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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발광'(?)의 77분 기자회견

 
16일(현지시간) 낮 12시 55분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뭔가 화가 잔뜩 난 표정이었다. '불법 가정부' 고용 논란으로 낙마한 앤드루 퍼즈더를 대신할 새 노동장관 후보로 알렉산더 아코스타를 소개하려던 자리였다. 트럼프는 아코스타의 경력을 나열한 뒤 갑자기 "그런데 불행히도(unfortunately)…"라 말을 꺼내더니 언론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워싱턴DC, 뉴욕, 그리고 로스엔젤레스의 많은 언론들이 국민을 위해 말을 하는 게 아니라 특정이익 집단을 위한 왜곡된 보도를 하고 있다. 언론은 부정직한 집단이며, 미국민에 엄청난 폐해를 끼치고 있다. 부정직의 수준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각종 혼란상을 부각하고 정보기관과 한 통속이 돼 정보를 유출하는 바람에 정말 혼란이 있는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어 자신 취임 후 포드, 월마트 등 미국 내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렸다는 업적, 선거에서 압승을 장황하게 자화자찬하던 트럼프는 현재의 문제점을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돌렸다. 특히 네차례나 '난장판(mess)'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난장판을 물려받았음에도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잘 조율된 기계'처럼 잘 돌아가고 있으며,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걸 해낸 대통령은 유례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질의응답에 들어가면서 트럼프의 흥분지수는 최고에 달했다. 손동작도 커졌다. "백악관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원색적이고 분노에 가득찬 회견"(뉴욕타임스)은 77분 간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을 뜻하는 최고통수권자(commander-in-chief)란 표현 대신 "그는 '불평 사령관(complainer-in-chief)'이었다"라 평했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러시아에 대한 정보유출을 캐묻는 첫 질문에 트럼프는 "그가 러시아와 잘못한 건 없다. 대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하지 않았는데, 그가 안했으면 오히려 내가 하라 그랬을 것이다. 그는 다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보고를 안 해 사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의 커넥션 의혹을 줄기차게 지적해온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을 거명, "언론 보도는 모두 가짜 뉴스(fake news)다. 창피한 줄 알아라. 나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다.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해도 좋은데 그건 어디까지나 가짜뉴스"라고 일갈했다.

이에 CNN기자가 "대통령께서 우리 회사를 '가짜뉴스'라고 했는데…"라며 반박하는 질문을 시작하자 말을 가로채며 "(그러면) 말을 바꾸겠다. (너희는) '진짜(very) 가짜뉴스'"라고 면박을 줬다. 이 때부터 질문하는 기자들과 감정섞인 직설적인 단문단답이 이어졌다.
도심 빈민가 문제 해결을 위해 흑인·히스패닉 의원 모임도 참여시킬 것이냐"(흑인 여기자)
"당신이 만남을 주선하길 원하는 것이냐. 당신은 그들의 친구라도 되나."(트럼프)
"아니다. 난 기자다."(여기자)
"그래. 그럼 만남을 주선해 달라."(트럼프)
트럼프는 '장광설'에 가까운 자신의 연설 태도를 언급하면서 "내가 지금 호통치고 발광하는 게 아니다. 단지 당신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호통과 분노로 얼룩진 트럼프의 이날 회견에 충격을 받은 듯 77분의 긴 회견의 동영상과 전체 대화록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AP=뉴시스]

[AP=뉴시스]

CNN은 "역사상 놀라운 순간이며 유례를 찾기 힘든 회견"이라고 했고, 폴리티코는 "갑작스럽게 열린 회견장을 유세장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USA투데이는 "적대적인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는 (그들을) 반복적으로 깔보고 전임 대통령들이 피했던 직설적 화법으로 맞대응했다"며 "이는 거의 목격하지 못했던 시대의 광경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CNN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으로 낙점했던 로버트 하워드 전 중부군 부사령관이 이날 "제안을 거절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워드는 "그 일은 24시간 주 7일의 집중과 헌신을 필요로 하지만 난 지금 그 약속을 할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CNN은 하워드의 지인을 인용, "백악관이 너무 혼란스러워 수락을 꺼렸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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