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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칼럼] 한국 국정원 개혁을 위한 10가지 원칙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헌법재판소를 불법 사찰했다는 루머가 국가정보원을 다시 스포트라이트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는 정보기관 개혁이 정쟁거리나 선정적인 기사거리가 아니라 국가안보 주제로 부상할 수 있다. 우리는 정보기관이 믿을 만하고 정확한 정보를 입법자들과 시민에게 제공하도록 만들 방안을 대승적으로 살펴야 한다. ‘가짜 뉴스’ 같은 왜곡된 정보가 판치는 인터넷 정글의 시대에 정책 안정성을 확보하고 선정주의적 매체에 대한 관리들의 의존도를 줄이려면 더더욱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 출처가 필요하다.
 
쉽지 않은 개혁을 위한 원칙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최고 인재들이 당장의 정치적인 이득보다는 실제 도전에 맞서야 한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막대한 자금을 정보 분야에 쏟아부어 획기적 발전을 거두는가 싶더니 이내 질적인 저하가 발생했다. 정보분석의 핵심인 ‘인간’이 등한시됐다. 정치권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수십억 달러 프로젝트에 포함된 컴퓨터와 인공위성이었다. 컴퓨터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한국은 컴퓨터가 우리를 미혹하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
 
둘째, 경제적·기술적 변화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변용시키는지를 역사성 있는 통찰력으로 파악하는 분석가들이 필요하다. 데이터 분석으로 세계 추세에 대한 통찰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그들은 탄탄한 인문학·문학·역사·철학 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쓸모 있는 정보는 의미 있는 정보다. 숨 가쁜 기술 발전이 사회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 정적(靜的) 모델을 탈피하고 미래학 관점을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
 
셋째, 외국 정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한국의 풍성한 역사 경험을 이용해야 한다. 조선의 춘추관(春秋館)은 500여 년 동안 방대한 사회 데이터를 흠잡을 데 없는 객관성으로 분석하고 최상급 역사 기록을 남겼다.
 
넷째, 다른 나라들의 통치·정치·경제 체제가 계속 같은 방식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상정하면 안 된다. 정책결정 과정의 변화는 빠르게 진행된다. 우리 정보 모델은 변화를 선제적으로 예상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섯째, 기밀 입수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선견지명 있는 데이터 해석으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질 일들을 지속적으로 예측하는 게 핵심 정보활동이다. 갈수록 그렇다.
 
여섯째, 정보기구 내에서 젊은이·여성과 다문화 한국인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 젊은 요원들로 구성된 복수의 개별 팀들을 창설해야 한다. 팀들이 정확성을 목표로, 신선한 시각을 수단으로 경쟁하게 만드는 게 필수적이다. 혁신 모델 수립을 장려하려면 어쩔 수 없는 실수에 대해 관대해야 한다.
 
일곱째, 어떤 나라나 지방의 정치·지리·역사를 상세히 아는 인력이 필요하다. 중국·미국 전문가로는 불충분하다. 광시(廣西)나 일리노이 전문가도 필요하다. 국가를 넘어선 글로벌 정보 모델도 필요하다. 경제·정치는 본질적으로 초국가다. 이미 나라·지역을 넘어선 유유상종(類類相從) 연대가 결성되고 있다. 글로벌 한국은 중앙아시아·아프리카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하다.
 
한국 최대의 약점은 지역 전문가 양성에 실패한 것이다. 정치 바람을 타고 성공하는 ‘일반전문가(generalist)’가 너무 많다. 장기적으로 특화된 전문성을 발전시키는 전문가들을 양성해야 한다. 그들은 정치 인맥이 아니라 오로지 업무 효과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여덟째, 북한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정보활동을 탈피하자. 초국가화되고 있는 북한의 위협은 상식을 거스르며 보다 확장된 네트워크의 일부분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홉째, 위계서열적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 분석가들은 외국을 분석할 때 최고지도자나 장관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하지만 오늘의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갈수록 정책이 준장(准將)과 차관, 정치 컨설팅 회사, 임시 특별 그룹 같은 하위 수준에서 결정된다. 국정원은 이런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융통성 있게 모델을 수정해야 한다. 타국 정부들이 자국에 대해 유포하는 ‘신화’를 믿는 것은 근본적인 잘못이다. 어떤 정부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최선의 방법은 방대한 데이터 수집이 아니라 상상력을 동원해 가능한 시나리오 6~7개를 내놓는 것이다. 그런 다음 데이터로 최상의 모델에 도달할 때까지 개연성 없는 것들을 제거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정보는 극도로 심각한 분야이지만 예술의 측면도 있다. 고정관념을 탈피한 모델을 만들려면 창의 친화적 휴식 공간이 필요하다. 글쓰기나 연극 공연 같은 즐거운 활동이 창의력을 넘쳐 흐르게 한다.
 
나는 6년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 BB)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예산 부족에도 기죽지 않고 한국 고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KRIBB는 특정 바이오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는 아니지만 모든 의학 연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있다. 몇 분 내로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 상의할 수 있다. 이런 이례적인 환경은 실리콘밸리나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도 없다. KRIBB 모델로 우리나라 정보 분야를 향상시킬 수 있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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