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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는 시즌 ‘가을 홈런’으로 끝내 주겠다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 삼성 이승엽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승엽은 “올해는 플레이오프를 반드시 치르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시즌 9위였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 삼성 이승엽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승엽은 “올해는 플레이오프를 반드시 치르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시즌 9위였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야구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야구만의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 그 재미에 빠져 몰두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만둘 때가 가까워오니 야구가 더 사랑스러워졌다.”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23번째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힌 그를 지난 14일 오키나와의 온나손(恩納村) 체육공원에서 만났다.
 
마지막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는 느낌은.
“굉장히 편안하다. 지난해는 ‘2년 있으면 은퇴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지금은 마지막이라는 게 느껴지니까 그런 마음마저도 내려놓은 것 같다.”
홈런을 더 많이 치기 위해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내리면서 힘을 싣는 폼(레그킥)으로 바꾼다고 했는데.
“아니다. 다시 작년 폼으로 돌아왔다. 괌 훈련에서 해보니 폼이 엉망이었다. 크게 치려다 보니 정작 임팩트 순간에 힘을 싣지 못하더라. 프로 23년차인데도 아직 힘이 안 빠진다.”
천하의 이승엽이 ‘아직 힘을 못 뺐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
“그래서 야구가 어렵다는 거다. 볼링은 퍼펙트(300점 만점)가 있지만 야구는 완벽이라는 게 없다. 한 번 통달해 보지도 못하고 은퇴하는 게 야구선수의 숙명이다. 야구는 실패를 줄이는 싸움이다.”
올해는 1루수로 더 많이 출전하겠다던데.
“지명타자는 한 경기에 네 번 정도 타석에 들어서는 게 전부다. 수비를 하면 상대 선수나 코치와 짧게나마 인사를 나눌 수도 있고, 팬들과 눈맞춤도 할 수 있다. 물론 포지션은 코칭스태프에서 결정하는 거다.”
마지막 경기가 어떨지 상상해 본 적이 있나.
“그것까지는 생각 안 해봤다. 대구의 새 야구장(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플레이오프를 반드시 해야 한다. 이건 목표가 아니라 내 사명감이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은퇴 투어’를 하게 될 것 같은데.
“KBO 양해영 사무총장님이 인터뷰에서 언급하셨더라. 한국에서는 처음이라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경기 끝난 뒤 관중들께 인사만 할 수 있어도 좋겠다.”
야구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다. 일본과의 준결승전 8회 터뜨린 결승 홈런은 말 그대로 ‘인생타’였다. 당시 너무 부진한 탓에 베이징에서도 한국 팬들이 ‘이승엽 빼라’고 욕을 했다. 그때 못 쳤으면 평생 ‘큰 경기에 약한 선수’라는 낙인이 찍혔을 것이다.”
가장 간직하고 싶은 공은.
“1995년 개막전 대타로 나가 프로 무대에서 첫 안타를 날렸다. 잠실에서 LG 김용수 선배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쳤는데, 경기 막판인데다 원정팀 막내가 친 공이라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정말 갖고 싶은데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36번’은 영구결번이 되겠다.
“ 나도 좋아하지 않는 번호였다. 프로 계약을 늦게 하는 바람에 36번과 53번 두 개만 남아 있었다. 1년만 쓰고 바꾸려고 했는데 성적이 좋아져서 계속 썼다.”
자신의 홈런 기록(KBO리그 443개, 한·일 통산 602개)을 깰 선수가 나올까.
“KBO리그에서는 박병호라고 봤는데 미국으로 갔다.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해서 누군가 다시 등장할 것이다. 타격 기술은 훈련을 통해 향상되지만 투수의 훈련량은 한계가 있다 .”
은퇴 후 계획은.
“지도자·해외 연수·방송 해설 중에서 결정될 것 같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두 아들에게도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프로야구가 더 많은 사랑을 받으려면.
“선수들이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항상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고급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약물의 유혹을 느낀 적이 있나.
“나는 없었다. 내가 약에 무척 민감하다. 손가락 부상을 당했을 때 의사가 합법적인 약과 주사를 권했는데도 썩 내키지 않았다. 이걸 하면 선수 생명이 짧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는 분이 ‘스테로이드는 절대 하지 마라. 심장 쇼크로 빨리 죽는다’고 해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다시 태어난다면 뭘 할 건지 그에게 물었다. 그는 “야구를 할 거고, 타자를 할 거다. 류현진 정도의 투수가 못 된다면 타자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오키나와=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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