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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충전소 부지 공짜로 빌려달라” 국내 상륙 앞두고 갑질하는 테슬라

혁신적인 제품 때문에 ‘전기차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테슬라의 국내 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테슬라는 지난 13일 서울 청담동 매장에 간판을 달았다. 15일엔 국토교통부에서 제작자 인증을 받았다. 이르면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판매도 하기 전부터 명성만 앞세워 ‘갑(甲)질’을 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테슬라가 국내 출시 예정인 2000만원대 준중형 전기차 ‘모델3’. 예치금이 1000달러다. [사진 테슬라]

테슬라가 국내 출시 예정인 2000만원대 준중형 전기차 ‘모델3’. 예치금이 1000달러다. [사진 테슬라]

“테슬라가 소비자를 무시한다”는 예약자들의 불만이 대표적이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지난해 5월 테슬라 ‘모델3’를 온라인에서 사전계약하면서 예치금 1000달러(약 114만원)를 결제했다. 하지만 여지껏 테슬라로부터 예약 확인 e-메일 외에 아무런 후속 통지를 받지 못했다. “신차를 언제 받을 수 있느냐”고 테슬라에 e-메일을 보내봤지만 “기다려 달라”는 짧은 답변만 돌아왔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한글 인터넷 홈페이지(www.tesla.com/ko_KR)에 대한 불만도 높다. 홈페이지에 차량은 물론 서비스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하는 국내외 브랜드와 달리 판매가,최종 인도시기,전달 방법 같은 기본적인 내용조차 없다. 대표전화 연락처마저 엉뚱한 번호를 적어놨다. 게다가 ‘국민 정서’까지 건드렸다. 충전소 표시용 지도엔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가 바꿨다. ‘독도’는 여전히 일본식 표기인 ‘죽도’로 써놨다. 김씨는 “온라인으로 차를 팔겠다는 회사의 홈페이지가 너무 부실해 놀랐다. 예치금을 날리는 것이 아닐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기업도 테슬라의 갑질 대상에 포함됐다. 테슬라는 그동안 전기차 사업에 관심 있는 국내 부품·인프라 업체 여러 곳과 ‘기업간 비밀유지협약(NDA)’을 맺었다. NDA를 맺으면 검토한 뒤 빠른 시일 내 본계약을 하거나 협약을 깨는 게 관례다. 하지만 테슬라는 NDA만 맺어놓고 감감 무소식이다. 테슬라와 NDA를 맺은 한 외국계 회사 관계자는 “테슬라의 안하무인식 태도는 본사에서도 유명하지만 이 정도인 줄 몰랐다. 시장 조사, 한국 정부 정책 정보 등 업무 협조만 얻어가고 수개월 째 답이 없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사활을 건 지방자치단체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협약을 맺은 일부 지자체엔 ‘테슬라 전용 충전소(수퍼차저) 부지 임차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시 외곽, 고속도로와 인접한 곳이어야 하고 식당·카페 등 편의시설이 있는 교통 요지여야 한다’는 상세한 주문까지 달았다. 공문을 받은 지자체는 고민에 빠졌다. 테슬라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전기차 보급에 유리하고 지자체 실적은 쌓을 수 있겠지만 부지 임차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테슬라와 손잡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려고 했는데 벽에 부딪혔다. 테슬라 요청을 무작정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품업체 이모(41) 차장은 “온라인 활용도가 높은 한국 소비자를 고려했는지, 현지화를 위해 최소한의 노력은 했는지 데슬라에게 묻고 싶다”며 “고객·시장과 약속을 지키지 않고 무시하면 결국 외면받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테슬라의 한국 시장 진출 방식을 두고 “이 정도라면 ‘신비주의’가 아니라 한국 시장을 얕잡아보고 있다고 봐도 좋다. 차를 팔 의지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슬라는 혁신 기업일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 까다로운 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테슬라 기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테슬라는 한 번도 대량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신생 업체다. 품질도 완벽히 검증되지 않았다. 안전띠 결함, 충전 중 화재 우려 등 크고 작은 품질 이슈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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