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악이 평범해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이유

다니엘 린데만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다니엘 린데만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얼마 전 ‘아이히만 쇼’라는 영화를 봤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실무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룬 작품이다. 아이히만은 종전 뒤 아르헨티나로 도피했다가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잡혀 압송된 뒤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고 처형됐다. 방송 분야에서 일하는 두 주인공이 이 재판을 생방송으로 온 세상에 알리려고 애쓰는 내용을 그렸다.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과 대화하는 시간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재판을 보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쓴 독일 출신의 미국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가 쓴 표현이다.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특수한 상황에선 악한 기질을 내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2차대전 당시 명령을 따라 유대인 학살에 가담했던 독일인들은 과연 나쁜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특별한 상황 때문에 자기도 몰랐던 악의 모습을 드러냈던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중학교 때 역사 선생님이 내줬던 숙제가 생각났다. ‘2차대전 당시에 살았다면 목숨을 잃더라도 유대인들을 위해 노력하고 싸웠을까, 아니면 대다수 독일인처럼 복종하면서 목숨을 구했을까’를 고민해 글로 써오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목숨을 잃더라도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웠을 것이다’라고 쓰려고 했다. 하지만 진지하게 고민했더니 답이 쉽지 않았다. 이 세상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 비슷한 사람인데도 상황에 따라 선이나 악의 모습이 나오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현재 내전을 벌이며 학살이 일상화된 시리아나 ‘마약과의 전쟁’을 치른다며 공권력이 범죄 용의자를 재판 없이 사살하는 필리핀을 보면 어떤 나라에서건 선과 악이 항상 공존한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 아이히만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악은 평범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잔인한 행동을 전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인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 좋은 생각과 행동을 통해 선이 악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전쟁을 방지하는 일이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선 악이 평범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중국도 국방비를 늘리겠다고 했다는 보도를 봤다.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세계 시민의 노력과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