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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정유라 막는다 … 공부 못하면 대회 출전 금지하기로

지난해 수도권의 한 사립대에 축구선수로 입학한 A군(19)은 중·고교 시절 교실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오후 수업시간은 훈련으로 늘 빠졌고, 오전에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코치의 말에 교실에 들어갔지만 피곤해 졸기 일쑤였다. 가끔 수업에 귀를 기울여봤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시험 성적은 바닥이었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시험 점수가 나쁘다고 해서 대회 출전에 제한을 받거나 상급학교 진학에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이었다. A군은 “어릴 때부터 축구만 했는데 이제 와서 공부하느니 연습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A군처럼 학업 성적이 크게 저조한 체육특기생은 대회 출전에 제한을 받게 된다. 또 경기 출전으로 수업에 빠질 경우 반드시 관련 경기단체로부터 증빙서류를 받아야만 출석을 인정받게 된다. 교육부와 체육단체 등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체육특기자 학력·학사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최순실씨의 딸로 승마 특기자인 정유라씨가 고교와 대학에서 각종 특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학사관리 강화 방안에 따르면 우선 학교체육진흥법에 규정된 최저학력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현행법에는 체육특기자가 최저학력에 미달하면 ‘필요할 경우 경기 출전을 제한할 수 있다’고만 돼 있어 강제성이 없다. 이를 강제조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김석권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장은 “미달 학생은 기초학력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재평가를 시행해 미달에서 벗어나야만 대회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게 하겠다”며 “적절한 도입 시기를 체육계 등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이 같은 강공책을 뽑아든 이유는 체육특기자의 기초학력 부실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학교 3학년~고교 2학년인 체육특기자 3만6106명 중 무려 30.4%(1만989명)가 최저학력 미달이었다. 특히 중3의 경우는 44%가 미달(학교 평균점수의 40% 미만)이었다. 학교 전체 평균점수가 50점이라면 채 20점도 못 받았다는 의미다. 일반 학생의 미달 비율이 2% 안팎인 것에 비하면 크게 심각한 수준이다.

체육특기자에 대한 출·결석 관리와 경기 출전 허용 절차도 엄격해진다. 현재는 경기 출전을 학교장이 재량으로 허가하지만 앞으로는 각 학교의 교사·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학업성적심의위에서 결정한 뒤 시·도교육청의 허가를 받는 식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별도의 증빙서류 없이 경기에 출전해도 출석을 인정받는 등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사전에 경기단체의 대회 관련 증빙서류를 확인하고 보관토록 할 방침이다.

사실 교육계에선 1972년 도입 이후 45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체육특기자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체육교사 출신 이재현 대전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장은 “운동으로 성공하는 학생은 일부에 불과하다. 학생 들의 미래를 위해 학습권을 보장하고 진로 지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회에 체육특기자 제도를 폐기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태룡 한국스포츠개발원 책임연구원은 “체육특기자 제도는 운동만 잘하면 상급 학교에 진학이 가능한 것인데, 공부를 안 할수록 유리한 제도를 유지하면서 학력을 높이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체육계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인기 종목의 경우 학습 병행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증철 대한체육회 학교생활체육본부장은 “ 학습권 보장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모든 종목에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3월 중에 체육특기자 관련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남윤서·정현진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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