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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마신다, 커피 대신 차(茶)

커피 일색이던 음료 시장에 차(茶)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서 온 유명 티 브랜드의 전문 티 카페가 아니더라도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찾아 ‘티 타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찻잎만 깔끔하게 우려낸 쌉싸름한 홍차부터 우유ㆍ과일과 조합해 다양하게 변주한 밀크티ㆍ자몽티 같은 차 메뉴들이 속속 출시돼 밀레니얼 세대(18~35세) 입맛을 사로잡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밀레니얼은 왜 차에 열광하는 걸까. 
 
차가 커피 대신 새로운 음료 트렌드로 각광 받고 있다. 3월 14일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 있는 프랑스 차 전문점 '다만 프레르'에 티테일블을 차렸다. 김성룡 기자

차가 커피 대신 새로운 음료 트렌드로 각광 받고 있다. 3월 14일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 있는 프랑스 차 전문점 '다만 프레르'에 티테일블을 차렸다. 김성룡 기자



밀레니얼, 커피 대신 차를 찾다
국내 1호 티소믈리에 정승호씨는 최근 1~2년새 차에 관심있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는 걸 실감한다. 5년여 전까지만해도 '차'라고 하면 “어렵다”는 사람이 많았고 일부 매니어층 말고는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차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받는단다.
“전엔 티소믈리에라고 하면 이상하게 바라봤는데 이젠 호감을 표현해요. 좋은 차 추천해달라며 자신도 '차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죠.”
정씨 말처럼 요즘엔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찻잎을 그대로 숙성시킨 녹차ㆍ홍차는 물론이고 향을 넣은 가향차나 우유ㆍ꿀을 넣은 밀크티, 과일을 직접 청으로 담가 홍차를 섞은 과일차, 녹차 분말을 물에 타 마시는 말차까지 차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3월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프랑스 브랜드 티 카페인 ‘다만 프레르 티룸’매장 안에는 20~30대 젊은 남녀로 가득했다. 테이블이 다 차자 차를 테이크아웃하려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줄을 서 밀크티를 주문한 직장인 정미연(28ㆍ서초구 잠원동)씨는 “요즘은 커피 대신 차를 마신다”며 “커피보다 건강에 좋을 거라는 기대감과 차가 트렌디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선택한다”고 말했다.
최근 차의 인기엔 정씨 또래의 20~30대가 한몫한다. 과거엔 ‘차’라고 하면 전통적이다못해 고루한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오히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이 앞다퉈 마신다다. 다만 프레르에는 오피스 타운인 광화문 특성상 인근 직장인이 많지만 주말이면 젊은 카페 노마드족(유명 카페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으로 북적인다. 이보다 앞서 2014년 한국에 상륙한 싱가포르의 유명 티 브랜드 카페 TWG 매장과 2016년 10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픈한 '라뒤레 살롱 드 떼'도 주중ㆍ주말할 것 없이 붐빈다.
해외 브랜드만이 아니라 국내 차 전문점도 주목 대상이다. 국내산 차로만 음료를 만들어내는 신사동 '티콜렉티브'나 연희동 '시간이 머무는 홍차가게', 홍대 '클로리스', 한남동 '산수화' 등은 차 매니어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최근엔 한국식 다과와 함께 차를 내는 용인 '동백역 하얀집'이나 프랑스풍 애프터눈 티를 할 수 있는 성북동 '파티스리 마담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가봐야 하는'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TWG가 끌고 스타벅스가 밀어
최근 차 트렌드를 처음 이끌어낸 건 TWG 청담 매장(지금은 폐점)과 스타벅스, 그리고 2012년 차를 대중 음료로 처음 소개한 대만 브랜드 공차였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내에 있는 TWG 카페. 

현대백화점 판교점 내에 있는 TWG 카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자리잡은 라뒤레 살롱 드 떼.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자리잡은 라뒤레 살롱 드 떼.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널]

