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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사드 배치는 시진핑의 ‘중국의 꿈’ 깨는 시발점인가

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

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보복은 왜 이렇게 거친가.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기 때문에, 또 한국의 결정이 중국과 충분한 상의 없이 이뤄졌기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세 차례에 걸친 요청을 한국이 외면했기에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게 다일까. 더 중요한 원인은 없을까. 혹시 사드의 한국 배치가 21세기 중화제국 재건에 나선 시진핑의 ‘중국의 꿈(中國夢)’을 깨뜨리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은 아닐까. 
 
중국의 제국, 해체에서 복원으로
 
중국은 오랫동안 제국이었다. 우리는 역사상 중국에 존재한 제국을 통칭해 중화제국이라 부른다. 중화제국은 당송(唐宋) 변혁기를 경계로 전기 중화제국과 후기 중화제국으로 나뉘며 전자는 한(漢)과 당(唐)을, 후자는 명(明)과 청(淸)을 전형으로 삼는다. 이들 왕조를 제국이라 일컫는 것은 단순히 황제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라서가 아니다. 제국은 광활한 영토, 공간의 조직화 능력, 언어 및 종교의 다양성, 문명의 헤게모니 등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제국은 관료제에 의존한 직접지배와 기미(羈?)지배 등의 수단을 활용한 간접지배를 통해 광대한 영역을 하나의 정치적 단위로 통합했다. 또한 언어, 종교, 문화 등의 다양성을 통합하는 독자적 메커니즘을 작동시켜 제국을 안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 물론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강력한 조세 장악력(재정)이 이와 같은 통합 메커니즘을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 진시황이 만들고 한(漢)에서 그 전형이 완성된 중국의 제국체제 근간은 20세기 초까지 유지됐다.
 
중화제국은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제국이 붕괴되면 또 다른 제국이 이어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중화제국은 제국으로서의 복원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중국 제국이 20세기 벽두에 붕괴했다. 중국인들은 이를 ‘수천 년 동안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던 변화’라고 했다. 청의 몰락은 역사상 여러 차례 경험한 여느 제국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제국이 가진 패권의 상실 혹은 왕조 교체란 차원을 넘어 중국 제국의 연속을 가능하게 했던 가치와 문화의 몰락을 수반했기 때문이다. ‘복원 불가능한 해체’로 여겨졌다.
 
한데 그런 중국 제국이 복원되고 있다. 시진핑 시대를 맞이하면서다. 그는 이제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주도자를 넘어 미국과 함께 세계 질서를 만드는 주체자임을 천명하고 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한다는 중국의 꿈 제창이 그것이다.
 
시진핑은 “중국의 꿈은 반드시 중국의 길(中國道路)을 걸어야 하고, 중국의 정신(中國精神)을 선양해야 하며, 중국의 힘(中國力量)을 결집해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은 중국이 이제 글로벌 표준(Global Standard)이 아닌 중국적 표준(Chinese Standard)에 따라 대국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의 ‘제국화’, 즉 중국의 제국 만들기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중국적 표준, 제국의 소프트파워가 될까
 
20세기는 중화문화에 대한 ‘부정’의 시대였다. ‘부정’을 통해 새롭고 강한 중국을 만들고자 했던 중국의 열망은 문화대혁명에서 정점을 찍었다. 문혁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이라는 또 다른 보편가치로 유교적 보편가치에 뿌리를 둔 전통 중화문화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려는 거대한 문화적 실험이었다.
 
 
중국 현대 사상가 리쩌허우(李澤厚)의 말을 빌리면 ‘문화심리구조’로 중국 문화 속에 착근된 유교는 중국의 정체성 그 자체인데, 문혁은 유교가 배제된 중국의 정체성을 창조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유교가 빠진 새로운 중국성(中國性)을 통해 ‘강국몽(强國夢)’을 실현하려던 마오의 실험은 중화문화의 무게를 돌파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중국의 문화담론이 ‘부정의 역사’에서 ‘긍정의 역사’로 전환됐다. ‘중화’를 부정함으로써 강한 중국을 건설하려 했던 20세기 실험이 종언을 고하고 이제 ‘중화’를 자산으로 미래를 기획하는 지식 패러다임의 반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화를 자산화하는 작업 한가운데 유교의 부활이 자리 잡고 있다. 유학이 최근 중국에서 전개되는 거의 모든 문화담론의 사상적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중국에선 유학치국론(儒學治國論)이 유행하고 중국의 사유방식과 개념으로 중국과 세계를 사유하고,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화 보수주의가 주류 담론으로 부상했다.
 
