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해외 CEO 인터뷰] ‘불필요하면서 필요한 것’ 그게 럭셔리 … 다이아몬드 없으면 다른 돌 찾아낼 것

까르띠에 ‘구원투수’ 비네론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정치 불안정이 럭셔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러 여파로 인한 관광객 감소로 유럽의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은 직·간접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벌이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 러시아 루블화 가치 하락 등 국제 정세도 타격을 줬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최근 몇몇 브랜드는 사령탑을 교체했다. 프랑스 럭셔리 보석·시계 브랜드 까르띠에도 그중 하나다.
시릴 비네론 까르띠에 CEO는 특별한 날에는 디올이나 한국 디자이너 우영미의 수트를 입는다고 한다. 인터뷰 당일은 디올 수트에 우영미 셔츠를 입고 나왔다. 그는 “우영미는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사진 까르띠에]

시릴 비네론 까르띠에 CEO는 특별한 날에는 디올이나 한국 디자이너 우영미의 수트를 입는다고 한다. 인터뷰 당일은 디올 수트에 우영미 셔츠를 입고 나왔다. 그는 “우영미는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사진 까르띠에]

까르띠에는 2016년 1월 시릴 비네론(55)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다. 전임자 스타니슬라스 드케르시스는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네론 CEO는 1988년 까르띠에에 입사해 일본지사 대표, 유럽지사 매니징 디렉터 등 요직을 거쳤다. 2014년 LVMH로 옮겨 일본지사 대표를 지냈다. 경쟁사로 떠난 사람을 ‘구원투수’로 다시 모셔온 셈이다. 2016년 말 까르띠에가 하이 주얼리 컬렉션 ‘마지씨앙(Magicien)’을 도쿄 우에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만났다.
 
새로운 컬렉션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이유는.
“이제는 도쿄·서울 같은 곳이 스타일을 창조하는 곳이다.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역동적인 곳이 아시아 아닌가. 서울은 대중문화와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 도쿄는 건축·미식, 그리고 우아한 스트리트 패션에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VIP 고객을 초청할 때 도쿄라고 하면 모두 좋아한다.”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열린 까르띠에 ‘마지씨앙’ 컬렉션 전시(왼쪽). 전시에 나온 5.86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와 다이아몬드·플래티넘이 어우러진 ‘메르베이유’ 목걸이. [사진 다케다 마사히코]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열린 까르띠에 ‘마지씨앙’ 컬렉션 전시(왼쪽). 전시에 나온 5.86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와 다이아몬드·플래티넘이 어우러진 ‘메르베이유’ 목걸이. [사진 다케다 마사히코]

박물관에서 여는 보석 전시라니. 고가의 주얼리가 보통 사람에게도 주는 의미가 있을까.
“하이 주얼리 제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미술관에 가서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보는 건 꼭 사고 싶어서가 아니라 질감이 살아 있는 실물을 보고 생생하게 느끼고 싶어서다. 하이 주얼리도 마찬가지다. 진귀한 보석으로 만든 오브제는 가질 수 있는 능력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은 보는 자체로 의미 있다.”
1월 제네바에서 공개된 ‘로통드 드 까르띠에 미닛리피터 미스터리 더블 뚜르비옹’ 시계.

1월 제네바에서 공개된 ‘로통드 드 까르띠에 미닛리피터 미스터리 더블 뚜르비옹’ 시계.

※까르띠에가 속한 리치몬트그룹은 2016년도 상반기(4~9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3%, 이익은 51% 줄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매출이 성장했다. 덕분에 아시아 지역 매출 감소 폭은 8%에 그쳤다. 리치몬트는 2016년 11월 잠정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경영 환경이 어려운 데다 재고품을 대량으로 되사들이는 바람에 손실이 컸다”고 밝혔다. 까르띠에가 고급 시계 재고 일부를 도매업자들로부터 다시 사들인 건 제품이 비정상적인 유통 경로로 흘러들어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까르띠에가 한국에서 유독 성장한 이유는.
“겸손하게 말하자면 2015년 메르스 공포로 지체된 매출이 회복하면서 2016년 실적이 확 뛰었다. 또 지역 전체를 보면서 그때그때 대응을 적절하게 잘했다. 고객은 환율에 따라, 정치·사회적 이슈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고 구매 패턴을 쉽게 바꾼다. 한국은 내국인과 외국인 구매력이 모두 강한 편이다. 중국 수요 감소로 인한 매출 부진이 글로벌 실적에 악영향을 줬지만 여전히 중국은 중요하다. 심지어 한국시장에서도. 단순히 관광객으로서가 아니라 특정 도시에 투자한 중국인에게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많은 중국인이 서울에 아파트를 사고 있다. 도쿄에는 대학 진학을 위해 이주하는 중국인이 많다. 장기 체류하는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마이너스 실적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고급 시계 부문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다. 까르띠에 DNA를 반영한 독창적 제품으로 라인업을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제품을 여러 방향으로 내놓다 보니 초점이 흐려졌다. 앞으로 2년간 모델 수를 대폭 줄이고 불필요한 부분은 정리해 나갈 것이다.”
불필요한 부분이란.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건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동그란 모양의 ‘롱드 크루아지에르’는 까르띠에가 아니어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평범한 시계다. 이런 라인은 유지할 필요가 없다. 우리 아카이브에는 네모·직사각형·타원형 등 아름다운 시계 디자인 유산이 많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새로운 시계를 다시 무대에 올릴 것이다.”
가열 단계에 따라 다양한 색조를 띠는 채색 기법의 ‘롱드 루이 까르띠에 플레임 골드’ 시계.

