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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한우 장조림, 유기농 두부찜 … 비싼 반찬이 더 잘 나가요

백화점은 더 넓고 더 고급스럽게 반찬 매장을 바꾸는 추세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반찬 매장은 판매하는 반찬을 놋그릇에 담고 전용 쇼케이스를 설치했다. [사진 임현동 기자]

백화점은 더 넓고 더 고급스럽게 반찬 매장을 바꾸는 추세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반찬 매장은 판매하는 반찬을 놋그릇에 담고 전용 쇼케이스를 설치했다. [사진 임현동 기자]

6500원과 3000원. 똑같이 300g짜리 두부조림 한 팩인데 서울 청담동 SSG 푸드마켓의 반찬가게 ‘사계절반찬’에선 6500원, 종로구의 한 재래시장 반찬가게에선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00원에 판다. 단순히 임대료 때문에 가격이 차이 나는 게 아니다. 사계절반찬은 한 모에 3500원 하는 국산 유명 브랜드 두부를 사용하고 시장 반찬가게에선 한 모에 1000원도 안 되는 중국산 콩으로 만든 판두부를 쓰는 등 식재료 차이가 크다.

좋은 재료를 썼다지만 불경기에 누가 이렇게 비싼 반찬을 사먹을까 싶지만 프리미엄 반찬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15년 SSG 청담점에 입점한 ‘사계절반찬’뿐 아니라 최근 2~3년 사이 백화점 식품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고가의 프리미엄 반찬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2014년 식품관을 리뉴얼하며 5개였던 한식 밑반찬 전문 매장을 7개로 확대했다. 통삼겹살구이·로스트치킨을 파는 델리형 매장과 일본 가정식 반찬을 파는 매장, 팝업 형태의 국 전용 매장까지 합하면 2월 현재 반찬 매장만 12개다. 식품관 전체 면적 가운데 4분의 1이나 차지할 정도다. 매출이 뒷받침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대백화점 전점의 매출 신장률은 2014년 3.7%에서 2015년 7.4%, 2016년은 9.5%로 계속 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식품관의 반찬가게 ‘담미’도 2016년 매출이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가성비보다 믿고 먹는 신뢰가 더 중요
담양 한우 떡갈비 [사진 마켓컬리]

담양 한우 떡갈비 [사진 마켓컬리]

‘가성비’가 가장 큰 화두인 시대에 프리미엄을 내세운 ‘값비싼’ 반찬가게가 성장하는 이유는 뭘까. 프리미엄 식품 쇼핑몰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는 “예전엔 돈 벌면 차 사고 비싼 가방 사고, 더 모아서 집을 샀지만 요즘은 매일 먹고사는 것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이 많다”며 “집에서 혼자 한 끼를 먹더라도 좋은 걸 먹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리미엄 반찬가게에선 고객들이 구매를 결정할 때 재료를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 요리연구가인 정미경 사계절반찬 대표는 “먹어보면 좋은 재료로 만든 것인지 아닌지 바로 알아차릴 만큼 고객 입맛이 까다롭다”며 “생선이나 육류는 멀리 시장에서 사는 게 아니라 아예 SSG에서 구매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안동 낫또 [사진 마켓컬리]

안동 낫또 [사진 마켓컬리]

식재료 못지않게 신선도 유지가 중요한 만큼 백화점 반찬가게는 김치·절임류를 제외한 모든 메뉴를 당일 제조해 당일 판매하는 게 원칙이다. 요리연구가 문인영씨는 “백화점 반찬 매장이 폐점 1시간 전쯤부터 할인가격에 판매하는데 늘 바로바로 만든 반찬만 판매한다는 얘기라 그 자체만으로도 고객에게 신뢰를 준다”고 설명했다. 위생관리를 위해 투명한 전용 쇼케이스는 기본이다. 외부의 이물질이 반입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쓴다. 박민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팀 주임은 “전문 감식관을 두고 수시로 매장의 위생 상태를 점검한다”고 했다. 온라인 식품몰은 HACCP인증을 받고 식재료를 일일이 표기한다.
안동 참마 피클 [사진 마켓컬리]

