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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문화재의 제자리

최예빈고려대 국제학부 4학년

최예빈고려대 국제학부 4학년

스무 살 여름, 대영박물관에 처음 갔다. 전 세계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초입에는 인기가 많은 유명 문화재가 전시돼 있었다. 불법이든 아니든 세계 각국에서 런던까지 흘러온 이 문화재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제대로 관리받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수많은 약탈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선진국 박물관들은 ‘문화재 관리가 어려운 개발도상국들을 위해 자신들이 인류의 소중한 보물들을 보관해주고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슬람국가(IS)의 반달리즘으로 파괴된 유물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자 생각이 바뀌었다. 박물관이 덜 중요하거나 덜 유명하다고 판단한 유물들의 자리였다. 사람들도 잘 찾지 않았다. 수많은 유물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잊혀져 가고 있었다. 박물관이 이 문화재를 홀대하고 있는 까닭은 그들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간적 맥락이 삭제된 문화재들은 외국인 고고학자의 판단에 의해 분류된 뒤 방치당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들의 판단은 상당히 자의적일 가능성이 크다. 가까이 붙어 있는 한국과 일본 전시관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있고, 역사 해설 역시 왜곡돼 있었다. 일본의 역사는 기원전 1만2500년 전 조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 반면 한국의 고조선은 아예 언급돼 있지 않았다. 삼국시대에야 비로소 시작된 나라로 묘사된 것이다. 한국보다 힘이 약한 나라에 대한 왜곡은 이보다 더할지 모른다.
 
북한산 진흥왕순수비가 대영박물관에 전시돼 있다고 상상해보자. 신라의 불국정토 염원과 한반도에서 한강이 갖는 의미, 진흥왕의 야망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서로 얽혀 있는 다른 문화재와 분리된 순수비는 그저 글자를 새긴 단순한 돌비석일 뿐이다. 고조선을 모르는 대영박물관 큐레이터가 순수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제자리를 찾아줄 수 있을까.
 
최근 한국인 절도단이 일본 대마도에서 훔쳐 한국으로 들여온 부석사 금동불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이 서산 부석사에 인도돼야 한다는 1심 판결을 내렸지만 21세기 법률 체계나 한·일 관계와 상충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정답이 뭐라고 딱부러지게 말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건 공간적 맥락을 상실한 채 해외를 떠돌고 있는 문화재가 아직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보물이 남들에겐 고물 취급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최예빈 고려대 국제학부 4학년


◆ 대학생 칼럼 보낼 곳=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www.facebook.com/icolumnist) 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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