가열 단계에 따라 다양한 색조를 띠는 채색 기법의 ‘롱드 루이 까르띠에 플레임 골드’ 시계.

※까르띠에는 보석·시계 브랜드 가운데 매출액으로 세계 1위다. 폭넓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한 디자인에도 여러 가지 하위 모델을 내놓았다. 보석과 금속의 종류, 무브먼트 작동 방식, 시곗줄, 다이아몬드 개수 등에 따라 많게는 수십 가지 모델이 나왔다. 결정 장애를 일으킬 만큼 제품이 다양한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다량의 재고가 발생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비네론 CEO는 “제품이 다양한 것은 장점이지만 너무 많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까르띠에는 1983년 첫 출시된 상징적인 시계 ‘팬더’ 컬렉션을 올해 재출시할 계획이다.
가장 높은 온도에서 푸른색, 가장 낮은 온도에서 베이지색을 띠기 때문에 불꽃을 조절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가장 높은 온도에서 푸른색, 가장 낮은 온도에서 베이지색을 띠기 때문에 불꽃을 조절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까르띠에의 브랜드 철학은.
“컨템퍼러리 클래식을 지향한다. 오늘의 창작물이 내일의 보물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까르띠에 제품은 40년 전에 만든 것이나 2년 전 것이나 똑같이 아름답고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다. 트리니티 링(3개의 고리가 겹쳐진 디자인의 반지)처럼 럭셔리하면서도 가격대가 높지 않은(affordable) 제품은 까르띠에의 상징과도 같다.”
럭셔리란 무엇일까.
“불필요하면서도 필요한 것.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되면 ‘그 이상’을 찾게 된다. ‘그 이상’은 ‘필요’에 비하면 ‘불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럭셔리다.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지만 누구나 추구한다. 누군가에게는 보석이고, 또 누군가에겐 예술·그림·집·자동차·악기일 수 있다. 처음에는 ‘불필요’한 것이었지만 익숙해지면 어느새 ‘필요’가 되고, 그러면 다시 또 ‘그 이상’을 찾는다. 결국 영원히, 끝이 없이 럭셔리를 추구한다. 이 과정에 아름다움이 탄생한다. 럭셔리는 인간 본성의 한 부분이다. 어떤 이유로 지구상에 다이아몬드가 하나도 안 남았다고 치자. 우리는 다른 종류의 돌을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최근 럭셔리 소비 트렌드는.
“부자들의 안목이 좀 더 높아진 것 같다. 오래가는 물건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 즉흥적인 구매도 사라지고 있다. 오래갈 물건에 투자해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럭셔리의 역설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는 게 럭셔리인데. 결국 필요하지 않은 것 중에서 조금 더 필요한 것을 사는 것 같다.”
[S BOX] “럭셔리는 좌뇌(기술)·우뇌(예술)가 조화 이뤄야 하는 분야”
시릴 비네론(55) 까르띠에 CEO는 일본통이다. 1982년 스무 살 때 처음 도쿄에 가서 몇 년을 지냈고, 까르띠에와 LVMH 두 곳에 다니며 총 10년을 일본에서 근무했다. 이런 경험을 살려 『게이샤에서 망가까지:오늘날 일본 연대기』(2009)를 프랑스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예술적 감각도 좋다. 기타 실력이 수준급이며 작곡도 한다. 네 명의 자녀를 뒀는데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곡을 써서 선물했다.

프랑스 그랑제콜(고등교육기관) ESCP 졸업 뒤 엔지니어링 업체 등에 근무하다 럭셔리 분야에 몸담은 지는 올해로 30년째다. 그는 “처음 럭셔리 분야에 왔을 땐 2년을 못 넘길 줄 알았다”며 “너무나도 비이성적인(irrational) 분야여서 놀라웠는데 나중엔 그게 좋아졌다”고 했다. 좌뇌(기술)와 우뇌(예술)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분야라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도쿄국립박물관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마지씨앙(Magicien)’ 전시회는 좌뇌와 우뇌의 조화라는 비네론 CEO의 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과 기술을 한데 담은 주얼리들이 눈에 띄었다. 다이아몬드가 전체 둘레에 기하학적으로 세팅된 ‘앵캉타씨옹’ 목걸이는 간단한 터치만으로 곡선 라인을 반전시킨다. 마치 마법을 부리듯 사이즈와 볼륨감이 변하면서 목선에 꼭 맞춘 목걸이가 된다. 흔치 않은 삼각형 다이아몬드를 플래티넘으로 엮어 빛을 배가시킨 ‘뤼미낭스’ 목걸이, 플로럴 모티프를 떼어 브로치로도 착용할 수 있는 ‘디사’ 팔찌도 진귀한 보석과 예술적 영감, 장인의 기술이 만나 탄생했다.

도쿄=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