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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10만 명에 주차 공간 1만대 뿐 … 차로 50m 가는데 20분

남동인더스파크역 주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남동인더스파크역 주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15일 오후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남동산단)의 한 골목. ‘빵빵’하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4차선 규모의 길인데도 2중, 3중으로 주차된 차량 때문에 오지도 가지도 못하게 된 운전자들이 누른 것이다. 김진성(34)씨는 “50m도 되지 않는 골목을 빠져나오는데 20분 정도 걸렸다”고 하소연했다. 수인선 남동인더스파크역 일대도 비슷했다. 도로 바닥에 적힌 ‘주차금지’ 경고문 위에도 버젓이 차들이 들어찼다. 인도와 버스정류장 앞도 차가 점령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본부 관계자는 “주·야간 근무자들의 교대시간인 오전 8~9시는 큰 도로를 제외한 모든 길이 전부 주차장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산단이 심각한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열악한 교통편으로 개인 차량을 이용하는 근로자는 늘고 있는 반면 주차공간은 한정돼서다.
남동국가산업단지는 1985년 조성 당시 도시계획에 주차장 시설이 포함돼 있지 않아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로마다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가득하다. 2중·3중 주차도 쉽게 볼 수 있다. [인천=김춘식 기자]

남동국가산업단지는 1985년 조성 당시 도시계획에 주차장 시설이 포함돼 있지 않아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로마다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가득하다. 2중·3중 주차도 쉽게 볼 수 있다. [인천=김춘식 기자]

남동산단은 957만4000㎡에 달하는 인천 최대 규모 산업단지다. 현재 6711개 입주기업에서 10만4200명이 근무한다. 하지만 공영 주차 면적은 고작 1만1214면 뿐이다. 공장 안에 있는 사설 주차장까지 합쳐도 4만4700면 정도다. 남동산단을 오가는 차량 수가 하루 평균 7만8000대인 것과 비교해도 한참 부족하다.

남동산단은 조립금속 업종 중심의 산업단지라는 특성 탓에 화물 차량의 통행량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불법 주차된 차들로 도로가 좁아져 화물차가 지나가지 못하는 일도 벌어진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매일 오전과 오후, 하루 2차례 불법 주차 단속을 벌여도 소용이 없다.

이는 남동산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 주안산단이나 부평산단, 경기도 시흥 시화산단 등 다른 산업단지들도 밀려드는 차들로 곤욕을 치른다.
부평산단에서 일하는 정모(45)씨는 “한 기업에서 사용하던 공장을 임대 등을 통해 여러 업체가 나눠쓰면서 근로자 수는 늘어났는데 주차 공간은 그대로”라며 “공장 안의 주차장을 야적장 등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어 주차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동산단의 주차난은 다른 산단에 비해서도 특히 심하다. 1985년 부지 조성 계획 당시 주차장 시설이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조성 계획에 주차장 시설이 포함된 산업단지라고 해도 입주 기업과 근로자의 급증으로 주차난을 겪는다고 한다.

교통편이 좋은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산업단지가 도시 외곽의 공터를 닦아 조성된 탓에 대중교통이 열악하다. 인근에 지하철 역이 있다고 해도 단지 규모가 워낙 넓어 걸어서 이동하기 힘들다. 출·퇴근 시간 이외에는 손님이 없어 버스회사들도 시내·광역버스 투입을 꺼린다고 한다. 더욱이 입주 기업의 상당수가 영세해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곳도 드물다. “교통편이 불편해 어쩔 수 없이 차를 가지고 출근해야 한다”는 것이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주차장을 늘릴 수도 없다. 마땅한 부지도 없지만 산업단지 주변 땅값이 너무 비싸서 건설 등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남동구 관계자는 “남동산단의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인근 지하철역을 오가는 무료 통근버스 6대를 운영하는 한편 오는 12월까지 남촌동에 223면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통근버스와 주차장을 확대하고 싶어도 예산 등이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입주기업들은 “국가가 나서서 주차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한종학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차장을 늘리기 어렵다면 근로자들이 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아도 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들이 개별 운영하는 통근버스를 통합해 운영하거나 출·퇴근용 예약 버스제 도입, 유료 우선 주차제도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조언했다.

글=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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