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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2016 참가자 릴레이 기고 <18> 극동 러시아에서 생각해 본 우리 땅

이창운
한국교통연구원장

시베리아를 생각하면 얼어붙은 땅을 먼저 떠올린다. 구소련의 냉전시절을 회상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8월의 극동러시아는 파라다이스였다. 동해를 내려다보는 블라디보스톡과 자루비노 항의 코발트 바다빛도 좋고, 북·중·러 3국의 접경을 코앞에 둔 크라스키노 전망대의 아름다운 자연풍광은 많은 애환을 안은 연해주의 한인 역사를 잠시 잊게 했다.
 
여의도 면적의 70배라는 우스리스크 하롤 농장 한 가운데에서는 푸른 곡물의 지평선이 아스라하다. 잠시 기분좋은 상상을 해보았다. 2009년부터 현대중공업이 기름지게 가꾼 이 땅은 대한민국의 경제영토이다. 우리 국토면적에 합산해보는 셈법까지 순간 스쳐갔다. 좁은 땅에 바둥바둥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땅 넓히는 해법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지 않은가.
 
평화 오디세이 2016. '평화 오디세이 2016' 참가자들이 러시아 연해주에 있는 현대중공업 하롤 농장을 둘러본 뒤 삼삼오오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9년부터 여의도 면적의 23배에 달하는 6700만㏊ 규모의 농장에서 옥수수와 밀·귀리 등을 재배해 러시아와 중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해외 식량기지 차원에서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국내 반입도 가능할 전망이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평화 오디세이 2016. '평화 오디세이 2016' 참가자들이 러시아 연해주에 있는 현대중공업 하롤 농장을 둘러본 뒤 삼삼오오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9년부터 여의도 면적의 23배에 달하는 6700만㏊ 규모의 농장에서 옥수수와 밀·귀리 등을 재배해 러시아와 중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해외 식량기지 차원에서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국내 반입도 가능할 전망이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러나 이곳 한인들은 설움으로 점철된 근현대사를 가슴에 품고 있다. 152년전 두만강을 건너 개척의 땅 연해주를 찾아온 이들에게는 질곡의 역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스리스크를 중심으로 한참 터전을 닦아 나가던 1937년 10월 어느날 강제이주라는 스탈린의 폭거가 시작되었다. 이유는 중국본토까지 침공한 일본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인종이 비슷한 한인사회의 존재가 간첩활동의 잠재요인이 된다는 것이었다. 20만 명에 가까운 한인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종착지도 모른 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태워졌다. 카자흐스탄의 우슈토베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으로 내동댕이치듯 쫓겨나면서 슬픈 역사는 극에 달했다. 그중 2만 5000여 명은 이주 후 바로 닥쳐 온 극한의 추위 속에서 기아와 질병으로 시베리아의 토굴속에서 허망한 생을 마감하였다.
 
당시 스탈린은 이도 모자란 듯 심지어 항일투쟁을 했던 수천명의 한인 지식인들까지도 일본첩자라고 처형을 하며 한인공동체의 집단세력화를 말살시키려 했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혹독한 수난에 굴하지 않고 일어서서 지금은 러시아가 인정하는 우수한 소수민족 ‘카레이스키’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들이 부르는 아리랑은 그래서 더욱 짠하다.
 
‘길을 닦는 국가는 흥하고 성을 쌓는 국가는 망한다‘는 중국 옛말이 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와 연해주 개발을 위해 신동방정책의 길을 열심히 닦고 있다. 중국도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전략으로 경제영토를 넓히는 ’길 닦기‘에 열심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의 혈육인 북한은 핵미사일을 비롯한 ’성 쌓기‘에 일관하며 현대판 쇄국정책의 극단을 달리고 있다. 남북한이 함께 한반도의 길을 넓혀 나가는 날이 어서 오기를 소원해본다. 오늘날 유라시아 여러 곳에 흩어졌던 한인들은 원래의 고국인 한반도는 아니지만 선대가 살았던 연해주로 속속 회귀하고 있다. 슬픈 민족이동은 여기서 멈추고 시베리아 연해주에서 평화의 땅을 일구면서 남북한이 함께 닦는 길로 한반도를 편하게 오가는 우리의 이웃이 되어주길 바라고 싶다.
 
2년 전, 러시아 한인 후손 20여명이 자동차로 모스크바를 출발하여 부산까지 15000km를 달려 왔다. 시베리아와 연해주를 거치는 동안 선대 한인들의 곡절의 발자취를 답사하며 40여일의 장도 끝에 ‘150년 만의 귀향’에 성공하였다. 한반도를 종주하자 북한도 남한도 이들을 열렬히 환영해주었다. 감격에 겨웠던 그들은 떠나면서 ‘두 개의 조국이 다음에 올 때는 정말 하나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남겼다. 이번 평화 오딧세이 일행을 태운 비행기는 남북한이 하나였더라면 90분도 안 걸릴 하늘길을 중국으로 돌아가느라 3시간이나 걸렸다. 두배 더 먼 비행시간 동안 우리 일행들도 똑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아무르 강은 묵묵히 흐른다. 러시아 푸틴정부 신동방정책의 지리적 방향을 안내라도 하듯이 시베리아를 동진하여 3000km 흘러 하바로프스크에 도달하니 그 존재감이 더해진다. 남쪽의 연해주 중·러 국경을 가르며 북으로 흘러 온 우수리 강과 여기서 합류한 후 다시 북동쪽 사할린 섬 북단을 향해 삼천리는 더 흘러간다. 우리는 하바로프스크에서 남북한 분단과 좌우파 국론분열의 물길 합치기 즉 ‘합수(合水)’를 화제로 꺼냈다.
 
오딧세이 일행인 48명의 인사들 중에는 세간에서 좌파 또는 우파로 불리는 명사들이 골고루 참여하였다. 그들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한?러 공동번영의 길을 논하고 국가와 민족의 미래에 대한 토론에서 아무르 강의 합수를 생각하자는 데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마지막 날 주최측에게 고마움을 전하던 어떤 인사의 재치가 폭소를 자아냈다. 그 아재개그를 약간 각색해본다. 한반도의 주인인 한민족이여, 우리 땅을 지키고 넓히는 길을 위해 좌우지간 ‘中央으로 똑 바로 차고’ 나아가자!
 
이창운 한국교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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