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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연구 신청한 문명고, 재학생들 항의 집회

17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재학생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17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재학생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전국 고등학교 2곳 중 하나인 경북 경산시 문명고에서 17일 재학생들이 항의 집회를 열었다. 학부모와 졸업생도 집회에 참여했다. 학교 정문에선 집회 소식을 듣고 찾아온 보수단체 회원들이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문명고 재학생 20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20분쯤 교내 운동장에 모여 집회를 시작했다. 학부모 20여 명, 졸업생 10여 명도 참여했다. 재학생들은 '우리는 국정 교과서를 반대한다' '역사왜곡 국정 교과서 철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집회는 학생 일부가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나머지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학년 정연성(19)군은 "전 세계적으로 국정 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공산주의였거나 현재 공산주의인 나라"라며 "오직 한 가지 시선으로 쓰이는 외눈박이 교과서가 현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고 편향될 가능성이 (검정 교과서보다) 더 높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2학년 김병규(19)군은 "국정 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쓰겠다고 하는 학교도 많은데 왜 문명고는 굳이 연구학교를 신청했느냐"며 "사회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결정을 하면서 우리에게 의견 하나 물어보지 않고 이 때문에 죄 없는 학생과 학교만 비난의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17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졸업생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17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졸업생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일부 학부모도 문명고의 결정에 반대의 뜻을 전하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 박은정(47·여)씨는 "국정 교과서가 역사를 왜곡했다고 보는 국민들이 많은데 문명고는 왜 문제 교과서를 선택하려고 하느냐"며 "학생은 그렇다 쳐도 학부모에까지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날치기로 결정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졸업생 이기재(20)씨는 "문명고가 전국 일반계 고등학교 중에선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했다기에 황당해서 집회에 나왔다"며 "역사는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 권력이 내용을 좌지우지하는 국정 교과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명고 측은 연구학교 신청을 자진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16일 오후 구미 오상고는 반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스스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취소했다. 김태동 문명고 교장은 "처음부터 학생 의견은 연구학교 신청 조건에 들어 있지 않았지만 교사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반영했다"며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27명이 찬성하고 10명이 반대를 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이어 "교육부에 문명고 상황을 알려준 뒤 향후 조치에 대한 답을 얻을 계획이다. 다음주 수요일(22일)까지 별다른 답이 없으면 그때 가서 학생들의 의견을 관철시키든지 2개 역사교과서를 혼용하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에 반대한 교사를 보직 해임하고 담임에서 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선 "졸업식에 용모를 단정하게 하고 올 수 있도록 지시했는데 해당 교사 반 학생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 오는 등 여러 가지 지시 사항을 어긴 적이 있어 보직 해임한 것"이라며 "이 일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17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정문 인근 도로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성조기를 들고 미신고 집회를 벌여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17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정문 인근 도로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성조기를 들고 미신고 집회를 벌여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앞서 16일 학교 측은 강당에 전교생을 모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국정 교과서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교장이 직접 나서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게 된 이유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열기도 했다. 전성훈(19) 문명고 학생회장은 "학교 측이 밝힌 대로 22일까지 조치가 이뤄지는지 지켜보고 그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교 정문 앞에선 보수단체 회원 20여 명이 미신고 집회를 벌였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나타난 이들은 학부모와 교육단체 회원들에게 욕설을 하며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일부 회원은 "교장이 하겠다고 하는데 너희들이 무슨 자격으로 반대를 하느냐" "너희들 자식을 간첩으로 만들 작정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경산=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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