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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창업] 재취업 교육 덕분에 … 다시 웃은 조선업 퇴직자들

중소조선연구원에서 교육을 받고 조선 관련업무 재취업에 성공한 최영근씨. [사진 중소조선연구원]

중소조선연구원에서 교육을 받고 조선 관련업무 재취업에 성공한 최영근씨. [사진 중소조선연구원]

STX조선해양의 전기 장비를 점검하는 전장시운전팀에서 근무했던 최영근(47)씨는 지난해 19년 동안 일했던 직장을 잃었다. 수주 절벽과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STX조선해양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최씨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최씨의 이름은 명예퇴직 명단에 올랐다. 최 씨는 아내와 중학생 아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최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선업 경기는 더 악화하고 직장을 잃은 인력들이 거리로 쏟아질 텐데, 차라리 빨리 다른 곳으로 옮겨 자리를 잡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막막했던 최 씨는 일단 지인의 소개로 중소조선연구원의 재교육 강의부터 수강했다. 중소조선연구원에 이력서도 제출했다. 최 씨는 무엇보다 20년 가까이 해 왔던 업무를 계속하고 싶었다. 중소조선연구원에서는 관련 일을 이어갈 수 있는 업체들을 최 씨에게 소개해줬다. 최 씨는 지난해 9월, 화진기업의 선박수리팀 부장으로 다시 일터에 돌아왔다. 최 씨는 “쉰 살 가까운 나이에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비록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직장을 옮겼지만, 예전에 하던 선박 점검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비교적 적응이 수월했다”고 말했다.
 
세계 조선산업을 이끌었던 한국 조선업이 무너지면서 구조조정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특별고용업종지정 민관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을 잃은 조선업 퇴직 인력들은 협력회사를 포함해 약 3만 명에 달한다. 실직자들은 희망퇴직 위로금이나 실업 급여를 받더라도 재취업이 쉽지 않고 생계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긴급 처방 중 하나가 재취업 교육과 취업 지원이었다. 중소조선연구원이 총괄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퇴직인력 교육 및 재취업 지원사업’을 위한 예산 200억원을 받았다. 약 5개월 동안 2772명이 설계·엔지니어링, 해양레저선박 같은 분야의 교육을 받았다. 또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607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프로그래밍을 배워 새 일터를 찾은 정규권씨. [사진 중소조선연구원]

프로그래밍을 배워 새 일터를 찾은 정규권씨. [사진 중소조선연구원]

 
지난해 재교육을 받았던 정규권(35)씨도 지난 1월부터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고 있다. 정씨는 철광석을 운반하는 선박의 항해사였다. 하지만 지난해 계약이 종료됐고 다시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았다. 해운 경기는 이미 그림자가 짙게 깔려 어두웠고, 배를 타는 일 대신 다른 일을 찾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정씨는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중소조선연구원의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3주 동안 무료로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자격증 시험에도 합격했다. 지금은 목포대 ‘E-Navi. 핵심인재양성사업단’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씨는 “사고 예측을 위한 빅데이터나 전자 항해 등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며 “새로운 교육이 재취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도 중소조선연구원은 173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조선업 퇴직 인력들을 위한 교육과 재취업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교육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번째가 동일업종 지원 교육이다. 조선업 퇴직자들이 기존에 하던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특수선박·고속선박·해양레저선박 분야의 교육이 마련돼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조선 설계 전문 인력을 6000명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설계·엔지니어링 교육도 포함됐다.
 
일자리를 찾는 퇴직자를 위한 조선업 퇴직인력 교육 현장. [사진 중소조선연구원]

일자리를 찾는 퇴직자를 위한 조선업 퇴직인력 교육 현장. [사진 중소조선연구원]

교육의 두번째 갈래는 지역유망 업종으로 재취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울산에서는 석유 화학이나 발전플랜트 설계 분야, 경남 지역에서는 항공 우주 산업 분야에 취업할 수 있는 교육이 마련된다. 기술을 보유한 조선업 퇴직 인력이 재교육을 통해 지역 특화 분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직접 취업을 지원하고 연계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중소기업이 조선업 퇴직 인력을 고용하면 1인당 1년 동안 한 달에 250만원씩 해당 업체에 지원해 준다. 퇴직인력을 고용한 업체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퇴직 인력과 업체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해 주는 취업 매칭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들이 전문성과 직무 적합성 등을 평가해 서류 평가를 실시한다. 이후 중소조선연구원에서 구인 기업과 퇴직 인력의 일대일 면담을 주선해 준다.
 
전문 기술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했던 고경력자를 기업의 기술 자문단으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선박 설계와 엔지니어링 등 핵심 기술 인력들의 해외 유출 문제가 커지자 고경력자들을 붙잡기 위해서다.
 
정중채 중소조선연구원 단장은 “좀 더 빠른 시간 안에 퇴직자와 구인 업체를 연결해 주기 위해서 올해는 자동 매칭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부산·경남·울산 등 5개 지역을 중심으로 취업 자문 컨설팅과 재취업 박람회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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