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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장기각 = 무죄’ 아니듯 ‘구속 = 유죄’ 아니다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던지는 의미와 파장은 크다. 삼성은 이병철 창업주, 이건희 회장, 이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 79년 역사에서 처음 총수 구속 사태를 맞았다. 우리는 그동안 불구속 수사와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도주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는 글로벌 기업 총수를 굳이 구속시킨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반면 특검 입장에선 ‘뇌물죄 프레임’에 대해 임시나마 법원의 인가를 받은 셈이 됐다. 최순실과 공모해 삼성에서 433억원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사법처리하기 위한 돌파구도 마련했다.

영장전담 판사가 밝힌 영장 발부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가 있고 추가로 수집된 증거 자료가 있다’는 것이었다. 특검은 1차 구속영장 청구 때는 2015년 7월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을 입증하는 데만 주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범위를 삼성SDI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합병 이후까지로 확장했다. 뇌물죄 적용의 틀을 넓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이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39권 등을 추가로 제시하자 법원이 그 증거 가치를 인정해 영장 발부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번 1차 영장 기각이 무죄라는 의미가 아닌 것처럼 이번 구속 영장 발부가 곧 유죄인 것도 아니다. 구속영장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으면 발부된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는 증거법칙에 따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만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 시시비비는 법원의 정식 재판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 구속은 특검이 지난 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요청한 수사기간 연장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연장 사유로 박 대통령 대면조사 필요성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의혹 등 남은 과제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지금 당장 아무런 조건 없이 대면조사에 임하는 게 옳다. 차일피일 미루는 건 국민 기만이요 약속 파기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 대면조사 없이는 국정농단 사건에 마침표를 찍기 어려운 구도다.

야당이 특검수사 기간을 50일 연장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 상정을 추진 중이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장단점이 상존하는 이 문제는 황 권한대행이 법과 논리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삼성그룹은 비상이 걸렸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총수가 없으면 추진하기 어려운 일이 많아서다.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 당시 삼성전자가 손실을 감수하고 전량 회수와 단종을 결정했던 것도 그룹 총수의 결단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고 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해 80억 달러(9조2000억원)를 주고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경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삼성 제품의 대외 이미지와 신뢰도 하락도 문제다. 경영진의 부정한 행위가 입증되면 각종 국제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된다. 삼성은 이런 충격이 확산되지 않도록 빈틈없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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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