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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39) 연령별 준비④ 50대에 꼭 해야 할 노후준비

50대가 되면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뭍어나기 시작한다. 머리가 희끗해지고 주름도 하나둘 늘어난다. 100세 시대의 시계로 보면 낮 12시를 넘어 오후 3시에 걸쳐 있다.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는 상층부의 직책을 맡기 시작하고 50대 중반을 전후해 임원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영업을 비롯해 개인사업자라면 업력이 20~30년에 달하면서 사업의 절정기를 맞고 있을 시점이다.
 
자녀는 어느새 대학생이 돼 있거나 군에 가 있고 50대 후반에 다가서면 자녀의 출가가 시작된다. 30~40대 육아와 교육으로 정신이 없었다면 50대는 양육 부담에서는 슬슬 벗어나는 시기다. 30~40대에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면 그간 쌓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다 개인연금이 어느새 목돈으로 불어나 있을 때다. 퇴직 후 일시금으로 받지 않고 장기간 또는 종신으로 지급받아 쓰도록 설계해 놓았다면 금상첨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50대라도 전반부와 후반부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50대 전반부는 집에서나 밖에서나 역할이 절정기에 달할 때다. 집에서는 자녀가 대학에 다니거나 군에 가기 위해 휴학하는 등 계속 학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마지막 뒷바라지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도 정점에 올라서 있을 때다. 여유를 찾기보다는 온통 회사일에 정신을 쏟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면 퇴직 이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실 노후 준비가 가장 필요한 때가 50대지만 그럴만한 여건이 안 된다. 결국 퇴직하고 나서야 인생 이모작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유다.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2016년 50대 가구주의 부채를 뺀 순자산은 평균 3억6000만 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만한 자산으로는 60세 이후 노후 30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제는 60세에 퇴직해도 국민연금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 1969년생 이후는 65세가 돼야 나온다. 은퇴 크레바스를 넘기려면 퇴직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회사의 체계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한 연구기관에서 국민연금 수급시기를 67세 이후로 늦추고, 불입 시한도 지금의 60세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냉담한 반응을 얻었다. 가뜩이나 민간기업의 평균 실질 퇴직이 53세에 불과해 기나긴 은퇴크레바스를 겪어야 하는데 수급시기를 늦추면 퇴직 후 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 수급기한을 더 연장하면 국민 상당수가 국민연금을 구경해 보기도 전에 은퇴 크레바스의 계곡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다. 53세에 퇴직해 67세에 국민연금을 받으면 14년간 버틸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재취업하면 좋겠지만 취업난으로 쉽지 않은데다 성공해도 연봉이 많지 않은데다 60세를 넘기면 다시 퇴직 전선에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과 비교했다지만 한국은 외형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격을 갖추고 있을 뿐이고 소득과 자산격차가 크고 개인 간 양극화가 극심하다. 노인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연금 수급시기를 늦춘다면 양극화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선진국은 절대빈곤은 물론 상대빈곤이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해소된 국가들이다. 한국에서도 국민연금의 가입과 수급시기를 늦추려면 기대수명이 더 길어지고 노인빈곤율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완화되는 20~30년 후 세대의 장기적 과제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퇴직을 앞둔 현재 세대에게는 부적합한 대책으로 보인다.
 
현재 퇴직을 앞둔 50대에 필요한 제도는 회사의 퇴직지원 프로그램인 아웃플레스먼트(Outplacement)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종신고용이 관행이던 일본 기업들도 평소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곳이 많다. 직원이 퇴직 이후에도 전문지식을 활용해 재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도록 인생이모작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시켜준다. 이를 통해 체계적으로 교육 기회를 부여하면 직원은 자신의 퇴직 이후를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아무런 대비 없이 퇴직하게 되면 100세에 이르는 기나긴 인생을 제대로 보낼 수 없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하루 아침에 생활이 급변하면서 상당 기간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50대가 되면 퇴직시계가 급격히 빨라진다. 바쁜 일상에 묻혀 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50대 중반을 넘어서면 눈깜짝할 사이에 정년이 다가온다. 연금을 비롯해 노후 자산이 상당히 축적돼 있다면 큰 걱정은 없다. 여기에 자녀 교육까지 거의 끝나간다면 노후는 순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을지 재취업에 나설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급여가 체감적으로 주는 것도 문제지만 60세에 퇴직해 창업하거나 재취업할만 곳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오히려 현직 프리미엄이 있을 때 대기업이라면 중견 및 중소기업으로 옮겨 직급을 올리고 임금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롱런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창업도 조금이라도 젊고 현직 프리미엄이 있을 때가 좋다. 준비하는 만큼 퇴직 후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 퇴직자들의 증언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안에는 전쟁터, 밖은 지옥"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가장 많은 갈등을 겪을 때가 50대라고 하겠다. 선택은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본인의 몫이다.


※ 이 기사는 고품격 매거진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매주 연재되고 있습니다.
 

▶ 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더 보기



[1] 노후 30년 안전벨트 단단히 매라
[2] ‘30년 가계부’ 써놓고 대비하라
[3] 내 자신을 펀드매니저로 만들어라
[4] 주택은 반드시 보유하라
[5] 노후 월급은 현역시절 만들어라
[6] 이벤트별로 자금 계획을 세워라
[7] ‘13월의 월급’…평소 관리하라
[8] 증여·상속…"남의 일 아니다"
[9] 연금·보험으로 안전판을 구축하라
[10] 은퇴 크레바스를 넘어라(상) 퇴직 후 5년이 고비다
[11] 은퇴 크레바스를 넘어라(중) 미리 준비하면 재취업 기회는 있다
[12] 은퇴 크레바스를 넘어라(하) 해외로 눈 돌려도 재취업 기회는 있다
[13] 퇴직 무렵 부채는 남기지 말라
[14] 부부가 2인 3각으로 준비하라
[15] 자기 앞가림 힘든 자식에 기댈 생각 말라
[16] 여행도 100세 시대의 필수품이다
[17] 귀농·귀촌에도 성공과 실패의 법칙이 있다
[18] ‘노후의 복병’, 부모 간병에 대비하라
[19] 재취업 프로젝트① 현직에 있을 때 갈 곳 겨냥하라
[20] 재취업 프로젝트② 재취업에 필요한 스펙은 따로 있다
[21] 최대 115만5000원 돌려받는 IRP는 필수품이다
[22] 재취업 프로젝트③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라 준비하라
[23] 재취업 프로젝트④ 과거는 잊고 오래 다닐 곳 찾아라
[24] 재취업 프로젝트⑤ 자영업 섣불리 시작하지 말라
[25] 재취업 프로젝트⑥ 창업하려면 젊어서 도전하라
[26] 일본도 피하지 못한 ‘노후빈곤 세대’의 반면교사
[27] 장성한 자녀의 귀환을 막아라
[28] 졸혼에도 대비하라
[29] 초저금리 끝나고 이자생활자 돌아온다
[30] 내년에는 빚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여라
[31] 이제는 100세 시대를 설계하라
[32] 65세 정년연장의 환상을 버려라
[33] 노후 불안이 ‘공시족’ 열풍 부채질한다
[34] 정년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35] 외롭지 않으려면 남자도 여자처럼 행동하라
[36] 연령별 준비① 20대에 꼭 해야 할 노후 준비
[37] 연령별 준비② 30대에 꼭 해야 할 노후준비
[38] 연령별 준비③ 40대에 꼭 해야 할 노후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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