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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 검거 골든타임 넘겨 … 체포된 여성 2명은 꼬리 자르기?

김정남 피살
김정남 독살 닷새째가 지나면서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쥔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용의자들을 체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남성 용의자들이 말레이시아 국경을 이미 벗어났거나 은신처에 숨어버렸을 가능성 때문이다.
17일 새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에서 김정남 피살사건의 현장검증이 실시됐다. 오른쪽 원 안의 검은 천을 쓴 인물이 용의자 중 한 명이다. [AP=뉴시스]

17일 새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에서 김정남 피살사건의 현장검증이 실시됐다. 오른쪽 원 안의 검은 천을 쓴 인물이 용의자 중 한 명이다. [AP=뉴시스]

김정남에게 독극물을 스프레이로 뿌린 여성 용의자 2명은 사건 직후 연이어 체포됐다. 하지만 이 여성들은 베트남·인도네시아 여권 소지자인 데다 유력한 배후로 지목된 북한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17일엔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까지 나서 체포된 자국 여성은 “속아서 이 상황에 휘말린 피해자”라고 두둔하면서 사건의 진상 규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정보 전문가들은 고도로 훈련받은 공작원이라면 수사망을 벗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 지적한다. 특수작전을 수행했던 전직 정보 관계자는 “현장에서 잡지 않으면 무척 힘들다”며 “이미 놓쳤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말레이시아는 육로·항로·해로를 통해 여러 국가와 접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자동차·열차로 북상하면 7~11시간 내에 태국 국경에 도착한다. 남하하면 4시간 만에 싱가포르 국경을 넘을 수 있다. 배편으로 인도네시아로 넘어갈 수도 있다. “남성들이 망을 봤다”는 여성 용의자의 진술대로 남성 용의자들이 범행 현장인 공항에 있었다면 사건 직후 항공편으로 전 세계 어디로든 도피했을 가능성도 있다. 17일 현지 매체인 ‘더스타 온라인’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공항을 포함해 국경의 모든 출입국 지점의 검문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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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암살 작전엔 범행 즉시 제3국으로 향하는 탈출 계획이 포함된다. 범인이 도주로에 진입하기 전에 붙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사례에서도 범인들은 국경을 넘기 전 2~3일 안에 체포됐다. 1983년 아웅산테러 사건 당시 미얀마 경찰은 현장에서 체포된 요원의 자백을 토대로 도주했던 북한 공작원 2명을 이틀 만에 붙잡았다. 87년 대한항공 KAL858기를 폭파한 김현희도 계획된 탈출로였던 공항에서 범행 이틀 뒤 체포됐다.
설령 남성 용의자들이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어도 검거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모처에 숨어서 조직의 보호를 받고 있을 경우다. 전직 정보기관 해외공작 책임자는 “미리 준비한 안전가옥에서 은신하다 수사가 느슨해진 틈을 타 도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대사관에 머물다 1년여 뒤 위조 여권으로 탈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치외법권 지역인 북한대사관에는 말레이시아 경찰력이 미칠 수 없다.

인도네시아 여성 용의자는 클럽 웨이트리스

여성 용의자들이 경찰 수사에 혼선을 일으켜 남성 용의자들의 도주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보 당국자는 “체포된 여성들의 진술이 남성 용의자들이 도피할수 있도록 시간을 벌고 경찰의 눈을 돌리려는 꼼수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경찰은 여성 용의자들이 제각각 고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럴 경우 이들에 대한 조사만으로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16일 체포된 나이트클럽 웨이트리스인 시티 아이샤는 “신원 미상 남성에게 100달러(약 11만원)를 받고 몰래카메라를 찍는 줄 알았다”며 “그 밖의 사정은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전직 해외공작 책임자는 “북한은 암살이 자신들과 연계됐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을 것”이라며 “정말 현지인을 고용한 것이라면 ‘꼬리 자르기’를 위해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여성들이 작전의 ‘큰 그림’은 모른 채 주어진 역할만 했다면 북한계 남성을 포함한 용의자들이 체포되지 않는 한 사건 수사는 미궁으로 빠질 수 있다.

전직 해외공작 담당자는 “뚜렷한 증거 없이는 북한이 암살을 시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천안함 사태처럼 북한은 끝까지 부인하고 국제사회는 북한의 소행으로 간주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주희·김상진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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