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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싫어서보다 무엇이 좋아 퇴사해야 긍정적 결과”

7년차 기자의 ‘퇴사학교’ 입문기
1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퇴사포럼’에서 행사 취지를 말하고 있다.

1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퇴사포럼’에서 행사 취지를 말하고 있다.

2 퇴사포럼 참가자들이 5개 조로 나뉘어 퇴사 후 하고 싶은 일 등을 주제로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2 퇴사포럼 참가자들이 5개 조로 나뉘어 퇴사 후 하고 싶은 일 등을 주제로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3 ‘하고 싶은 일하며 돈 버는 법’을 주제로 강의한 정은길 전 아나운서가 조별 토론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퇴사학교]

3 ‘하고 싶은 일하며 돈 버는 법’을 주제로 강의한 정은길 전 아나운서가 조별 토론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퇴사학교]

지난달 24일 저녁 서울 신촌의 한 카페. 퇴사에 대해 관심과 고민이 많은 2030세대 4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2030 퇴사포럼’이란 이름의 이 모임은 직장인 아카데미인 ‘퇴사학교’가 주최하는 특별 이벤트다. 페이스북으로 참가자를 선착순 모집했는데 하루 만에 150여 명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자기소개 시간. “햇수로 7년차 직장인”이라고 운을 떼자 곳곳에서 “어우” 하는 탄식과 함께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내왔다. 이미 퇴사했거나 최소한 퇴사를 결심한 사람들은 박수를 받고,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물러 있으면 루저(loser)가 되는 듯한 분위기가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자연스럽게 내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로 생각이 옮겨갔고 “사실 하는 일은 적성에 맞는데…”라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퇴사자=배신자·낙오자 인식 바뀌어야”
퇴사학교. 이름도 무시무시한 이곳에 발을 들이면서, 또 그 사실을 이렇게 ‘커밍아웃’하면서 스스로 내세운 명분은 두 가지였다. 1년 후가 될지 20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해야 할 퇴사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뭐가 나쁜가. ‘취업 핵심전략’ ‘취업 비법서’ 등 입사 잘하는 법과 관련한 강연과 책은 넘쳐나는데 퇴사를 잘하는 법도 공부를 해두면 좋지 않을까.
 
지난해 5월 퇴사학교가 개교한 이후 3000여 명의 직장인이 이곳을 거쳐갔다. 장수한(32) 퇴사학교 교장은 “퇴사학교라는 이름 때문에 퇴사를 부추기는 곳이냐는 오해와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오히려 퇴사학교를 다닌 이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회사 생활을 하게 됐다는 분도 많다”며 “고용 사회가 종말로 향할수록 퇴사자는 많아질 거고 그런 만큼 ‘퇴사는 회사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란 인식 또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 부적응자나 별종·배신자·낙오자 등 퇴사라는 단어 자체에 담긴 부정적 인식은 퇴사라는 이슈를 공론화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다. 퇴사학교 학칙 중에는 ‘회사에 절대 소문 내지 않기, 여기서 보고 들은 것은 일절 외부에 발설하지 않기’라는 조항이 있다. 그만큼 수많은 직장인이 마음속으로만 사표를 쓰거나 은밀하게 퇴사 이후를 준비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퇴사는 이미 대다수 직장인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012년 23%, 2014년 25%에 이어 지난해 28%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 결과 2013년 기준으로 3년 내 퇴사율은 20대 84%, 30대 63%, 40대 65%, 50대 69%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3년을 못 채우고 직장을 떠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퇴사를 하면 조직에 피해를 주는 이기주의자로 매도되기 십상인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퇴사라는 공감대 하나로 속풀이 대화
지난달 19일 일요일 저녁 서울 북창동의 모임 공간에서 진행된 ‘퇴사학 개론’ 수업. 이미 퇴사한 지 100일이 지난 사람부터 불과 하루 전 회사에 퇴사를 통보한 사람, 이번 주엔 나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퇴사 여부를 결정 짓겠다는 사람 등 17명이 함께했다.
 
3년차 사무직 종사자인 이모(27·여)씨는 “지금 회사에선 롤모델을 찾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퇴사를 고민 중이다. 그는 “3년 뒤엔 이 대리, 5년 뒤엔 저 과장이란 생각을 하니 도무지 비전도 보이지 않고 일에도 흥미를 느끼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글쓰기 등 창의적인 일에 도전하는 게 적성에 맞다고 결론을 내린 그는 이 수업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퇴사를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3시간 수업은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서로의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상황에서 퇴사라는 고민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활발한 대화가 가능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않던 은밀한 속마음까지 열게 만드는 묘한 기운도 느껴졌다.
 
강의를 맡은 장 교장이 먼저 자신의 퇴사 스토리를 풀어냈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 2015년 4월 삼성전자를 퇴사했을 때 주변의 반응, 퇴사학교라는 강연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시행착오 등. 주변의 도움 없이 무작정 퇴사를 결심했을 때 일반적으로 겪는 일들이었다. 그가 퇴사학교를 만든 이유도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어서였다.
 
장 교장은 퇴사학교에서 만난 직장인들이 말하는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적성·성장·시간·관계·공허·안주·문화라는 7개 키워드가 그것이다. 앞의 3개는 개인이 통제할 수 있고 뒤의 3개는 그럴 수 없는 요인이다. 장 교장은 “이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게 퇴사를 준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 도피 전에 충분한 고민 선행돼야
퇴사포럼 강연자로 나선 정은길 전 교통방송 아나운서는 “퇴사 후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나만의 보험, 즉 돈을 벌 수 있는 능력 하나쯤은 마련해두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무엇이 싫어서보다 무엇이 좋아서를 이유로 퇴사해야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더라”는 경험담도 곁들여졌다.
 
이들 강연의 핵심은 막연한 현실 도피성 퇴사 이전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는 거였다. 물론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땐 일단 퇴사를 해야 만나는 사람들도 달라지고 거기서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퇴사학교는 그 과정에서 작은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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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포럼에 참석한 취업준비생 최모(21)씨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직장인들의 애환이 뭔지 조금이나마 알아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오게 됐다”며 “대학교 3학년이 되니 취업 스트레스는 심해지는데 정작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할 시간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에게 직장인이 돼서도 그 고민은 계속될 것이란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퇴사학 개론 수업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장 교장의 질문에 자신 있게 손을 든 사람은 한두 명뿐이었다. 2030 직장인들조차 ‘내 꿈을 추구하기엔 이미 늦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새로운 선택지 앞에서 주춤하다 결국엔 안주해 버리기 쉬운 게 현실이다. 장 교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이 꿈꾸는 일을 탐색하고 유연하게 도전하는 게 당연해지는 세상이 오면 퇴사학교를 퇴사하겠다”며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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