한국, 중국의 ‘제국몽’에 직면하다
 
 
시진핑의 중국은 바로 유교와 같은 전통 문화를 자산으로 21세기 중화제국 건설에 나서고 있다. 그것이 패권과 보편가치를 겸비한 제국으로의 복원일지, 아니면 단순히 패권의 부활에 그칠지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
 
과거 중국 중심의 천하질서는 패권(억압)과 포용(관용)을 두 축으로 했다. 새로운 중화제국 건설에 나선 시진핑의 중국이 패권과 포용 둘 사이에서 어떤 측면을 더 드러낼지는 시간이 말해 주겠지만 관용 속에 내재된 제국의 억압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게 바로 21세기 중화제국의 부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또 실제 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우리에게는 큰 도전이다. ‘중국적인 길’을 걷겠다는 오늘날의 중국은 한국의 미래를 만드는 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상수(常數)다.
 
냉전 시대에 우리는 중국을 ‘타자(他者)’로, 경계하고 멀리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긴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 중국은 결코 ‘타자’로만 존재했던 적이 없었다. 냉전 시대의 현상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고 이제 냉전 시대가 만든 중국에 대한 인식 패러다임은 그 짧은 생명을 다했다.
 
 
가시화되는 중국의 제국화를 보며 우리는 두 가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패권의 이동, 즉 세력전이다. 중국적 세계질서가 아편전쟁과 청일전쟁을 거치며 해체되고 서구 주도의 새 지역질서가 구축된 게 첫 번째 세력전이었다면 최근엔 신형대국 중국의 부상으로 두 번째 세력전이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역질서의 구조변동이다. 동아시아 지역질서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시진핑은 이미 ‘중국의 꿈’ 제창으로 시동을 걸었다. 패권 장악을 위한 중국과 미국의 씨름이 본궤도에 올랐다. 중국의 사드 반대는 그 연장선에 있다. 미·중의 대립에서 한반도는 대단히 중요한 전략적 위치에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으로 중국은 이해한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합류한다는 이야기다. 중화제국 건설에 나선 시진핑으로선 중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울타리가 무너지는 사태는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격렬히 반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동아시아에서 중국 중심의 지역질서가 구축될 것이란 전망은 우리에게 중국이 만들어왔던, 그리고 만들려는 세계, 즉 천하가 무엇인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전망을 요구한다. 우리가 중국의 제국성에 주목해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세력전이가 문명의 표준이 바뀌는 문명사적 전환을 수반한다는 사실이다. 유교적 가치가 보편이었던 동아시아에 인권, 민주, 자유, 평등 등 근대 유럽이 창안한 가치를 보편으로 수용하는 문명사적 전환이 첫 번째 세력전이 과정을 통해 확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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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두 번째 세력전이 과정에서 문명의 표준과 상식이 바뀌는 현상이 과연 발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권력 엘리트와 지식인 엘리트 모두 중화제국의 유산을 어떻게 계승해 현재와 미래의 보편이념을 제시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의 문명담론과 문화논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중국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미국과 유사한 제국을 구현할 만한 충분한 정치적, 사상적 역량을 갖췄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더욱이 중국 주위의 국가와 국민들이 ‘보편성 있는 중국의 가치’나 소프트파워를 공유하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 역시 회의적이다. 또한 중국은 이웃 나라들과 분쟁이 있을 때마다 방대한 경제적 자원을 무기로 주위 국가들을 드세게 몰아붙인다. 시진핑의 중국이 포용과 관용은 부족한 채 억압과 패권의 제국으로 성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전인갑
서울대에서 중국 현대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천대 중국학과 교수를 거쳐 서강대 사학과 교수와 인문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중국의 ‘장기 안정성’과 ‘격동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현대 중국의 제국몽-중화의 재보편화 100년의 실험』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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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