2~3년 전부터 국내에 소개된 해외 유명 티 브랜드 전문숍이 차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스타벅스는 2016년 9월 ‘티바나 티’를 판매하며 국내 차 시장 인기에 불을 붙였다. 스타벅스는 미국에선 이미 2013년에 티바나 티를 판매했지만 국내에선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다 공차가 큰 성공을 거두자 국내 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타벅스는 티백 패키지를 포함해 40종류의 티바나 티 음료 메뉴를 선보였는데 이중 자몽ㆍ꿀ㆍ홍차를 섞어 만든 블렌딩티 ‘자몽허니블랙 티’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출시 한 달만에 전국 매장에서 품절됐다. 2000년 국내 상륙과 동시에 차 메뉴를 내놓은 커피빈 역시 2016년 차 매출이 전년대비 14.8% 올랐다. 특히 블렌딩 티(두 가지 이상의 혼합 차)인 ’차이‘는 같은 기간 109%가 올라 차 메뉴 중 가장 큰 판매 상승률을 보였다.
스타벅스의 자몽허니블랙 티. 지난해 9월 티바나 티 메뉴로 내놓자마자 한달만에 전 매장에서 품절됐다가 11월에서야 다시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자몽허니블랙 티. 지난해 9월 티바나 티 메뉴로 내놓자마자 한달만에 전 매장에서 품절됐다가 11월에서야 다시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 스타벅스]

스타벅스와 커피빈 뿐 아니라 국내 차 시장은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산물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차 생산량은 2010년 23만1970t에서 2014년 46만3975t으로 크게 늘었다. 차 수입량 역시 2010년 585톤에서 2014년 891톤으로 늘었다. 미국 티 브랜드인 스미스티의 2016년 매출은 전년대비 2.5배나 늘었다. 스미스티를 국내 수입·유통하고 있는 장호식 오레팜 대표는 “2013년 처음 수입한 후 매년 두 자리 수 성장을 했는데 2016년엔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우리뿐만아니라 국내에서 차를 유통하는 다른 회사들도 전년대비 최소 30%는 올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6월 스미스티 전문 카페를 청담동에 열 계획이다.
미국의 유명 티메이커 스티븐 스미스가 만든 차 브랜드 '스미스티'. 지난해부터 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스미스티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대비 2.5배가 늘었다. [사진 스미스티] 

미국의 유명 티메이커 스티븐 스미스가 만든 차 브랜드 '스미스티'. 지난해부터 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스미스티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대비 2.5배가 늘었다. [사진 스미스티]

 
슬로우라이프 유행도 한몫
커피 일색이던 음료 시장에 갑자기 차가 부상한 이유는 뭘까. 트렌드분석가인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는 “요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자연주의와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와 함께 지난 10여 년간 이어온 커피 유행에 싫증난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차로 옮겨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차로 유럽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본다는 점도 밀레니얼 세대가 차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로 봤다. 오레팜 장 대표는 “국내 음료 시장이 미국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밀크티·차이티 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 있는 매장과 똑같이 꾸민 광화문의 다만프레르 매장. 이곳에는 고풍스러운 매장에서 커피대신 차 문화를 즐기려는 20~30대의 젊은이들이 찾아온다.   김성룡 기자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 있는 매장과 똑같이 꾸민 광화문의 다만프레르 매장. 이곳에는 고풍스러운 매장에서 커피대신 차 문화를 즐기려는 20~30대의 젊은이들이 찾아온다. 김성룡 기자

차가 하나의 트렌드로 받아들여지면서 에잇컬러스·TWL·코발트숍같은 온·오프 라이프스타일 편집숍들도 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차와 관련한 찻잔ㆍ티포트 등 테이블 웨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고 있다. 커피를 마실 때는 1회용 잔이나 밋밋한 머그컵을 이용하던 사람들도 차를 마실 때는 찻잔에 유난히 신경을 쓴다. 
차 트렌드와 함께 찻잔과 티포트 등 차와 관련된 식기류들도 함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로얄 코펜하겐]

차 트렌드와 함께 찻잔과 티포트 등 차와 관련된 식기류들도 함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로얄 코펜하겐]

덴마크 고급 식기 브랜드 로얄 코펜하겐은 2016년 4월 1인 가구를 타깃으로 1인용 티포트ㆍ찻잔 세트를 내놨는데 20만~50만원대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 달만에 준비 수량이 다 팔려 나갔다.
영국 브랜드 로얄 알버트에는 최근 드라마와 영화, 심지어 아이돌 뮤직비디오까지 클래식한 디자인의 찻잔과 티포트, 3단 디저트 트레이 등을 협찬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영국풍 티 타임을 연출하는 장면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로얄 알버트 국내 공식 수입업체인 길무역 김태훈 대리는 “티타임용 3단 트레이는 최근 개인 문의도 부쩍 늘었다”며 “최근 2~3년 사이 차와 티 웨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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