 산업 자체가 바뀌면서 세계적 기업이던 웨스팅하우스도 도태되는 게 이 시대의 현실이다.”
 
저성장 시작된 한국도 위험
중국 노림수는 삼성 반도체
시안에 공장 세우게 한 이유
기술우위 한순간에 뒤집혀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저성장이 시작되면 여유가 없어져 혁신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데서 문제가 생긴다”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사건도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저성장이 시작되면 여유가 없어져 혁신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데서 문제가생긴다”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사건도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도시바는 그룹의 반쪽이라도 살리려고 낸드플래시를 매물로 내놓았다. SK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승자의 저주에 안 걸려야 한다. 빨리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제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SK가 하이닉스에서 대박을 쳤다고 하는데 더 긴 흐름으로 봐야 알 수 있다. 그 다음 살 것을 물색하던 중 낸드플래시가 좋으니까 사려 하지만 싸게 살 수 있을까. (그래도 굉장히 괜찮은 물건으로 보인다. SK는 낸드플래시만 사들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모든 걸 갖추게 된다.) 제값만 주고 사면 좋다. 한국은 M&A 경험도 많으니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승자의 저주가 SK에도 나타날 수 있을까.
“저성장이 큰 변수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인데 중국이 언제까지 한국에 독점을 허용할 거라고 보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가 터졌을 때 중국은 롯데보다 삼성이나 현대를 손보고 싶었을 거다. 그러니 앞으로는 국가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서 반도체와 자동차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다.”
 
언젠가 격차가 좁혀질 것 아닌가. 이미 반도체에서도 많이 쫓아오고 있지 않나.
“중국은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안(西安)에 반도체 공장을 만들라고 삼성전자에 강력히 요구했다. 왜 그걸 만들라고 했겠는가. 소비지에서 생산하는 게 맞고, 현지에서 고용하고, 제품을 공급하려면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 목적은 기술 전수를 통한 수입대체 전략 아니겠나.) 바로 그거다. 도요타에도 하이브리드 공장을 만들라고 했는데 공장에서 노하우를 좀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원천기술을 대놓고 빼먹겠다는 것이다. 도요타도 압력을 견디다 못해 얼마 전 차량 껍데기만 만드는 공장을 만들었다.”
 
그런 우려에도 삼성은 올해 시안 공장에 4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 SK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일본 정부의 개입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반도체는 전략성이 있다. 미국 샌디스크가 매물로 나와 삼성전자가 인수에 나섰지만 미국 정부가 웨스턴디지털에 팔지 않았나. 도시바 입장에서는 한국보다 미국 자본에 파는 게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변수라든가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선호하는 선택일 수 있다.”
 
앞에선 저성장, 뒤에선 중국이 쫓아오고 있다. 일본 기업의 실패에서 반면교사가 있을 것 같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될 때 기업은 조심해야 한다. 한국도 저성장에 들어가면 기업을 도와주고 살려줄 정부의 여력이 없어진다. 업계에서도 그런 걸 알면 투자나 의사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노키아·모토로라의 몰락, 소니의 쇠퇴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일어나질 않았나. 한국 기업도 안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우리도 샤프·도시바 꼴이 안 나야 한다. 중국 기업에 기술우위라고 하는데 삼성전자·현대차도 한순간에 훅 뒤집어질 수 있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가 대비 품질인 가성비다. 삼성의 품질이 좋다고 해도 가성비가 높다면 중국 제품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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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그래도 살아남은 기업들이 있다.
“결국 위기를 이겨낸 기업만 살아남는다. 이들은 혁신 능력, 의사결정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기업들이다. (이들이 완전고용을 이끌고 있는 것 같다.) 근본적으로 젊은 층 인구 비중이 20년간 40%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수요 사이드에선 생존기업의 인재 요구가 크고 공급 사이드에서 부족하니까 완전고용이 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위기 탈출 해법은.
“20년 전의 일본을 봐야 한다. 한국도 지금부터 수많은 한계기업이 망할 것이다. 한진해운이 망했고, 대우조선이 빈사 상태다. 그다음 단계에는 살아남은 기업에 위기가 온다. 샤프 꼴이 날 수도 있고 소니나 도시바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한국은 이제 시작이다.”
 
어느 때보다 경영 판단이 중요해졌다. 최근 LG그룹이 차분하게 잘하는 것 같다. 스마트폰 진출이 늦어 고전했는데 G6를 보면 희망이 있어 보인다.
“역시 저력이 있다. 일본의 히타치 벤치마킹을 많이 하고 있다. B2C를 줄이고 B2B 비중을 높이고 있는데 휴대전화도 결국 버려야 하는데 못 버리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이 모든 정보기기의 허브가 되는 것과도 관련 있을 거다. 잘 버텨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됐을 때 홈오토메이션에 쓸 수만 있으면 대박이 날 것이다.” 


김현철은
재작년 일본 경제의 반면교사를 분석한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로 4만 부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저자다. 1991년 일본으로 건너가 게이오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쓰쿠바대 등에서 교수를 했다. 2002년 귀국해 서울대 일본연구센터를 열고 지금은 일본연구소장 겸 국제대학원 교수를 맡아 일본 산업의 흥망사를 연구하고 있다.
글=김동호 논설위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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