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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러다이트 운동은 반드시 실패한다

구혜진 JTBC 사회1부 기자

구혜진 JTBC 사회1부 기자

국회의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 한 친구는 “상심할 것 같아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12월 19일의 경험 때문이다. 당시 학생이었던 우리는 생각지도 못하게 크게 상심했다. 누구의 지지자도 아니었지만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란 말을 피하고 싶었다.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은 했지만 한동안 문득문득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렇게까지 좌절했던 건 우리 세대가 믿어온 가치가 부정당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리고 영원히 마찬가지일 거란 비관이 우리를 휘감았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요즘 광장의 태극기 부대가 느끼는 감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세대의 가치가 부정당하고 있다’는 공포감이다. 이들의 가치에 동의하지 못하지만 그 공포의 아픔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이 그 결과물이다. 한국·영국·미국에서 시차를 두고 시행한 세 선거는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선거전에선 당신들이 존중받았던 ‘좋았던 옛날(Good old days)’이 다시 올 거란 레토릭이 반복됐다. 표의 인구적 구성도 같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도시와 먼 곳에 살수록, 소득과 학력이 낮을수록, 1·2차 산업에 종사할수록 ‘과거’에 표를 던졌다.
 
트럼프나 브렉시트를 찍은 사람들 그리고 태극기 부대가 언론이 묘사한 만큼 모두 비이성적이고 경악스럽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현재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외돼 있다. 그들이 대접받고 살 수 있는 전성기는 지나갔다. 미국과 영국의 제조업 지대는 몰락했고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들의 시선에선 금융·정보기술(IT) 등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만드는 사람들이 잘나가고 낯선 가치들이 주류가 되는 세상이다. “똑똑한 척하는 이들에게 질려 다른 사람을 찍는다” “젊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말들이 그런 정서를 대변한다. “과거로 돌아가자”고 이들은 투표했다. 21세기형 러다이트 운동인 셈이다.
 
하지만 러다이트 운동은 반드시 실패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기계를 부순다고 장인정신이 있던 시대, 숙련공이 있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기계로 생산한다는 아이디어를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1차 러다이트 운동을 벌인 노동자들도 보통 선거권 등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야 원했던 것을 조금이나마 얻었다. 이번 정권이 블랙리스트나 검열처럼 과거에 묻힌 것들을 되살렸지만 결국 이 시대에 용인될 수 없다는 것만 증명했다. 과거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실패한다. 민주주의나 평등, 인권은 한번 사람들 마음속에 생기면 없앨 수 없다. 누군가가 추억하는 ‘좋았던 옛날’은 누군가에겐 나빴던 과거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이를 이해하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 이들의 승리는 요원하다.
 
구혜진 JTBC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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