안동 참마 피클 [사진 마켓컬리]

시장 인심이라 불리는 푸짐한 ‘덤’은 프리미엄 반찬시장에선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다. 반찬이 남으면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프리미엄 반찬가게들은 이런 고객 니즈를 반영해 1인(100g 내외)이나 2인용(200g 내외)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요리연구가인 우정욱 ‘수퍼판’ 오너셰프는 “1~2인 가구가 늘면서 2명이 한두 번 먹을 양 정도로 포장한다”며 “꼭 상하지 않더라도 냉장고에 넣어둔 후 여러 번 꺼내 먹는 건 대체로 싫어한다”고 말했다.
 
연로한 부모님 사다드리는 자녀도 많아
일본식 카레 [사진 마켓컬리]

일본식 카레 [사진 마켓컬리]

프리미엄 반찬시장을 주도하는 건 30대와 50대다. 마켓컬리의 고객 자료 분석 결과다. SSG 사계절반찬 정미경 대표도 “40대보다는 30대나 50대 이상 연령의 구매율이 높다”고 말했다.
한우 설렁탕 [사진 마켓컬리]

한우 설렁탕 [사진 마켓컬리]

30대가 프리미엄 반찬을 선호하는 건 시간과 자녀, 두 가지 요인이 크다. 결혼과 육아의 주연령대인 30대는 시간이 없고 요리에도 익숙하지 않아 사먹는 경우가 많다. 요리 실력과 무관하게 일일이 재료를 사서 손질하고 요리하는 것보다 만들어진 반찬을 사먹는 게 시간과 비용 모든 측면에서 합리적인 것도 있다. 맞벌이 주부 김혜인(36·서울 여의도)씨는 “장조림을 하나 만들어 먹으려면 장조림에 알맞은 좋은 고기를 사 와 간장에 조리고 이걸 다시 찢어야 한다”며 “차라리 믿을 만한 곳에서 사먹는 게 낫다”고 했다. 그는 또 “가족이 적어 한번 만들면 며칠간 같은 반찬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조금씩 사다 먹는 게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어린 자녀를 둔 주부는 ‘내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비싸더라도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하고 조미료를 넣지 않은 프리미엄 반찬을 사는 데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연다.
무항생제 계란말이 [사진 마켓컬리]

무항생제 계란말이 [사진 마켓컬리]

40대는 반찬을 사먹는 데 소극적이지만 50대가 되면 다시 반찬을 사먹는 사람이 늘기 시작한다. 이들이 한식 밑반찬의 주고객이다. 자녀가 장성해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을 시간이 줄어든 데다 저렴한 것을 사먹기엔 식재료나 음식을 고르는 안목이 높아져 조금 비싸더라도 더 좋은 것을 찾는 경향이 있다. 반찬 사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 주부 정연희(59·서울 잠원동)씨는 “장을 보고 반찬을 만드는 데 드는 노력이나 비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반찬 사먹는 걸 숨기기는커녕 주위 사람들과 맛있는 반찬가게 정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선호하는 입맛이 확실해 같은 한식 밑반찬 중에서도 즐겨 찾는 브랜드가 뚜렷하다.
오징어 도라지생채 [사진 마켓컬리]

오징어 도라지생채 [사진 마켓컬리]

이때문에 백화점은 같은 한식 밑반찬을 파는 매장을 브랜드를 달리해 여럿 둔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50대 이상 고객은 각각 선호하는 한식 밑반찬 브랜드가 있어 여러 매장을 둘 수밖에 없다”며 “이들끼리 각각 다른 대표 메뉴를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노년 가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도 프리미엄 반찬시장의 성장 요인이다. 특히 부부만 사는 노년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사에서 손을 뗀 부모를 위해 자녀들이 맛있는 반찬을 골라 부모의 냉장고를 채우는 경우도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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