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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정말, 괜찮니?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소주 한잔 마시고 집에 가서 혼자 푹 쉬어!”

주위의 누군가가 외로움을 호소하며 정서적 구조 신호를 보내올 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히 하는 조언이 아닐까요. 그런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손쉬운 스트레스 해소 수단인 음주. 흔히 흥분제로 잘못 알려진 알코올은 중추신경억제제로서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능력을 감소시키고 이성적인 판단력을 저하시켜 충동행동을 촉발시키곤 합니다.

혼자 있음. 인간관계 속의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휴식을 주기도 하지만, 위기의 심리 상태에서 홀로 있음은 비현실적 사고의 인지왜곡을 악화시키고 충동행동을 저지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주 한잔과 혼자 있음을 결합시켜 가장 위험한 상태를 만드는 조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큰 충격을 미쳤던 유명인들의 자살을 다시 되짚어 보면 그 직전 요청한 구조 신호에 주위 사람들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으며, 바로 음주와 홀로 있음의 두 가지 상황에 놓여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지난해 필자는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진행하는 ‘괜찮니?’ 캠페인(괜찮니.com)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연결의 인간 호모 커넥티쿠스는 본질적으로 서로 의지함으로써 존재하기에 서로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 공동체를 회복하자는 의미였습니다.

과연 “괜찮니?” 같은 말랑말랑한 말로 자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냐는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 한마디만으로는 불가능하겠지요. 의료적·경제적·복지제도적 접근이 전방위적으로 함께 힘을 합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괜찮니?’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관계의 회복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관계가 건강 및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많은 연구를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 수행한 전국 규모 연구에서도 대화할 수 있는 존재가 자살생각을 낮춤이 발견되었으며, 인간관계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돼 최근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팀은 친구 관계의 양과 질이 노인의 고혈압 유병률, 고혈압 조절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혀 인간관계와 건강 사이의 관계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외로움 연구의 권위자인 존 카치오포 시카고대 교수는 그의 저서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에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EASE라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E(Extend Yourself)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관계의 손을 내밀어 자신을 확장시키고, A(Action Plan) 주도적이고 구체적으로 행동해 교류하며, S(Selection) 관계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는 중요한 관계를 선택해 질을 높이고, E(Expect the Best) 서로 간에 최선을 기대하며 호혜와 균형의 관계를 발전시킴을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시대 “괜찮니?”라는 질문은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과연 괜찮은 상태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게 합니다. 살 만한 세상인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살률과 출산율은 최악의 상태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고의 자살률은 말할 나위도 없고, 미래 세대가 살 만한 세상인지를 나타내는 출산율은 최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노인빈곤, 비정규직, 양극화, 남녀 임금격차, 삶의 만족도 등에서 최악의 상태에 있습니다. 한국은 안으로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에, 밖으로는 격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처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가짜 뉴스와 디지털 게리맨더링으로 진실은 왜곡되고 정보는 조작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위로하기보다는 오히려 국민이 국가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

이러한 ‘괜찮지 않은’ 혼란의 시대를 우리는 통과하고 있습니다. 성과 중심의 위계적 수직 문화가 우리에게 남긴 무기력과 무망함과 소외감을, 수평적 연대를 통해 극복하는 시작. 그 시작이 ‘괜찮니?’의 의미입니다. 혼자에겐 벅찬 시대를 살아가는 주위의 누군가가 외로움을 호소한다면 관심을 가지고 물어봐 주십시오. 괜찮으세요? 지금 정말 괜찮으세요?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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