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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추진 ‘국경조정세’ 미국 기업들 반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하려는 ‘국경조정세(border adjustment tax)’를 두고 논란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주류가 밀면서 세제개혁의 핵심으로 부상했지만, 미국 내수 기업들의 반대가 거센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조차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나타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경조정세는 미국 공화당이 제시한 세제개편안이다. 기업에 법인세를 부과할 때 제품의 생산지가 아니라 제품이 ‘소비된 장소’를 기준으로 한다. 미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는 기업은 제품의 소비지가 미국이 아니어서 세금이 공제되는 반면, 수입 제품을 팔거나 수입부품을 들여와 제품을 만들면 비용공제를 해 주지 않아 20%의 세금을 물게 된다.

공화당은 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수입 과세를 통해 연간 1000억 달러(약 114조원)의 세수가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경조정세가 현실화할 경우 파급력은 엄청나다. 당장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수입을 줄이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의 전자·반도체·석유화학 기업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전체 수출도 0.36% 동반 감소한다.

그러나 국경조정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 배경엔 주요 미국 기업과 트럼프의 속내가 있다. 수입품이 많은 미국의 유통·자동차·통신장비·석유화학 기업들은 국경조정세 반대 단체를 구성한 상태다. 베스트바이·JC페니 등 미국 주요 소매기업들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가 “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결국 소비자 제품 가격이 올라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큰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국경조정세 도입은 ‘양날의 칼’이다. 미국 기업들의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소비자 물가가 오를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경조정세는 트럼프가 주장해 온 국경세(border tax)와는 다르다. 트럼프는 기업들이 생산 공장을 중국과 멕시코 등 인건비가 싼 나라로 옮겨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멕시코산 제품에 35%, 중국산에 4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세금 제도라기보다 ‘징벌적’ 무역정책에 가깝다. 공화당은 트럼프식 관세가 상대교역국의 거센 반발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고, 트럼프도 일단 국경조정세를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중”이라고 한 상태다. 트럼프는 소매기업들과의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도 “세금개혁은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라고만 언급했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지금까지 트럼프의 발언을 보면 어느 것도 명확한 것이 없다. 공화당 하원의장인 폴 라이언조차 세제안을 두고 여름 내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며 “미국 기업들은 국경조정세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로이트의 세금정책 부문 존 트라우브 총괄이사는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국경조정세를 도입하려는 의원들이 찬성세력을 규합할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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