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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기자 마카오 르포] 마카오 교민들 “김정남 가족, 미국·유럽에 망명할 듯”

김정남 피살
신변에 대한 불안 때문일까. 김정남 가족들의 흔적은 마카오 현지에서 묘연했다. 김정남과 가깝게 지낸 교민들을 접촉했다. 교민 A씨는 “아들 김한솔(22)의 신변 때문에 김정남 가족들이 매우 불안해하더라. 망명을 신청할 가능성 높은데, 위험한 한국 대신 미국이나 유럽으로 갈 거 같다”고 말했다. 교민 B씨는 “김정남 피살이 확인된 뒤 (둘째) 부인 이혜경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딸 솔희(19)도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더라”고 전했다. 딸 솔희는 마카오 타이파 북부의 국제학교(School of Nations)에 다닌다.

다수의 교민들은 “김정남과 그 가족들은 이번 피살 사건 이전부터 계속 두려움 속에서 생활했다”고 전했다. 교민 C씨는 “2013년 12월 장성택이 처형됐을 당시 인터넷에 떠돌던 관련 동영상을 김정남에게 보냈다”며 “동영상을 보고 난 뒤 김정남이 한동안 말수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마카오 카지노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은 기자에게 “돈이 많다고들 하던데 김정남은 꼭 택시를 타고 다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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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교민은 “김정남의 가족과 한인들 사이에 왕래가 이렇게 뜸한 건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2010년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이 있었는데, 한솔이가 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그 공연을 보러 갔다”고도 전했다. 김정남과 가족들이 그동안 한인들과 친밀한 스킨십을 해왔다는 뜻이다.

아들 김한솔이 졸업했고, 현재 솔희가 다니고 있는 국제학교에 가봤다. 일부 외신에선 김솔희가 마카오성공회학교(Anglican College)에 재학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지만 교민들은 “김솔희는 국제학교 졸업반”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 지도자의 자녀가 이 학교를 다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학교 측은 “어떤 정보도 말해 줄 수 없다”고만 했다.
김정남 가족이 2년 전까지 살던 마카오 타이파의 아파트 하오팅두후이(濠庭都會 ). 김정남의 딸 김솔희가 다니는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사진 이철재 기자]

김정남 가족이 2년 전까지 살던 마카오 타이파의 아파트 하오팅두후이(濠庭都會 ). 김정남의 딸 김솔희가 다니는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사진 이철재 기자]

국제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 하오팅두후이(濠庭都會)에도 찾아갔다. 이 아파트 7동에 김정남 가족은 2년 전까지 살았다. 영어명이 ‘노바 시티(Nova City)’인 이 아파트의 가격은 한 채에 3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웡(Wong)이라는 성의 주민에게 물어 보니 “아파트에 세대가 많아 누가 어디 사는지 잘 모른다”고 설명해 줬다.

한 교민은 “마카오에 더 비싼 아파트가 많지만, 애들이 다니는 국제학교에서 가깝고 출입구가 많아 김정남이 이곳을 선택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다 뚫려서 연결돼 있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통로가 20여 개나 됐다. 그는 “김정남 가족이 은신 중이라면 출입구가 많은 이런 아파트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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